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이야기들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어떤 부분이 힘들었을까? 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근래에도 많이 회사 내부에서는 회자되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시장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는 나름 충격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기능이 필요할까에 대해 시장조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지역 담당자들에게 각 지역에 속한 고객의 의견을 청취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죠. 담당자들은 고객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게 됩니다.
실제 유효한 의견을 수집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3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 기능이 필요한가요?라고 묻는 경우는 당연히 없을 것이라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제가 사회 초년생으로서 저보다 선임 선배들과 의견청취를 나가면 대부분 저렇게 물어봐서… 나름 충격을 먹었었네요.
그들의 논조는 있습니다.
“어차피 필요한 기능이다”, “고객에게 하나라도 더 나은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 제품은 수준이 떨어지니 머라도 넣어야 한다” 등등이었습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닐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한데 저런 생각이었다면 구태여 의견 청취를 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자기 방어이자 업무태만이라고 저는 생각하네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면, 기능 필요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아니요라고 답변을 주는 고객은 몇이나 될까요? 저렇게 물었으면서 위에 언급하지 않은 또 다른 변명도 있었습니다. 이 고객은 나랑 정말 친해서 솔직히 대답해주는 사람이야…. 흠… 고객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참인지 아닌지가 갈라지겠지만 마찬가지로 유효한 답변이라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질문을 어떻게 할지 고려해봐야 합니다. 1차원적인 질문으로는 시장조사가 될 수 없어요. 회사의 전략부서가 질문을 정해줄 수도 있겠지만 중기에서는 전략부서가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답을 아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 문장으로는 어렵습니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시면서 불편하신 것이 있나요?부터 시작해서 그 기능으로 몰아가는 논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입에서 그 기능이 언급되었을 때… 더 유효한 데이터를 만들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노이즈를 지우는 기능의 추가 건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이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3D 노이즈 저감이라고 해서 고가의 기능이 있습니다. 이 기능이 필요한가에 대해 고객의 입에서 먼가 더 효과적인 노이즈 저감 필터가 필요해요라고 언급이 된다면, 우리는 하나 더 물어볼 수 있게 됩니다. 이거 단가가 좀 올라갑니다라고 하면서 화끈하게 몇 퍼센트 정도를 던져보는 거죠. 당연히 고객은 처음에 던진 숫자가 몇이든 간에 그건 좀 곤란합니다라고 답변할 겁니다. 더 낮출 수 있는 포인트를 찾고 있어요라고 하면서 마무리하면 기능의 필요를 넘어 추가로 단가 인상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가늠 포인트도 도출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형적인 거짓말 패턴도 있습니다. 영업사원으로서 가장 쉽게 거짓말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제가 지금까지 느낀 것 중 하나는 경쟁사의 단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단가도 아닌 경쟁사의 단가… 가 거짓말하기가 가장 좋습니다.
예를 들어 상사가 A회사 제품의 단가는 얼마니?라고 물어봤을 때 물론 정확히 알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몇몇 분들은 무조건 자사의 제품단가보다 낮게 부릅니다. 우리 제품이 1000원이라면 경쟁사 제품은 800원이라고 하는 거죠. 이렇게 던지면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거든요.
경쟁사 대비하여 우리 단가가 높으니 만약 상급자들이 우리 단가를 100원이라도 낮춘다면 더 낮은 단가로 판매할 수 있게 되니 좀 더 편하겠죠? 단가를 그래도 낮춰주지 않아서 경쟁에서 행여 지기라도 한다면 이미 보고 했듯이 단가 차이라고 변명하면 되니까요.
만약 1000원으로 경쟁에서도 이겼다면 이런 극한 환경에서도 나는 실적을 내는 영업인이다라고 어필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경우라도 절대 손해보지 않으니 경쟁사 단가는 그 실체가 무엇이든 간에 낮게 부르면 소위 장땡입니다.
이런 분들을 많이 봤는데 금방 들통나더군요. 그 금방이 10년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들통은 납니다. 정확한 정보를 회사에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을 했으면 하네요.
파트너십이란?
반도체 쪽에 있습니다. 한 회사의 반도체로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완제품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RDK라고 부르는 데모 보드를 만드는데 완제품과 거의 같은 기능이 구현되도록 만들어진 보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소 복잡한 듯 하지만 저희 회사의 반도체는 카메라에 사용되는 제품입니다. 즉 저희가 RDK를 만들면 카메라의 형태라는 거죠.
카메라는 크게(아주 간단히) Image sensor, Signal Processor, Transmitter로 구성됩니다. 저 하나하나가 반도체인 겁니다. 물론 어떤 영상을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따라 메모리가 붙게 되고 전원 공급을 위한 전원 공급 반도체가 추가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여하튼 여러 반도체들이 연결되어야 카메라라는 제품이 만들어진다고 보시면 되지요.
그러니 우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서라도 카메라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반도체 회사들과 연계해야만 고객에게 영상이라도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헉헉… 길게 설명했지만 반도체 영업을 할 때 첫 발은 바로 파트너십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반도체가 아니더라도 시너지를 기대하면서 공동 마케팅을 하는 사례는 너무도 많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은 산업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무너진 경계에서 이득을 얻는 가장 기초이자 확실한 방법이 바로 파트너십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다시 예전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파트너십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윈윈이라고들 쉽게 이야기합니다. 그도 이득을 보고 나도 이득을 보고… 한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비즈니스 관련 서적들을 보다 보면 성공한 사람의 입장에서만 이야기가 서술되기 때문에 대부분 어떻게 그런 거래가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모호한 측면도 있고 머가 윈윈이지? 하는 생각도 들고… 보편화할 만한 조건들이나 심지어 마음가짐조차도 불분명하다고 느꼈습니다.
전 파트너십의 핵심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 그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뚜렷하고 명확하다면 내가 줄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도 처음부터 명확하게 설정하고 회의 석상에 들어가야 합니다.
제가 파트너십을 포함하여 고객과 미팅을 갈 때 가장 가장 싫어하는 마음가짐이자 멘트가, “머라고 하는지 일단 들어보자”입니다. 좀 세게 표현하면 10에 9는 초기 미팅에 이런 식입니다. 저와 함께 일하고 저보다 늦게 들어온 후임들에게도 이러지 말라고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과장급이 되면 저렇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흠… 준비 안 한 사람들의 변명 정도가 아닐까요? 물론 뜬금없이 보자고 할 때도 있습니다. 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서 일단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중소기업에서는 극히 드물지 않을까 합니다. 주로 제가 제안하는 쪽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뜬금없는 경우 역시 그들의 사업영역이나 최근의 행보 등을 체크해보면 대략 짐작이 가는 바 1-2개는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얻고자 하나? 무엇을 줄 수 있나를 상정하고 파트너십 미팅에 들어가야 합니다. 줄 수 있는 카드를 3-4개 준비하고 Bottom line을 설정하세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줄 수 있는 카드가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가지고 와야 하나입니다. 그 레벨도 설정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최선, 보통, 그래도 하면 나은 정도의 3단 계면 충분합니다. 저도 매번 이렇게 준비하고 들어가지는 않습니다만 10년 넘게 이 일을 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몇 개는 반드시 준비해서 들어갑니다.
상정 범위 외에서 안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답하기 곤란하다면 그건 상급자가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하고 미팅을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2차 미팅은 이제 정보가 충분하니 누가누가 더 많이 가져오나의 싸움이거든요.
파트너십 미팅이 망쳐지는 경우와 상급자 레벨에서 합의해서 진행되는 Co-개발, 프로모션이 망가지는 것은 별개입니다만 내부를 보면 유사할 수도 있습니다. 저렴하게 표현하면 서로서로 지들 이야기만 해서 깨지는 거거든요..
초기 미팅에서는 안 주고 많이 가져오려고 해서 망가지는 경우가 많고 진행되다가 안 되는 경우는 이제 합의했으니 우리는 최소한으로 일하고 상대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일하게 만들려고 하다가 망치는 경우입니다. 후자의 경우는 갑을이 이제 좀 더 명확하게 설정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실무선에서의 작은 이기심(?)이 걸러지지 못하고 양사에 전달되고 보고되는 내용들이 담당자들의 왜곡된 시각으로 각색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매니저로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파트너십임에도 우리가 갑이에요라고 묻는 담당자들이 많았다는 것, 전부 상대 책임이라고 컴플레인했던 것들, 혹은 왜 우리가 더 많이 일해요라고 물어보는 동료들이 항상 발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러저러해서 이렇게 진행한다. 우리 회사에 이런 이득이 된다니까라고 설명하고 시작하지만 저의 설명이 부족해서 혹은 리소스가 부족해서 안 되는 경우들이 동인을 상실케 하기도 하지요.
중소업체들의 경영진과 만나면 파트너십이 작은 회사에서 가당키나 하냐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습니다. 그냥 우리가 하는 것이 편해라는 추가 멘트도 딸려오지요.
우리가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한계를 돌파하려면 쉬운 길을 고집해서는 안된다라는 말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1조를 할 거야라는 높은 이상도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비즈 환경에서 저는 파트너십이 가장 쉬운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 일의 성공에 우리의 지분이 꽤 들어있으니까요. 파트너십의 성공 = 금전적 이익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파트너십 성공의 이력, 프로모션으로는 0은 존재하지 않으니 비물질적인, 마케팅적인 이득은 반드시 된다고 생각합니다.
욕심을 줄이자… 이런 이야기하는 거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바만 가져오고 줄 수 있는 거는 주자입니다.
흠…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파트너십은 항상 공짜는 아닙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 그들의 비즈모델이라면 페이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누구는 공짜로 진행하는 파트너십이지만 누구는 유료 모델을 가져가기도 하거든요. 우리가 이런저런 이득을 제공하는데 무료로 해줘라고 이야기는 할 수 있습니다만 난 공짜만 해는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회사와의 코웍의 경우 아시아권에서는 공동 프로모션이라고 엮어두면 제약은 있습니다만 무상인 경우가 있죠. 한데 유럽권에서는 공동 프로모션이라도 소프트웨어 회사의 비즈모델이 인력 투입임으로 무상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무상이야 in Asia겠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코웍하고자 한 이유와 목적은 무상이어야만 했던 건가요?
영업인의 자세일 수도
커리어 빌드업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어떤 어떤 기술을 익혀라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입사한 분들께 신입사원 OJT를 하는데 영업마케팅 부분을 포함하여 제가 맡고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딱히 전문적인 지식 전달은 아니라서…. 저희 부서원들은 정신교육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하는 질문 중에 하나가(거의 애드리브 수준으로 진행해서 저 질문을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습니다) 돈을 버는 일에 있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입니다. 답변은 각양각색입니다. 자기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는 이도 있고, 교과서적으로 제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고… 다 필요 없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 질문은 당연히 답은 없습니다. 단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인지하기를 바라는 맘 정도입니다.
커리어는 경력을 의미합니다. 경력을 빌드업한다는 이야기는 경력을 계속 유효하게 유지한다고 볼 수 있고 혹은 경력을 업그레이드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경력을 만드는 방법 역시 크게 두 가지입니다. 영업 경력과 마케팅 경력, 혹은 재무회계 경력 등과 같이 수평적으로 다양하게 많은 경력을 갖는 방법과 한 두 분야에서 장인 수준의 능력을 계속 갖춰가는 수직 구조로의 업그레이드가 존재할 듯하네요.
이 전 꼭지에서 Generalist와 Specialist의 이야기를 했었는데 유사합니다. 수평적으로 경력을 늘리면 제네럴 쪽에 가까워지는 것이고 수직을 택한다면 스페셜 쪽이 된다고 이해하시면 될 듯하네요. 저는 얼마 전까진 확실히 스페셜리스트였습니다. 작은 기업이지만 영업/마케팅 쪽을 줄곧 해왔고 작지만 성과도 만들어서 순조롭게 승진도 한 경우였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제네럴 쪽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데 중소업체의 특성 중 하나지만 저에게 영업/마케팅 외의 일을 맡기는 경우도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경력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해보겠습니다.
중소업체에 들어오신 분들은 대부분 조급합니다. 어쩌면 회사도 조급할 수도 있고요.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도 많아서 당장 실전 투입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는 회사에 맞춰야 합니다. 회사에서 돈을 주니까요.
또다시 별개의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의식의 흐름으로 글을 쓰다 보니 항상 이렇게 되네요.. 그 돈이 얼마이든 회사가 우리를 바라보는 가치가 그 정도임을 항상 기억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가치를 올리는 것이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점이겠지만 회사 내를 돌아보세요. 당신이 받고 싶어 하는 가치를 받고 있는 사람이 몇 살이고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인지를 꼭 살펴보셔야 합니다. 나는 1억을 받고 싶은데, 회사에서 1억을 받는 사람이 사장 한 명이라면… 사장이 되어야 하는 거죠. 그 기업에서는 당신이 받고 싶어 하는 금액을 당분간은 못 줄 겁니다. 회사가 커지고 1억을 받는 사람이 늘어야 당신에게 기회가 올 수 있고, 혹은 사장을 제외한 첫 번째 1억을 받는 직원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첫 번째를 할 수 있는지도 한 번 생각해보세요. 우리의 능력은 아마도 될 겁니다. 회사는 작은 사회라서 처음 소위 치고 나가는 사람을 다들 손뼉 치며 응원하지는 않거든요. 마찬가지로 답은 없습니다. 그저 이런 부분을 생각해보고 일에 임하는 것과 그저 흘러가는 데로 하루하루 지내는 것은 큰 차이로 나타나게 되거든요.
또 말이 새 버렸습니다. 조급함에 대한 이야기였죠. 당장의 결과는 실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2-3년 경력을 가지신 분들의 화려한 이력서를 보면 실소가 나오는 경우가 태반인데요… 경력 2-3년 정도가 100억 매출을 했다… 회사의 시스템을 바꿔냈다…라고 적혀있는데… 누가 그렇게 가르치는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대부분 어떤 프로젝트에 참가한 인원 중 하나 일 것이고… 가급적 저는 그 프로젝트에서 사소한 것이라도 무엇을 했는지 상세히 적혀 있는 이력서를 선호하기는 합니다.
여하튼 입사한 후에도 빠른 실적을 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다 보면 그 회사에서만 유효한 경험, 어쩌면 그 직급에 맞는 경험만 늘게 됩니다.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이 더욱 낫습니다. 당장은 실적이 최고는 아니더라도(크게 실수 안 하면 중소업체라도 머라고 안 합니다) 그 일이 어떤 의미인지 내가 무엇을 힘들어했고 매 순간 나의 상급자나 결정권자들이 어떤 판단을 하는지를 지켜보고 경험화 시키는 것이 훨씬 더 값집니다.
초기에 도움이 되었던 일 중 하나는 A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데 어떻게 흘러가는지, B라는 판단을 결정권자가 내렸는데, 나라면 어떨지 생각해보고 메모해둔 후에 결과가 나오면 내가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체크해보는 거였습니다. 간접경험 임지만 실제 프로젝트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으니 전 엄청 흥미진진하다고 느꼈거든요.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과 중소에서 일하는 것의 차이는 이런 부분입니다.
화살표를 만든다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대기업 역시 화살표를 만들지만 외곽선을 그리는 일만 보더라도 누가 그렸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미 그려져 있지요…. ㅎㅎ 이제 화살표 내부를 색으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아마도 한 점을 담당하시게 될 겁니다. 화살표인지 알면 좋고 몰라도 일단 점은 채우실 수 있을 겁니다. 이 화살표가 움직입니다. 못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한데 화살표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하고 점을 잘 채웠다고 포상도 줍니다.
극단적이겠지만 점 채우기 스페셜리스트가 돼가고 계십니다.
같은 일을 중소기업에서 하면 어떨까요? 먼저 좋은 부분만 보겠습니다.
화살표 전체가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화살표의 모양을 그려보라고 하기도 합니다. 화살표 전체가 보이고 연차가 부족하더라도 점이 아닌 선을 그리라고 요청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점을 찍으라는 오더를 받는 경우에도 화살표를 맘만 먹으면 볼 수도 있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조금만 알아보면 연차가 부족하더라도 정보는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를 다니다가 대기업으로 이직한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과 퇴직 전 식사라도 한 끼 하면 “뱀의 머리가 되느니 용의 꼬리가 되겠다”라는 출사표를 던지고 이직을 하더라고요.
물론 만족하고 다니는 친구들도 있고 몇몇은 돌아오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성향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용의 꼬리는 좋은데, 어디로 가는지를 모르겠어, 꼬리가 앞으로 가려고 너무 흔들려서 그 점이 맞게 찍히지 않고 계속 점만 다른 곳에 찍는 느낌이야라고 이야기한 친구도 있네요.
중기업의 같은 경우에 나쁜 점은 무엇일까요? 생각보다 연차도 부족하고 내 전문도 아닐 수도 있는 일에 투입되는 일이 꽤 있다는 점입니다.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일단 투입시키고 보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정말 별로인 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현장에서 배워라….. ㅡ_ㅡ;; 멀 배웠어야 현장에서 배우죠… 어느 정도는 교육을 받아야 현장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배운 만큼,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그래서 멀 배운 것 같지도 않은데 시간은 흘러가고 이도 저도 아닌 경력만 쌓이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대기업에서는 머라도 스페셜리스트가 돼가는 느낌이 있고 페이도 받으니 만족도에서 큰 차이가 나게 되는 계기도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할 것인지의 목표가 뚜렷해야만 중기업에서의 경험들을 경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고 이 경력을 지속적으로 빌드업할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들을 제외하고 중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이직은 무조건 훌륭한 경력을 증명까지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에 속하는 회사들의 면접을 많이 봤었는데… (결과는 10에 9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적어놓은 경력을 어떻게든 면접 상황에서 증명해야 합니다. 그걸 하려면 제대로 된 경험을 하는 것이 전제가 되거든요.
좀 두서없었는데,
중기업은 기본적으로 인력이 부족하고 시스템이 충분히 좋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것저것 잘하는 인원,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합니다. 멀티플레이어가 말이 좋아 멀티플레이 어지 자칫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그 회사에서만 선호하는 경력만 만들게 되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 일을 한다는 것에서도 기회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이게 기횐지(내 경력에 보탬이 될지) 아닌지(회사의 녹을 받는 사람으로서 그저 해야만 하는 일인지)를 판단하려면 내 경력의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회 분별력이 커리어 빌드업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마지막으로, 제가 중소기업을 다녀서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경력을 가진 것을 좀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전 지금 와서야 별거 아녔구나라고 생각하지만 단 한 번도 제 경력의 핵심인 영업/마케팅 분야에 관해 회사에서 멀 가르쳐 준 적이 없었습니다. 기술 관련은 멘토분들이 많지만 영업/마케팅은 다 각자 일들이 많으셔서 설명을 해주시거나 교육을 해주신 분들은 없었거든요.
그리고 이상하게 저는 항상 신사업 파트에 고용이 되었습니다. ㅎㅎ 즉 멘땅에 헤딩이었거든요.
그래서 아무것도 없을 때 초기 정보를 구하고 어떻게 이 시장을 공략/포기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있습니다. 정말 별거 아닌데… 이 방법이 맞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만 이 방법을 수행하면서 들어오는 정보들을 분석하면서 방향성을 제고하고 목표까지 달성하는 것은 나름 자신 있네요.
이게 범용적으로 나쁘지 않은지는… 컨설팅 부업을 하면서 조금 느낄 수 있었는데 결과가 나름 잘 나오더군요… ㅎㅎ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기업이 좋았던 것은(여전히 탈출을 꿈꾸지만요…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네요) 내가 공부한 지식이 어떻게 쓰이는지 그 결과까지 현장에서 검증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만큼의 유연성이 회사에 있다는 거지요.
뽀야아빠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gisado76
전형적인 이야기들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어떤 부분이 힘들었을까? 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근래에도 많이 회사 내부에서는 회자되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시장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는 나름 충격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기능이 필요할까에 대해 시장조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지역 담당자들에게 각 지역에 속한 고객의 의견을 청취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죠. 담당자들은 고객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게 됩니다.
실제 유효한 의견을 수집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3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 기능이 필요한가요?라고 묻는 경우는 당연히 없을 것이라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제가 사회 초년생으로서 저보다 선임 선배들과 의견청취를 나가면 대부분 저렇게 물어봐서… 나름 충격을 먹었었네요.
그들의 논조는 있습니다.
“어차피 필요한 기능이다”, “고객에게 하나라도 더 나은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 제품은 수준이 떨어지니 머라도 넣어야 한다” 등등이었습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닐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한데 저런 생각이었다면 구태여 의견 청취를 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자기 방어이자 업무태만이라고 저는 생각하네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면, 기능 필요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아니요라고 답변을 주는 고객은 몇이나 될까요? 저렇게 물었으면서 위에 언급하지 않은 또 다른 변명도 있었습니다. 이 고객은 나랑 정말 친해서 솔직히 대답해주는 사람이야…. 흠… 고객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참인지 아닌지가 갈라지겠지만 마찬가지로 유효한 답변이라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질문을 어떻게 할지 고려해봐야 합니다. 1차원적인 질문으로는 시장조사가 될 수 없어요. 회사의 전략부서가 질문을 정해줄 수도 있겠지만 중기에서는 전략부서가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답을 아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 문장으로는 어렵습니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시면서 불편하신 것이 있나요?부터 시작해서 그 기능으로 몰아가는 논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입에서 그 기능이 언급되었을 때… 더 유효한 데이터를 만들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노이즈를 지우는 기능의 추가 건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이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3D 노이즈 저감이라고 해서 고가의 기능이 있습니다. 이 기능이 필요한가에 대해 고객의 입에서 먼가 더 효과적인 노이즈 저감 필터가 필요해요라고 언급이 된다면, 우리는 하나 더 물어볼 수 있게 됩니다. 이거 단가가 좀 올라갑니다라고 하면서 화끈하게 몇 퍼센트 정도를 던져보는 거죠. 당연히 고객은 처음에 던진 숫자가 몇이든 간에 그건 좀 곤란합니다라고 답변할 겁니다. 더 낮출 수 있는 포인트를 찾고 있어요라고 하면서 마무리하면 기능의 필요를 넘어 추가로 단가 인상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가늠 포인트도 도출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형적인 거짓말 패턴도 있습니다. 영업사원으로서 가장 쉽게 거짓말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제가 지금까지 느낀 것 중 하나는 경쟁사의 단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단가도 아닌 경쟁사의 단가… 가 거짓말하기가 가장 좋습니다.
예를 들어 상사가 A회사 제품의 단가는 얼마니?라고 물어봤을 때 물론 정확히 알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몇몇 분들은 무조건 자사의 제품단가보다 낮게 부릅니다. 우리 제품이 1000원이라면 경쟁사 제품은 800원이라고 하는 거죠. 이렇게 던지면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거든요.
경쟁사 대비하여 우리 단가가 높으니 만약 상급자들이 우리 단가를 100원이라도 낮춘다면 더 낮은 단가로 판매할 수 있게 되니 좀 더 편하겠죠? 단가를 그래도 낮춰주지 않아서 경쟁에서 행여 지기라도 한다면 이미 보고 했듯이 단가 차이라고 변명하면 되니까요.
만약 1000원으로 경쟁에서도 이겼다면 이런 극한 환경에서도 나는 실적을 내는 영업인이다라고 어필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경우라도 절대 손해보지 않으니 경쟁사 단가는 그 실체가 무엇이든 간에 낮게 부르면 소위 장땡입니다.
이런 분들을 많이 봤는데 금방 들통나더군요. 그 금방이 10년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들통은 납니다. 정확한 정보를 회사에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을 했으면 하네요.
파트너십이란?
반도체 쪽에 있습니다. 한 회사의 반도체로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완제품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RDK라고 부르는 데모 보드를 만드는데 완제품과 거의 같은 기능이 구현되도록 만들어진 보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소 복잡한 듯 하지만 저희 회사의 반도체는 카메라에 사용되는 제품입니다. 즉 저희가 RDK를 만들면 카메라의 형태라는 거죠.
카메라는 크게(아주 간단히) Image sensor, Signal Processor, Transmitter로 구성됩니다. 저 하나하나가 반도체인 겁니다. 물론 어떤 영상을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따라 메모리가 붙게 되고 전원 공급을 위한 전원 공급 반도체가 추가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여하튼 여러 반도체들이 연결되어야 카메라라는 제품이 만들어진다고 보시면 되지요.
그러니 우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서라도 카메라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반도체 회사들과 연계해야만 고객에게 영상이라도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헉헉… 길게 설명했지만 반도체 영업을 할 때 첫 발은 바로 파트너십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반도체가 아니더라도 시너지를 기대하면서 공동 마케팅을 하는 사례는 너무도 많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은 산업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무너진 경계에서 이득을 얻는 가장 기초이자 확실한 방법이 바로 파트너십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다시 예전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파트너십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윈윈이라고들 쉽게 이야기합니다. 그도 이득을 보고 나도 이득을 보고… 한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비즈니스 관련 서적들을 보다 보면 성공한 사람의 입장에서만 이야기가 서술되기 때문에 대부분 어떻게 그런 거래가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모호한 측면도 있고 머가 윈윈이지? 하는 생각도 들고… 보편화할 만한 조건들이나 심지어 마음가짐조차도 불분명하다고 느꼈습니다.
전 파트너십의 핵심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 그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뚜렷하고 명확하다면 내가 줄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도 처음부터 명확하게 설정하고 회의 석상에 들어가야 합니다.
제가 파트너십을 포함하여 고객과 미팅을 갈 때 가장 가장 싫어하는 마음가짐이자 멘트가, “머라고 하는지 일단 들어보자”입니다. 좀 세게 표현하면 10에 9는 초기 미팅에 이런 식입니다. 저와 함께 일하고 저보다 늦게 들어온 후임들에게도 이러지 말라고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과장급이 되면 저렇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흠… 준비 안 한 사람들의 변명 정도가 아닐까요? 물론 뜬금없이 보자고 할 때도 있습니다. 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서 일단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중소기업에서는 극히 드물지 않을까 합니다. 주로 제가 제안하는 쪽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뜬금없는 경우 역시 그들의 사업영역이나 최근의 행보 등을 체크해보면 대략 짐작이 가는 바 1-2개는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얻고자 하나? 무엇을 줄 수 있나를 상정하고 파트너십 미팅에 들어가야 합니다. 줄 수 있는 카드를 3-4개 준비하고 Bottom line을 설정하세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줄 수 있는 카드가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가지고 와야 하나입니다. 그 레벨도 설정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최선, 보통, 그래도 하면 나은 정도의 3단 계면 충분합니다. 저도 매번 이렇게 준비하고 들어가지는 않습니다만 10년 넘게 이 일을 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몇 개는 반드시 준비해서 들어갑니다.
상정 범위 외에서 안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답하기 곤란하다면 그건 상급자가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하고 미팅을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2차 미팅은 이제 정보가 충분하니 누가누가 더 많이 가져오나의 싸움이거든요.
파트너십 미팅이 망쳐지는 경우와 상급자 레벨에서 합의해서 진행되는 Co-개발, 프로모션이 망가지는 것은 별개입니다만 내부를 보면 유사할 수도 있습니다. 저렴하게 표현하면 서로서로 지들 이야기만 해서 깨지는 거거든요..
초기 미팅에서는 안 주고 많이 가져오려고 해서 망가지는 경우가 많고 진행되다가 안 되는 경우는 이제 합의했으니 우리는 최소한으로 일하고 상대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일하게 만들려고 하다가 망치는 경우입니다. 후자의 경우는 갑을이 이제 좀 더 명확하게 설정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실무선에서의 작은 이기심(?)이 걸러지지 못하고 양사에 전달되고 보고되는 내용들이 담당자들의 왜곡된 시각으로 각색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매니저로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파트너십임에도 우리가 갑이에요라고 묻는 담당자들이 많았다는 것, 전부 상대 책임이라고 컴플레인했던 것들, 혹은 왜 우리가 더 많이 일해요라고 물어보는 동료들이 항상 발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러저러해서 이렇게 진행한다. 우리 회사에 이런 이득이 된다니까라고 설명하고 시작하지만 저의 설명이 부족해서 혹은 리소스가 부족해서 안 되는 경우들이 동인을 상실케 하기도 하지요.
중소업체들의 경영진과 만나면 파트너십이 작은 회사에서 가당키나 하냐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습니다. 그냥 우리가 하는 것이 편해라는 추가 멘트도 딸려오지요.
우리가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한계를 돌파하려면 쉬운 길을 고집해서는 안된다라는 말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1조를 할 거야라는 높은 이상도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비즈 환경에서 저는 파트너십이 가장 쉬운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 일의 성공에 우리의 지분이 꽤 들어있으니까요. 파트너십의 성공 = 금전적 이익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파트너십 성공의 이력, 프로모션으로는 0은 존재하지 않으니 비물질적인, 마케팅적인 이득은 반드시 된다고 생각합니다.
욕심을 줄이자… 이런 이야기하는 거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바만 가져오고 줄 수 있는 거는 주자입니다.
흠…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파트너십은 항상 공짜는 아닙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 그들의 비즈모델이라면 페이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누구는 공짜로 진행하는 파트너십이지만 누구는 유료 모델을 가져가기도 하거든요. 우리가 이런저런 이득을 제공하는데 무료로 해줘라고 이야기는 할 수 있습니다만 난 공짜만 해는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회사와의 코웍의 경우 아시아권에서는 공동 프로모션이라고 엮어두면 제약은 있습니다만 무상인 경우가 있죠. 한데 유럽권에서는 공동 프로모션이라도 소프트웨어 회사의 비즈모델이 인력 투입임으로 무상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무상이야 in Asia겠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코웍하고자 한 이유와 목적은 무상이어야만 했던 건가요?
영업인의 자세일 수도
커리어 빌드업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어떤 어떤 기술을 익혀라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입사한 분들께 신입사원 OJT를 하는데 영업마케팅 부분을 포함하여 제가 맡고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딱히 전문적인 지식 전달은 아니라서…. 저희 부서원들은 정신교육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하는 질문 중에 하나가(거의 애드리브 수준으로 진행해서 저 질문을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습니다) 돈을 버는 일에 있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입니다. 답변은 각양각색입니다. 자기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는 이도 있고, 교과서적으로 제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고… 다 필요 없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 질문은 당연히 답은 없습니다. 단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인지하기를 바라는 맘 정도입니다.
커리어는 경력을 의미합니다. 경력을 빌드업한다는 이야기는 경력을 계속 유효하게 유지한다고 볼 수 있고 혹은 경력을 업그레이드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경력을 만드는 방법 역시 크게 두 가지입니다. 영업 경력과 마케팅 경력, 혹은 재무회계 경력 등과 같이 수평적으로 다양하게 많은 경력을 갖는 방법과 한 두 분야에서 장인 수준의 능력을 계속 갖춰가는 수직 구조로의 업그레이드가 존재할 듯하네요.
이 전 꼭지에서 Generalist와 Specialist의 이야기를 했었는데 유사합니다. 수평적으로 경력을 늘리면 제네럴 쪽에 가까워지는 것이고 수직을 택한다면 스페셜 쪽이 된다고 이해하시면 될 듯하네요. 저는 얼마 전까진 확실히 스페셜리스트였습니다. 작은 기업이지만 영업/마케팅 쪽을 줄곧 해왔고 작지만 성과도 만들어서 순조롭게 승진도 한 경우였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제네럴 쪽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데 중소업체의 특성 중 하나지만 저에게 영업/마케팅 외의 일을 맡기는 경우도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경력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해보겠습니다.
중소업체에 들어오신 분들은 대부분 조급합니다. 어쩌면 회사도 조급할 수도 있고요.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도 많아서 당장 실전 투입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는 회사에 맞춰야 합니다. 회사에서 돈을 주니까요.
또다시 별개의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의식의 흐름으로 글을 쓰다 보니 항상 이렇게 되네요.. 그 돈이 얼마이든 회사가 우리를 바라보는 가치가 그 정도임을 항상 기억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가치를 올리는 것이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점이겠지만 회사 내를 돌아보세요. 당신이 받고 싶어 하는 가치를 받고 있는 사람이 몇 살이고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인지를 꼭 살펴보셔야 합니다. 나는 1억을 받고 싶은데, 회사에서 1억을 받는 사람이 사장 한 명이라면… 사장이 되어야 하는 거죠. 그 기업에서는 당신이 받고 싶어 하는 금액을 당분간은 못 줄 겁니다. 회사가 커지고 1억을 받는 사람이 늘어야 당신에게 기회가 올 수 있고, 혹은 사장을 제외한 첫 번째 1억을 받는 직원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첫 번째를 할 수 있는지도 한 번 생각해보세요. 우리의 능력은 아마도 될 겁니다. 회사는 작은 사회라서 처음 소위 치고 나가는 사람을 다들 손뼉 치며 응원하지는 않거든요. 마찬가지로 답은 없습니다. 그저 이런 부분을 생각해보고 일에 임하는 것과 그저 흘러가는 데로 하루하루 지내는 것은 큰 차이로 나타나게 되거든요.
또 말이 새 버렸습니다. 조급함에 대한 이야기였죠. 당장의 결과는 실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2-3년 경력을 가지신 분들의 화려한 이력서를 보면 실소가 나오는 경우가 태반인데요… 경력 2-3년 정도가 100억 매출을 했다… 회사의 시스템을 바꿔냈다…라고 적혀있는데… 누가 그렇게 가르치는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대부분 어떤 프로젝트에 참가한 인원 중 하나 일 것이고… 가급적 저는 그 프로젝트에서 사소한 것이라도 무엇을 했는지 상세히 적혀 있는 이력서를 선호하기는 합니다.
여하튼 입사한 후에도 빠른 실적을 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다 보면 그 회사에서만 유효한 경험, 어쩌면 그 직급에 맞는 경험만 늘게 됩니다.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이 더욱 낫습니다. 당장은 실적이 최고는 아니더라도(크게 실수 안 하면 중소업체라도 머라고 안 합니다) 그 일이 어떤 의미인지 내가 무엇을 힘들어했고 매 순간 나의 상급자나 결정권자들이 어떤 판단을 하는지를 지켜보고 경험화 시키는 것이 훨씬 더 값집니다.
초기에 도움이 되었던 일 중 하나는 A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데 어떻게 흘러가는지, B라는 판단을 결정권자가 내렸는데, 나라면 어떨지 생각해보고 메모해둔 후에 결과가 나오면 내가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체크해보는 거였습니다. 간접경험 임지만 실제 프로젝트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으니 전 엄청 흥미진진하다고 느꼈거든요.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과 중소에서 일하는 것의 차이는 이런 부분입니다.
화살표를 만든다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대기업 역시 화살표를 만들지만 외곽선을 그리는 일만 보더라도 누가 그렸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미 그려져 있지요…. ㅎㅎ 이제 화살표 내부를 색으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아마도 한 점을 담당하시게 될 겁니다. 화살표인지 알면 좋고 몰라도 일단 점은 채우실 수 있을 겁니다. 이 화살표가 움직입니다. 못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한데 화살표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하고 점을 잘 채웠다고 포상도 줍니다.
극단적이겠지만 점 채우기 스페셜리스트가 돼가고 계십니다.
같은 일을 중소기업에서 하면 어떨까요? 먼저 좋은 부분만 보겠습니다.
화살표 전체가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화살표의 모양을 그려보라고 하기도 합니다. 화살표 전체가 보이고 연차가 부족하더라도 점이 아닌 선을 그리라고 요청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점을 찍으라는 오더를 받는 경우에도 화살표를 맘만 먹으면 볼 수도 있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조금만 알아보면 연차가 부족하더라도 정보는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를 다니다가 대기업으로 이직한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과 퇴직 전 식사라도 한 끼 하면 “뱀의 머리가 되느니 용의 꼬리가 되겠다”라는 출사표를 던지고 이직을 하더라고요.
물론 만족하고 다니는 친구들도 있고 몇몇은 돌아오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성향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용의 꼬리는 좋은데, 어디로 가는지를 모르겠어, 꼬리가 앞으로 가려고 너무 흔들려서 그 점이 맞게 찍히지 않고 계속 점만 다른 곳에 찍는 느낌이야라고 이야기한 친구도 있네요.
중기업의 같은 경우에 나쁜 점은 무엇일까요? 생각보다 연차도 부족하고 내 전문도 아닐 수도 있는 일에 투입되는 일이 꽤 있다는 점입니다.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일단 투입시키고 보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정말 별로인 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현장에서 배워라….. ㅡ_ㅡ;; 멀 배웠어야 현장에서 배우죠… 어느 정도는 교육을 받아야 현장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배운 만큼,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그래서 멀 배운 것 같지도 않은데 시간은 흘러가고 이도 저도 아닌 경력만 쌓이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대기업에서는 머라도 스페셜리스트가 돼가는 느낌이 있고 페이도 받으니 만족도에서 큰 차이가 나게 되는 계기도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할 것인지의 목표가 뚜렷해야만 중기업에서의 경험들을 경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고 이 경력을 지속적으로 빌드업할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들을 제외하고 중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이직은 무조건 훌륭한 경력을 증명까지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에 속하는 회사들의 면접을 많이 봤었는데… (결과는 10에 9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적어놓은 경력을 어떻게든 면접 상황에서 증명해야 합니다. 그걸 하려면 제대로 된 경험을 하는 것이 전제가 되거든요.
좀 두서없었는데,
중기업은 기본적으로 인력이 부족하고 시스템이 충분히 좋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것저것 잘하는 인원,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합니다. 멀티플레이어가 말이 좋아 멀티플레이 어지 자칫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그 회사에서만 선호하는 경력만 만들게 되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 일을 한다는 것에서도 기회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이게 기횐지(내 경력에 보탬이 될지) 아닌지(회사의 녹을 받는 사람으로서 그저 해야만 하는 일인지)를 판단하려면 내 경력의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회 분별력이 커리어 빌드업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마지막으로, 제가 중소기업을 다녀서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경력을 가진 것을 좀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전 지금 와서야 별거 아녔구나라고 생각하지만 단 한 번도 제 경력의 핵심인 영업/마케팅 분야에 관해 회사에서 멀 가르쳐 준 적이 없었습니다. 기술 관련은 멘토분들이 많지만 영업/마케팅은 다 각자 일들이 많으셔서 설명을 해주시거나 교육을 해주신 분들은 없었거든요.
그리고 이상하게 저는 항상 신사업 파트에 고용이 되었습니다. ㅎㅎ 즉 멘땅에 헤딩이었거든요.
그래서 아무것도 없을 때 초기 정보를 구하고 어떻게 이 시장을 공략/포기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있습니다. 정말 별거 아닌데… 이 방법이 맞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만 이 방법을 수행하면서 들어오는 정보들을 분석하면서 방향성을 제고하고 목표까지 달성하는 것은 나름 자신 있네요.
이게 범용적으로 나쁘지 않은지는… 컨설팅 부업을 하면서 조금 느낄 수 있었는데 결과가 나름 잘 나오더군요… ㅎㅎ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기업이 좋았던 것은(여전히 탈출을 꿈꾸지만요…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네요) 내가 공부한 지식이 어떻게 쓰이는지 그 결과까지 현장에서 검증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만큼의 유연성이 회사에 있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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