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도 도망치고 싶어요


3명의 팀원을 데리고 있던 팀장이었다.

그러다 하루아침에 20명을 이끄는 파트장이 되었다.

기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잘 해보고 싶은 마음 가득안은 출근길이었다.

몇해 전 1월 2일, 출근하여 잔뜩 들뜬 마음으로 새로운 자리를 정리중이었다.

똑똑똑.

“파트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제가 작년부터 고민이 많았는데, 제게 쉴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헉. 갑자기 왜?

너무 놀라서 말이 안나왔다.

진심으로 신뢰했던 친구였고, 함께 잘 해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너무 들뜬 탓이었는지, 그래서 너무 감정이 뚝 떨어졌는지 눈물도 떨어졌다.

울면서 붙잡았다. 날 떠나는 남자도 붙잡은 적이 없건만. 직원을 붙잡게 될 줄이야.

내가 너무 감정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안돼… 네가 가면 정말…”

그 말 밖에 안나왔다.

그 다음날, 또 다른 팀원이 찾아와 퇴사 의사를 밝혔다.

1년차 신입이었다.

공공기관 시험을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황당했다.

하루 사이에 두명이나.

심지어 새로운 직책을 맡고 난 이후 그 이틀 사이에.

‘내가 그렇게 별로였나.. 어떻게 이렇게 새로운 직책을 맡고 난 직후에…’

스스로를 자책했다



나는 이제 막 파트장이 되었을 뿐인데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왜 아무도 미리 말해주지 않았을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파트장이라고 회사에서 마련해준 업무실 안에서

파트원들에게 공개 불가한 회사 내부의 주요 정보를 다루거나

비공개 회의를 진행할 줄 알았건만…

혼자 가만히 앉아 이런저런 생각으로 나를 탓하고, 괴롭히고 있었다.

잠깐 ‘리더가 된다는 게 이런걸까?’ 생각도 들었지만, 마냥 괴로워 할 시간도 없었다.

새로운 업무를 쳐내야 했고, 당장 나간다는 팀원들을 붙잡고 실무들을 놓치지 않게 해야했고, 갑자기 무너져버린 팀을 다시 만들어갈 책임도 져야 했다. 마냥 괴로워 할 수도 없다. 그냥 할 일을 해야 한다. 나아가야 한다.

공공기관을 준비하겠다는 1년차 신입에게는

“너의 꿈을 응원하지만, 회사에서의 마지막은 책임 있게 정리해줬으면 좋겠다”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행히 그 친구와는 평소에 라포 형성을 좀 해두었기에 대화가 수월했고, 나의 (그리고 회사의) 입장도 이해해주었다. 마냥 MZ들이 책임감 없다고 하지만, 그것도 사실 아니다. 상황 설명하면 다들 이해한다.
그는 퇴사 시점을 조율하며, 남은 기간 동안 성실히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함께 울었던 3년차 직원과는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팀이 너무 힘든 상황이고,
네가 떠나면 정말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지금 솔직히 너무 괴롭다.
그러니 조금만 더 있어줄 수 있냐고 말했다.

이런말 하기 그렇지만, 사실 평소에 꽤 사무적인 나이기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던 내 모습에 놀랐던 것 같다. 그는 놀라고 미안해했다.
이어 “다른 팀원까지 퇴사를 이야기한 줄 몰랐다”며.
그날 이후 그는 자리를 지켜줬고, 지금까지도 함께 일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동시에 뛰었다.
헤드헌터에게 연락해 새 인력을 알아보고,
가망 있는 인재를 인터뷰하고,
기존에 퇴사했던 5년차 직원에게 연락해
비공식 재입사 의사를 타진했다.

또 한편으로는
나의 빈자리를 채워줄 팀장 포지션도 구해야 했다.
헤드헌터, 채용 공고, 내부 추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몇 해가 지난 지난 지금,

그 팀은 당연히 정상작동 하고 있다.

새로운 팀장은 잘 적응하여 이제 기존의 업무뿐 아니라 별도 독립 프로젝트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인원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때 나를 떠나려 했던 팀원은 성향적으로 맞지 않았던 영업을 맡기지 않고, 마케팅 팀으로 이동시켜 팀의 핵심 멤버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 사건은 고비라고 하기에는 너무 귀엽다.

그런 일에 막 가슴아파하고 힘들어했던 그때의 나도 너무 하찮(?)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다.

중간관리자가 익숙해진 지금은 조그만 고비도, 큰 고비도, 중간 사이즈 고비들도 매일같이 찾아온다.

나는 여전히 종종 회사에서 도망치고 싶기도 하다.

도망치고 싶은건 사원 뿐만이 아니다.

MZ 파트장인 나도 크고 작은 고비들에서 도망치고 싶고, 어리광도 부리고 싶고, 투정도 부리고 싶다.

그래도 매일 아침 책상 앞에 앉아서

책임져야 할 업무들을 정리하고,

보고내용을 정리하고,

팀원들의 일정을 살피고,

결정해야 할 일들을 결정하고

미처 살피지 못한 일들이 있는 건 아닌지 무서워한다.

뭔가 대단한 리더는 아니어도

그냥 나에게 당당하게 일하고 싶을 뿐이다.

나에게 창피하고 싶지 않고,

나에게 미안할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스스로 그렇게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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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팀원을 데리고 있던 팀장이었다.

그러다 하루아침에 20명을 이끄는 파트장이 되었다.

기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잘 해보고 싶은 마음 가득안은 출근길이었다.

몇해 전 1월 2일, 출근하여 잔뜩 들뜬 마음으로 새로운 자리를 정리중이었다.

똑똑똑.

“파트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제가 작년부터 고민이 많았는데, 제게 쉴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헉. 갑자기 왜?

너무 놀라서 말이 안나왔다.

진심으로 신뢰했던 친구였고, 함께 잘 해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너무 들뜬 탓이었는지, 그래서 너무 감정이 뚝 떨어졌는지 눈물도 떨어졌다.

울면서 붙잡았다. 날 떠나는 남자도 붙잡은 적이 없건만. 직원을 붙잡게 될 줄이야.

내가 너무 감정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안돼… 네가 가면 정말…”

그 말 밖에 안나왔다.

그 다음날, 또 다른 팀원이 찾아와 퇴사 의사를 밝혔다.

1년차 신입이었다.

공공기관 시험을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황당했다.

하루 사이에 두명이나.

심지어 새로운 직책을 맡고 난 이후 그 이틀 사이에.

‘내가 그렇게 별로였나.. 어떻게 이렇게 새로운 직책을 맡고 난 직후에…’

스스로를 자책했다



나는 이제 막 파트장이 되었을 뿐인데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왜 아무도 미리 말해주지 않았을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파트장이라고 회사에서 마련해준 업무실 안에서

파트원들에게 공개 불가한 회사 내부의 주요 정보를 다루거나

비공개 회의를 진행할 줄 알았건만…

혼자 가만히 앉아 이런저런 생각으로 나를 탓하고, 괴롭히고 있었다.

잠깐 ‘리더가 된다는 게 이런걸까?’ 생각도 들었지만, 마냥 괴로워 할 시간도 없었다.

새로운 업무를 쳐내야 했고, 당장 나간다는 팀원들을 붙잡고 실무들을 놓치지 않게 해야했고, 갑자기 무너져버린 팀을 다시 만들어갈 책임도 져야 했다. 마냥 괴로워 할 수도 없다. 그냥 할 일을 해야 한다. 나아가야 한다.

공공기관을 준비하겠다는 1년차 신입에게는

“너의 꿈을 응원하지만, 회사에서의 마지막은 책임 있게 정리해줬으면 좋겠다”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행히 그 친구와는 평소에 라포 형성을 좀 해두었기에 대화가 수월했고, 나의 (그리고 회사의) 입장도 이해해주었다. 마냥 MZ들이 책임감 없다고 하지만, 그것도 사실 아니다. 상황 설명하면 다들 이해한다.
그는 퇴사 시점을 조율하며, 남은 기간 동안 성실히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함께 울었던 3년차 직원과는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팀이 너무 힘든 상황이고,
네가 떠나면 정말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지금 솔직히 너무 괴롭다.
그러니 조금만 더 있어줄 수 있냐고 말했다.

이런말 하기 그렇지만, 사실 평소에 꽤 사무적인 나이기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던 내 모습에 놀랐던 것 같다. 그는 놀라고 미안해했다.
이어 “다른 팀원까지 퇴사를 이야기한 줄 몰랐다”며.
그날 이후 그는 자리를 지켜줬고, 지금까지도 함께 일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동시에 뛰었다.
헤드헌터에게 연락해 새 인력을 알아보고,
가망 있는 인재를 인터뷰하고,
기존에 퇴사했던 5년차 직원에게 연락해
비공식 재입사 의사를 타진했다.

또 한편으로는
나의 빈자리를 채워줄 팀장 포지션도 구해야 했다.
헤드헌터, 채용 공고, 내부 추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몇 해가 지난 지난 지금,

그 팀은 당연히 정상작동 하고 있다.

새로운 팀장은 잘 적응하여 이제 기존의 업무뿐 아니라 별도 독립 프로젝트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인원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때 나를 떠나려 했던 팀원은 성향적으로 맞지 않았던 영업을 맡기지 않고, 마케팅 팀으로 이동시켜 팀의 핵심 멤버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 사건은 고비라고 하기에는 너무 귀엽다.

그런 일에 막 가슴아파하고 힘들어했던 그때의 나도 너무 하찮(?)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다.

중간관리자가 익숙해진 지금은 조그만 고비도, 큰 고비도, 중간 사이즈 고비들도 매일같이 찾아온다.

나는 여전히 종종 회사에서 도망치고 싶기도 하다.

도망치고 싶은건 사원 뿐만이 아니다.

MZ 파트장인 나도 크고 작은 고비들에서 도망치고 싶고, 어리광도 부리고 싶고, 투정도 부리고 싶다.

그래도 매일 아침 책상 앞에 앉아서

책임져야 할 업무들을 정리하고,

보고내용을 정리하고,

팀원들의 일정을 살피고,

결정해야 할 일들을 결정하고

미처 살피지 못한 일들이 있는 건 아닌지 무서워한다.

뭔가 대단한 리더는 아니어도

그냥 나에게 당당하게 일하고 싶을 뿐이다.

나에게 창피하고 싶지 않고,

나에게 미안할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스스로 그렇게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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