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장님, 이 조건으로는 회사 못 다니겠는데요?”
30대 초반, 난 스타트업 회사로 이직을 했다.
그동안 세일즈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이제 시작하는 회사인 만큼 많은 기회들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이직을 앞두고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지금이 내 능력을 맘껏 선보일 기회였다.
스타트업 회사가 제대로 성장한다면, 난 초기 멤버로써 다양한 보상을 받을 수도 있었다.
면접을 보던 중에도, 회사대표는 내가 담당할 영업 포지션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꼭 같이 하자고 신뢰감을 표시했다.
물론 신생회사라 연봉과 근무조건은 맘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더 큰 비전을 생각하며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이곳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내심 기대에 부풀어 있던 첫 출근날.
나보다 한 살 어린 동기를 만났다.
입사동기였지만, 내가 한 살이 더 많다는 이유로 차장, 그 친구는 과장 직위를 부여받았다.
이 과장은 언변이 화려한 친구였다.
밝고 쾌활한 성격에 처음 만난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일에 있어서도 열정적이었다. 자신감 있는 그의 말투는 나조차도 설득당할 정도였으니까.
큰 키에 준수한 외모는 영업인으로써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과장과 나는 일주일의 수습기간 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로 되어있었다.
근무조건과 연봉은 이미 대표와 합의된 상태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우린 최종계약서를 쓰기로 했다.
대표와 최종면담을 앞두고, 이과장이 나를 살짝 보자고 했다.
우린 옥상으로 올라갔다.
“박 차장님, 솔직히 근무조건 괜찮으세요?”
이 과장은 뭔가 불만이 있는 표정이었다.
“솔직히 제가 나이도 있고, 이 연봉으로는 다니기 힘들 것 같아요.”
이 과장은 꽤나 심각한 얼굴이었다. 사실 만족할 만한 연봉은 아니었기에 나도 거들었다.
“사실, 나도 연봉이 조금 걸리긴 해…‘
이 과장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말을 이었다.
”박차장님, 우리 이따 면담 때 연봉 좀 올려달라고 애기해볼까요?
같이 입을 맞춰야 될 것 같은데..10프로만 인상해 달라고 하죠?”
이 과장의 표정은 확신에 차있었다. 순간 나도 혼란스러웠다.
내 능력치에 비해 연봉이 적은 것 같기도 하고, 한번쯤 어필해볼만한 상황 같기도 했다.
우린 말을 맞췄다.
연봉 10프로 인상이 거절된다면 그냥 함께 입사를 취소하는 걸로.
대표의 입장은 생각보다 확고했다.
우리의 제안은 단칼에 거절되었고, 우리는 그 날 함께 집을 싸서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우리는 술을 마시며 앞날을 도모했다.
“이제 형님이라 불러도 되죠? 오히려 잘됐어요… 다른 회사 알아보면 되죠…”
나는 복잡한 기분이었지만, 그 친구 말대로 오히려 잘된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들어갈 만한 스타트업 회사 몇 군데를 알고 있었다.
그렇게 보름 정도가 흘렀다.
한창 면접을 보러 다니던 중, 예전 스타트업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박 차장, 잘 지냈나?”
순간 당황스러웠다. 무슨 일로 다시 전화를 주었나 싶었다.
난 대표와 통화 후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나와 함께 그만둔 이과장이라는 친구가 어느 날 회사에 다시 찾아와 일하고 싶다고 했다는 거다.
사실 내가 연봉을 올리자고 설득해서 순간 흔들렸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아 자신이라도 다시 회사에 들어갈 기회를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과장이라는 친구는 이미 그 회사에 멀쩡히 출근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오히려 사건의 주동자가 되어 있던 것이다.
같이 그만두자 할 땐 언제고 그는 이미 회사에 멀쩡히 출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대표는 말을 이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지난 일 다 잊고 자네도 다시 출근할 생각은 없나?”
난 그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잘못된 정보에 굳이 부연설명도 하지 않았다.
사실 이 과장 그 친구에 대한 실망보다는, 내 자신에 대한 원망이 컸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자신의 줏대 하나 없이 남의 말에 흔들려버린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결국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닌 오롯이 내 탓이었다.
난 그날의 일을 계기로, 주변의 말에 쉽게 동요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결과가 어찌됐건, 내가 결정한 판단이 후회도 남지 않고 오히려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걸, 그 사건을 계기로 뼈저리게 깨달았다.
오늘은 <인턴> 이라는 명작을 소개할까 한다.
영화 좀 본다는 사람은 무조건 알만한 수작중의 수작이다.
은퇴한 70세 남자 벤이 젊은 CEO가 운영하는 패션 스타트업에 시니어인턴으로 들어가게 되는 이야기다.
벤은 처음에 세대 차이와 조직문화 때문에 어색해 하지만, 자신의 스타일로 묵묵하게 회사에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휘둘리는 젊은 CEO 줄스에게 인간적인 조언을 해주며 함께 성장해가는 이야기.
요즘 스타트업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젊은 도전이라는 패기는 높게 살만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순 없다.
모든 일이 장단점이 존재하듯, 자신의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목소리에 확신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쉽게 일을 그르치는 일은 없다는 것을 나 역시 성장통을 겪으며 배웠다.
별의서랍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pjh1752
“박차장님, 이 조건으로는 회사 못 다니겠는데요?”
30대 초반, 난 스타트업 회사로 이직을 했다.
그동안 세일즈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이제 시작하는 회사인 만큼 많은 기회들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이직을 앞두고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지금이 내 능력을 맘껏 선보일 기회였다.
스타트업 회사가 제대로 성장한다면, 난 초기 멤버로써 다양한 보상을 받을 수도 있었다.
면접을 보던 중에도, 회사대표는 내가 담당할 영업 포지션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꼭 같이 하자고 신뢰감을 표시했다.
물론 신생회사라 연봉과 근무조건은 맘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더 큰 비전을 생각하며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이곳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내심 기대에 부풀어 있던 첫 출근날.
나보다 한 살 어린 동기를 만났다.
입사동기였지만, 내가 한 살이 더 많다는 이유로 차장, 그 친구는 과장 직위를 부여받았다.
이 과장은 언변이 화려한 친구였다.
밝고 쾌활한 성격에 처음 만난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일에 있어서도 열정적이었다. 자신감 있는 그의 말투는 나조차도 설득당할 정도였으니까.
큰 키에 준수한 외모는 영업인으로써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과장과 나는 일주일의 수습기간 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로 되어있었다.
근무조건과 연봉은 이미 대표와 합의된 상태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우린 최종계약서를 쓰기로 했다.
대표와 최종면담을 앞두고, 이과장이 나를 살짝 보자고 했다.
우린 옥상으로 올라갔다.
“박 차장님, 솔직히 근무조건 괜찮으세요?”
이 과장은 뭔가 불만이 있는 표정이었다.
“솔직히 제가 나이도 있고, 이 연봉으로는 다니기 힘들 것 같아요.”
이 과장은 꽤나 심각한 얼굴이었다. 사실 만족할 만한 연봉은 아니었기에 나도 거들었다.
“사실, 나도 연봉이 조금 걸리긴 해…‘
이 과장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말을 이었다.
”박차장님, 우리 이따 면담 때 연봉 좀 올려달라고 애기해볼까요?
같이 입을 맞춰야 될 것 같은데..10프로만 인상해 달라고 하죠?”
이 과장의 표정은 확신에 차있었다. 순간 나도 혼란스러웠다.
내 능력치에 비해 연봉이 적은 것 같기도 하고, 한번쯤 어필해볼만한 상황 같기도 했다.
우린 말을 맞췄다.
연봉 10프로 인상이 거절된다면 그냥 함께 입사를 취소하는 걸로.
대표의 입장은 생각보다 확고했다.
우리의 제안은 단칼에 거절되었고, 우리는 그 날 함께 집을 싸서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우리는 술을 마시며 앞날을 도모했다.
“이제 형님이라 불러도 되죠? 오히려 잘됐어요… 다른 회사 알아보면 되죠…”
나는 복잡한 기분이었지만, 그 친구 말대로 오히려 잘된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들어갈 만한 스타트업 회사 몇 군데를 알고 있었다.
그렇게 보름 정도가 흘렀다.
한창 면접을 보러 다니던 중, 예전 스타트업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박 차장, 잘 지냈나?”
순간 당황스러웠다. 무슨 일로 다시 전화를 주었나 싶었다.
난 대표와 통화 후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나와 함께 그만둔 이과장이라는 친구가 어느 날 회사에 다시 찾아와 일하고 싶다고 했다는 거다.
사실 내가 연봉을 올리자고 설득해서 순간 흔들렸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아 자신이라도 다시 회사에 들어갈 기회를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과장이라는 친구는 이미 그 회사에 멀쩡히 출근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오히려 사건의 주동자가 되어 있던 것이다.
같이 그만두자 할 땐 언제고 그는 이미 회사에 멀쩡히 출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대표는 말을 이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지난 일 다 잊고 자네도 다시 출근할 생각은 없나?”
난 그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잘못된 정보에 굳이 부연설명도 하지 않았다.
사실 이 과장 그 친구에 대한 실망보다는, 내 자신에 대한 원망이 컸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자신의 줏대 하나 없이 남의 말에 흔들려버린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결국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닌 오롯이 내 탓이었다.
난 그날의 일을 계기로, 주변의 말에 쉽게 동요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결과가 어찌됐건, 내가 결정한 판단이 후회도 남지 않고 오히려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걸, 그 사건을 계기로 뼈저리게 깨달았다.
오늘은 <인턴> 이라는 명작을 소개할까 한다.
영화 좀 본다는 사람은 무조건 알만한 수작중의 수작이다.
은퇴한 70세 남자 벤이 젊은 CEO가 운영하는 패션 스타트업에 시니어인턴으로 들어가게 되는 이야기다.
벤은 처음에 세대 차이와 조직문화 때문에 어색해 하지만, 자신의 스타일로 묵묵하게 회사에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휘둘리는 젊은 CEO 줄스에게 인간적인 조언을 해주며 함께 성장해가는 이야기.
요즘 스타트업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젊은 도전이라는 패기는 높게 살만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순 없다.
모든 일이 장단점이 존재하듯, 자신의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목소리에 확신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쉽게 일을 그르치는 일은 없다는 것을 나 역시 성장통을 겪으며 배웠다.
별의서랍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pjh17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