재취업 면접후기 – 10인 이하의 기업을 피하게 된 이유


1.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5월 말부터 면접이 몰려 있었고, 매일 올라오는 해외영업 포지션 공고를 챙겨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게다가 첫 면접을 앞둔 날 감기까지 겹쳐, 오랜만에 진이 빠지는 한 주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흐릿해지기 전에 면접 후기를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키보드를 잡는다.


2. 늦었지만 기억나는 대로 먼저 각 면접 후기를 적어보겠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10인 이하 중소기업

2) 중견 제조사

3) 외국계 트레이딩

4) 화장품 중소 기업

5) 업력 30년 이상 제조사


3. 인원이 적은 중소기업임에도 지원했던 이유는 공고상 게재된 다소 높은 연봉과 대표의 성향 때문이다. 나는 보통 지원 전에 잡플래닛이나 블라인드 리뷰를 보면서 대략적으로 기업의 분위기를 추측하는데 이 기업은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4. 평점 자체는 굉장히 낮았는데, 리뷰 대다수가 대표에 대한 얘기였다. 면접 때 과하게 사생활을 캔다거나, 정치 성향을 보는 사전 질문지를 작성하게 한다거나. 웃긴 점은 대표가 안 좋은 리뷰에는 장문의 답글을 다는데, 자기 생각이 굉장히 강하면서도 그만큼 사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보다도 대표가 과연 어떤 사람일까가 궁금해서 면접을 보게 됐다. 집에서 1시간 20분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이걸 보러가다니


5. 도착하자마자 회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담긴 파일을 보여줬다. 대표의 이력과 회사의 연혁 등이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중간중간에 대표의 가치관과 비전으로 보이는 글귀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기억나는 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유명 글귀였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6. 이후 대표와의 면담 전에 30분 간 면접 전 질문지를 주는데, 거기에는 데미안의 위 글귀와 관련하여, 내가 깨야 하는 세계는 무엇인지 물어보는 질문이 나온다. 솔직히 회사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허름한 사무실에 면접 응대 시스템도 잘 구축되어 있지 않았지만, 이 철학적인 문항을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그만큼 특별한 회사 같았다.


7. 차기 대선의 향방에 따른 생존 전략을 묻는 질문도 있었는데, 대표의 정치 성향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고, 어떤 성향의 사람을 뽑고 싶어 하는지도 보였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과연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치 성향이 뚜렷한 색깔의 지원자를 원하는 걸까. 대표에 대해서 더욱 궁금해졌고 그가 원하는 답변을 적어냈다. 면접인데 떨리기는커녕 면담이 기다려질 정도로 두근거렸다.


8. 마침내 대표와 마주하게 됐다. 아. 망했다. 아직 인사를 하기도 전인데 느낌이 왔다. 망했구나. 사실 나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편이다. 나름 개방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만큼 어떤 사람에 대해서 외모만 보고 평가하지 않는다. 근데 왜 나는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망했다고 생각한 걸까.


9. 나름 적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참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지냈다. 그러면서 깨달은 점은, 어떤 사람을 굳이 평가하지 않더라도 나와 잘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첫인상부터 남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아직 40이 되려면 시간이 있지만, ‘사람은 40살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에는 깊이 공감한다. 외모와 관계없이 그 사람 성향의 많은 부분이 인상에서 자연스레 드러난다는 것이다.


10. 대표의 굳게 다문 입술과 강렬한 시선, 험준한 표정은 마치 범죄자를 취조하기 위해 나온 형사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면접을 보는데 내 경험에 대해서도 본인이 단정적으로 딱 잘라 얘기하는 태도를 보면서 어안이 벙벙해지지도 않았다. 이미 대화를 나누기 전에도 느꼈던 그 감각은 진짜였다.


11. 기억에 남는 멘트는 “xx 씨는 지금 나한테 뽑아달라고 절 해야 할 것 같은데”와 “면접 보면서 내 밑에서 일하고 싶어 졌어요? 나한테 배울 게 많을 것 같은데. 그런 판단이 들 정도의 수준이라면 저도 xx 씨한테 관심 있어요” 아. 이 사람은 분명 성공할 사람이다. 자기만의 길이 확고하고, 가는 길에 있는 모든 장애물을 거침없이 부수며 나아갈 사람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자기 옆에서 함께하는 사람보다 뒤에서 열심히 군말 없이 따라오는 사람이 더 필요할 것 같다.


12. 아니다 다를까. 면접 마지막 즈음에 이런 질문도 나왔다. “내 밑에서 일하면 어떨 것 같아요?” 나는 내 진짜 속마음과 달리 면접 내내 나를 포장하고,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포장했다. 왜냐면 지금 이 시간도 소중했기 때문에. 나는 사회초년생 때도 일부러 시간 내어 내가 원하는 근로조건보다 떨어지는 기업의 면접을 보곤 했다. 합격여부와 관계없이 면접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신선한 자극이 되고, 배우는 게 많기 때문이다.


13. 면접 내내 열심히 방어를 했는데 마지막 질문에는 빈 말이라도 흔쾌히 하기 어려웠다. “어,, 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뒤늦게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이긴 했지만, 그 순간 우리는 서로가 각자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으라. 그렇게 우리는 조용히 결정을 내렸다.


14. 서로의 FIT이 안 맞았을 뿐 나는 이 회사가 나름 잘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표가 처음부터 모든 걸 일궈서 시작한 만큼 추진력과 실행력이 남다르고, 자기만의 철학도 확고해서 위기에 휘청거릴지언정 넘어져서 포기하는 일은 없을 테다. 모든 사람이 나와 같지는 않을 테니까.


15. 사실 까탈스럽기로는 나만큼 유별난 사람도 드물 것이고, 저년차에도 나만큼 자기주장이 강하고 피드백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전 회사에서 느꼈듯이, 회사라는 공간에서 주도해서 성취를 느끼고 싶어 하는 욕망이, 누군가에는 분명 불편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내가 처음 이 회사에 걸었던 기대는, 대표가 강성이라도 내 얘기도 들어주는 사람이라면 일해도 괜찮을 것 같다였다. 그만큼 나만큼 자아가 강해 부리기 어려운 직원도 없을 것이다. 다만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있는 만큼, 나도 내가 원하는 회사가 있다.


16. 이 이후로 채용공고를 살피는 부담이 다소 줄어든 감이 있다. 인원 수가 영세한 기업은 아예 거르게 된 것이다. 소규모의 회사일수록 대표와의 FIT이 크게 작용하는 것을 이번 기회에 몸소 느꼈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서 사업에 실패한 만큼, 이번에는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전략을 세우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내가 100프로 원하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부분에서 타협할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 계속 올 것이다. 다만 바라건대, 나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이해해 주는 곳이면 좋겠다.


17. 음.. 내 예상과 다르게 쓸 말이 굉장히 많았나 보다. 다른 기업들 후기도 이번에 다 같이 정리하려고 했는데 나머지는 분량 상 다음 편에 실어야 할 것 같다.


* 이 글은 필자의 개인 경험에 기반한 주관적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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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5월 말부터 면접이 몰려 있었고, 매일 올라오는 해외영업 포지션 공고를 챙겨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게다가 첫 면접을 앞둔 날 감기까지 겹쳐, 오랜만에 진이 빠지는 한 주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흐릿해지기 전에 면접 후기를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키보드를 잡는다.


2. 늦었지만 기억나는 대로 먼저 각 면접 후기를 적어보겠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10인 이하 중소기업

2) 중견 제조사

3) 외국계 트레이딩

4) 화장품 중소 기업

5) 업력 30년 이상 제조사


3. 인원이 적은 중소기업임에도 지원했던 이유는 공고상 게재된 다소 높은 연봉과 대표의 성향 때문이다. 나는 보통 지원 전에 잡플래닛이나 블라인드 리뷰를 보면서 대략적으로 기업의 분위기를 추측하는데 이 기업은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4. 평점 자체는 굉장히 낮았는데, 리뷰 대다수가 대표에 대한 얘기였다. 면접 때 과하게 사생활을 캔다거나, 정치 성향을 보는 사전 질문지를 작성하게 한다거나. 웃긴 점은 대표가 안 좋은 리뷰에는 장문의 답글을 다는데, 자기 생각이 굉장히 강하면서도 그만큼 사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보다도 대표가 과연 어떤 사람일까가 궁금해서 면접을 보게 됐다. 집에서 1시간 20분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이걸 보러가다니


5. 도착하자마자 회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담긴 파일을 보여줬다. 대표의 이력과 회사의 연혁 등이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중간중간에 대표의 가치관과 비전으로 보이는 글귀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기억나는 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유명 글귀였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6. 이후 대표와의 면담 전에 30분 간 면접 전 질문지를 주는데, 거기에는 데미안의 위 글귀와 관련하여, 내가 깨야 하는 세계는 무엇인지 물어보는 질문이 나온다. 솔직히 회사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허름한 사무실에 면접 응대 시스템도 잘 구축되어 있지 않았지만, 이 철학적인 문항을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그만큼 특별한 회사 같았다.


7. 차기 대선의 향방에 따른 생존 전략을 묻는 질문도 있었는데, 대표의 정치 성향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고, 어떤 성향의 사람을 뽑고 싶어 하는지도 보였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과연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치 성향이 뚜렷한 색깔의 지원자를 원하는 걸까. 대표에 대해서 더욱 궁금해졌고 그가 원하는 답변을 적어냈다. 면접인데 떨리기는커녕 면담이 기다려질 정도로 두근거렸다.


8. 마침내 대표와 마주하게 됐다. 아. 망했다. 아직 인사를 하기도 전인데 느낌이 왔다. 망했구나. 사실 나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편이다. 나름 개방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만큼 어떤 사람에 대해서 외모만 보고 평가하지 않는다. 근데 왜 나는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망했다고 생각한 걸까.


9. 나름 적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참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지냈다. 그러면서 깨달은 점은, 어떤 사람을 굳이 평가하지 않더라도 나와 잘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첫인상부터 남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아직 40이 되려면 시간이 있지만, ‘사람은 40살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에는 깊이 공감한다. 외모와 관계없이 그 사람 성향의 많은 부분이 인상에서 자연스레 드러난다는 것이다.


10. 대표의 굳게 다문 입술과 강렬한 시선, 험준한 표정은 마치 범죄자를 취조하기 위해 나온 형사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면접을 보는데 내 경험에 대해서도 본인이 단정적으로 딱 잘라 얘기하는 태도를 보면서 어안이 벙벙해지지도 않았다. 이미 대화를 나누기 전에도 느꼈던 그 감각은 진짜였다.


11. 기억에 남는 멘트는 “xx 씨는 지금 나한테 뽑아달라고 절 해야 할 것 같은데”와 “면접 보면서 내 밑에서 일하고 싶어 졌어요? 나한테 배울 게 많을 것 같은데. 그런 판단이 들 정도의 수준이라면 저도 xx 씨한테 관심 있어요” 아. 이 사람은 분명 성공할 사람이다. 자기만의 길이 확고하고, 가는 길에 있는 모든 장애물을 거침없이 부수며 나아갈 사람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자기 옆에서 함께하는 사람보다 뒤에서 열심히 군말 없이 따라오는 사람이 더 필요할 것 같다.


12. 아니다 다를까. 면접 마지막 즈음에 이런 질문도 나왔다. “내 밑에서 일하면 어떨 것 같아요?” 나는 내 진짜 속마음과 달리 면접 내내 나를 포장하고,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포장했다. 왜냐면 지금 이 시간도 소중했기 때문에. 나는 사회초년생 때도 일부러 시간 내어 내가 원하는 근로조건보다 떨어지는 기업의 면접을 보곤 했다. 합격여부와 관계없이 면접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신선한 자극이 되고, 배우는 게 많기 때문이다.


13. 면접 내내 열심히 방어를 했는데 마지막 질문에는 빈 말이라도 흔쾌히 하기 어려웠다. “어,, 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뒤늦게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이긴 했지만, 그 순간 우리는 서로가 각자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으라. 그렇게 우리는 조용히 결정을 내렸다.


14. 서로의 FIT이 안 맞았을 뿐 나는 이 회사가 나름 잘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표가 처음부터 모든 걸 일궈서 시작한 만큼 추진력과 실행력이 남다르고, 자기만의 철학도 확고해서 위기에 휘청거릴지언정 넘어져서 포기하는 일은 없을 테다. 모든 사람이 나와 같지는 않을 테니까.


15. 사실 까탈스럽기로는 나만큼 유별난 사람도 드물 것이고, 저년차에도 나만큼 자기주장이 강하고 피드백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전 회사에서 느꼈듯이, 회사라는 공간에서 주도해서 성취를 느끼고 싶어 하는 욕망이, 누군가에는 분명 불편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내가 처음 이 회사에 걸었던 기대는, 대표가 강성이라도 내 얘기도 들어주는 사람이라면 일해도 괜찮을 것 같다였다. 그만큼 나만큼 자아가 강해 부리기 어려운 직원도 없을 것이다. 다만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있는 만큼, 나도 내가 원하는 회사가 있다.


16. 이 이후로 채용공고를 살피는 부담이 다소 줄어든 감이 있다. 인원 수가 영세한 기업은 아예 거르게 된 것이다. 소규모의 회사일수록 대표와의 FIT이 크게 작용하는 것을 이번 기회에 몸소 느꼈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서 사업에 실패한 만큼, 이번에는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전략을 세우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내가 100프로 원하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부분에서 타협할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 계속 올 것이다. 다만 바라건대, 나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이해해 주는 곳이면 좋겠다.


17. 음.. 내 예상과 다르게 쓸 말이 굉장히 많았나 보다. 다른 기업들 후기도 이번에 다 같이 정리하려고 했는데 나머지는 분량 상 다음 편에 실어야 할 것 같다.


* 이 글은 필자의 개인 경험에 기반한 주관적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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