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타 온 순간들 모음. zip)
HR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인사팀은 뭘 하는 부서인가. 여기저기 털리다 현타만 심하게 온다.”
1. 채용 담당자 시절 – 안내멘트 자동발사기
“안녕하세요,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면접은 다음 주 수요일에 진행됩니다…”
“면접은 다대다로 약 30분간 진행되며 면접이 끝나면 곧바로 귀가하시면 되고…”
이 멘트를 하루에 몇 번 했냐면…셀 수가 없다.
채용 시즌 때는 자다가도 가능했다.
누가 깨워서 “면접 일정이요?” 하면 반사적으로 “다음 주 수요일입니다. 2번 회의실에서 진행됩니다.” 나온다.
채용박람회 시즌엔 부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풍선, 현수막, 포스터, 책상의자 배치, 심지어 조명 각도까지 내 손에서 결정됐다.
“내가 채용팀인 건지 이벤트 회사 직원인 건지…ㅎ”
그리고 퀵.
하루에도 열 번씩 불렀다.
“지금 계약서 퀵으로 보낼게요.”
“홍보물 퀵으로 좀 받아주세요.”
어느 날 퀵 아저씨가 나 보더니 “인사팀 맞죠?” 했다.
그때 깨달았다. 퀵 기사님이 나보다 내 일정 더 잘 알고 있었다.
2. 교육 담당자 시절 – 커피 셔틀, 물 셔틀, 도시락 셔틀
임원진 교육 날엔 손에 커피 두 잔, 입에 마이크.
“잠시 후 교육 시작됩니다~ 착석해 주세요”
근데 도시락은 아직 안 왔다.
나는 인사담당자인데 왜 음식 배달 앱을 세 개나 깔고 있을까.
그리고 사무용품 사재기.
포스트잇, 펜, 마커, 화이트보드, 스케치북.
심지어 “이건 교육 분위기를 위해 필요해”라는 이유로 조화도 샀다.
내 직업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교육 당일엔 행사 사회, 현장 스텝, 사진작가, 기술 지원, 음료 셔틀까지 한 몸에. 멀티인간이었다.
교육이 끝난 밤엔 ‘교육 효과 분석 보고서’까지 써야 한다.
효과요? 내 체력 감소 효과는 확실했다.
3. 노무 담당자 시절 – 단협 중에도 계속되는 커피셔틀
노조협상 중에도 커피는 끊이지 않는다.
“세 잔 더요”
“다과도 조금 더요”
손은 종이 넘기다 베이고, 머리는 복잡하다.
협상은 오후 두 시인데, 나의 정신은 오전 두 시.
회의실에선 긴장감이 감도는데, 나는 프린터 앞에서 A4용지 정렬 중이다.
‘단협 문서 제본’은 은근 기술이 필요하다.
순서 한 장만 틀려도 대참사. 그럴 땐 정말 울고 싶다.
회의록 서명 전에는 다들 조용히 내 손만 보고 있다. 후덜덜.
4. 징계 담당자 시절 – 눈물에 젖은 휴지
직장 내 성희롱 조사 들어가면 대체로 HR 여직원이 들어간다.
그 자리에선 대부분 눈물이 흐른다.
어떤 날은 휴지 한 통이 사라지기도 한다.
울음 뒤엔 침묵, 그리고 한숨.
그때마다 “이 일이 참, 사람의 존엄을 다루는 일이구나” 싶다가도 솔직히는 “이 사건 언제 끝나냐 정말로” 하는 현타가 온다.
요즘은 동성 간 문제도 적지 않다.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고, 설명은 점점 길어진다.
조사 끝나고 돌아오면 머리는 멍하다.
퇴근하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단도리 하느라 바쁘다.
5. 기타 잡무 편 – HR은 만능직
사내행사 땐 사회자, MC, 이벤트 총괄.
프린터기, 프로젝터 먹통 되면 바로 수리공으로 변신.
“이거 꽂았다 뺐다 하면 됩니다.”
퇴사자 서류 정리 땐 먼지와 한 몸이 된다.
내가 HR인지 기록보존사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결국 사람 때문에 힘들고, 사람 덕분에 버틴다.
나한테 “고생 많았어요. 수고했어요. 덕분에 잘 끝마쳤어요” 등 한마디 하는 직원 보면, 그 모든 현타가 조금은 수그러진다. (사라지지는 않음)
다음날 또 퀵을 부르면서 다짐한다.
“그래, HR은 별 걸 다 하지만, 결국 사람 일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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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타 온 순간들 모음. zip)
HR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인사팀은 뭘 하는 부서인가. 여기저기 털리다 현타만 심하게 온다.”
1. 채용 담당자 시절 – 안내멘트 자동발사기
“안녕하세요,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면접은 다음 주 수요일에 진행됩니다…”
“면접은 다대다로 약 30분간 진행되며 면접이 끝나면 곧바로 귀가하시면 되고…”
이 멘트를 하루에 몇 번 했냐면…셀 수가 없다.
채용 시즌 때는 자다가도 가능했다.
누가 깨워서 “면접 일정이요?” 하면 반사적으로 “다음 주 수요일입니다. 2번 회의실에서 진행됩니다.” 나온다.
채용박람회 시즌엔 부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풍선, 현수막, 포스터, 책상의자 배치, 심지어 조명 각도까지 내 손에서 결정됐다.
“내가 채용팀인 건지 이벤트 회사 직원인 건지…ㅎ”
그리고 퀵.
하루에도 열 번씩 불렀다.
“지금 계약서 퀵으로 보낼게요.”
“홍보물 퀵으로 좀 받아주세요.”
어느 날 퀵 아저씨가 나 보더니 “인사팀 맞죠?” 했다.
그때 깨달았다. 퀵 기사님이 나보다 내 일정 더 잘 알고 있었다.
2. 교육 담당자 시절 – 커피 셔틀, 물 셔틀, 도시락 셔틀
임원진 교육 날엔 손에 커피 두 잔, 입에 마이크.
“잠시 후 교육 시작됩니다~ 착석해 주세요”
근데 도시락은 아직 안 왔다.
나는 인사담당자인데 왜 음식 배달 앱을 세 개나 깔고 있을까.
그리고 사무용품 사재기.
포스트잇, 펜, 마커, 화이트보드, 스케치북.
심지어 “이건 교육 분위기를 위해 필요해”라는 이유로 조화도 샀다.
내 직업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교육 당일엔 행사 사회, 현장 스텝, 사진작가, 기술 지원, 음료 셔틀까지 한 몸에. 멀티인간이었다.
교육이 끝난 밤엔 ‘교육 효과 분석 보고서’까지 써야 한다.
효과요? 내 체력 감소 효과는 확실했다.
3. 노무 담당자 시절 – 단협 중에도 계속되는 커피셔틀
노조협상 중에도 커피는 끊이지 않는다.
“세 잔 더요”
“다과도 조금 더요”
손은 종이 넘기다 베이고, 머리는 복잡하다.
협상은 오후 두 시인데, 나의 정신은 오전 두 시.
회의실에선 긴장감이 감도는데, 나는 프린터 앞에서 A4용지 정렬 중이다.
‘단협 문서 제본’은 은근 기술이 필요하다.
순서 한 장만 틀려도 대참사. 그럴 땐 정말 울고 싶다.
회의록 서명 전에는 다들 조용히 내 손만 보고 있다. 후덜덜.
4. 징계 담당자 시절 – 눈물에 젖은 휴지
직장 내 성희롱 조사 들어가면 대체로 HR 여직원이 들어간다.
그 자리에선 대부분 눈물이 흐른다.
어떤 날은 휴지 한 통이 사라지기도 한다.
울음 뒤엔 침묵, 그리고 한숨.
그때마다 “이 일이 참, 사람의 존엄을 다루는 일이구나” 싶다가도 솔직히는 “이 사건 언제 끝나냐 정말로” 하는 현타가 온다.
요즘은 동성 간 문제도 적지 않다.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고, 설명은 점점 길어진다.
조사 끝나고 돌아오면 머리는 멍하다.
퇴근하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단도리 하느라 바쁘다.
5. 기타 잡무 편 – HR은 만능직
사내행사 땐 사회자, MC, 이벤트 총괄.
프린터기, 프로젝터 먹통 되면 바로 수리공으로 변신.
“이거 꽂았다 뺐다 하면 됩니다.”
퇴사자 서류 정리 땐 먼지와 한 몸이 된다.
내가 HR인지 기록보존사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결국 사람 때문에 힘들고, 사람 덕분에 버틴다.
나한테 “고생 많았어요. 수고했어요. 덕분에 잘 끝마쳤어요” 등 한마디 하는 직원 보면, 그 모든 현타가 조금은 수그러진다. (사라지지는 않음)
다음날 또 퀵을 부르면서 다짐한다.
“그래, HR은 별 걸 다 하지만, 결국 사람 일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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