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위로와 작은 다짐
처음에는 복숭아 가격 자체가 주변의 할인점, 슈퍼, 과일가게보다도 훨씬 저렴하다는 걸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에 자신 있었다.
“이게 입소문을 타고 먹어만 보면 된다! 홍보만 되면 된다!”
라는 생각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행사는 금요일부터 시작하기에 오전보다는 오후에 고객이 몰릴 거라 예상했지만, 매장은 한산했다. 계속 창고와 매장 재고를 확인하던 내가 불안해 보였는지, 여직원들이 위로해 주듯 말했다.
“아니 담당님, 누가 퇴근하고 바로 와서 사겠어요~ 주말에 몰리지 않을까요?”
“그래도 이렇게 좋은 상품인데 왜 고객들이 안 오는지 모르겠네요…”
돌이켜보면 사회 초년생이던 그때 나는,
조금만 배우면 내가 똑똑한 줄 알았고,
조금만 칭찬받으면 내가 잘난 줄 알았고,
조금만 남과 다르면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지 못했던 부족한 20대였다.
제품의 퀄리티와 가격 경쟁력만 있으면 다 팔릴 거라 믿었다. 고객의 입장이 아닌, 내 판단이 앞섰던 것이다.
행사의 첫날 판매량은 고작 30박스 남짓. 그런데 사실 이 매출은…
퇴근하는 여직원들과 직원분들이 내 표정이 안쓰러워 보여 사주신 것이었다.
마감을 하고 매장 문을 나선 순간, 매장 지하 넓은 상가 곳곳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복숭아 향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모든 걱정은 내가 만든다. 즐겁게 하자. 안 되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
주변의 위로와 내 다짐 덕분에, 그날 밤은 눕자마자 단잠에 빠졌다.
예기치 못한 토요일 아침
토요일 아침. 전날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온몸이 쑤셨다.
그래도 “오늘도 잘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매장에 갔다. 그런데 매장 오픈 전부터 주변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농산 여직원들이 달려왔다.
“담당님! 지금 난리 났어요. 저분들 다 행사 제품 사러 오셨대요. 오픈 전인데 기다리고 계신 거예요!!”
행사 전단에 적힌 “한정판매 / 조기품절 가능” 문구 덕분이었다. 고객들은 번호표를 달라며 아우성이었고, 매장은 역사상 처음 겪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휩싸였다. 점장님은 침착하게 마이크를 잡고 말씀하셨다.
“고객님들, 오전에 오시면 모두 구매하실 수 있는 물량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때 알았다.
제품만이 아니라, 고객의 생각·경험을 미리 예측하는 게 진짜 준비라는 걸.
(수량 제한 안내를 미리 해두지 않아 일부 고객이 다량 구매하는 문제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폭풍 같은 하루, 모두가 하나 된 현장
드디어 매장 오픈.
살다 살다 이렇게 정신없는 날은 처음이었다. 몰려드는 손님들, 연이어 울려 퍼지는 방송, 응대와 포장, 계산대 지원, 짐 실어드리기…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는 전쟁터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점장님과 눈이 마주쳤을 때 서로 윙크까지 할 정도로 현장은 흥분과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특히 복숭아와 포도.
매장 앞에 줄 선 고객들 대부분이 복숭아를 찾았다. 5박스 이상 구매하는 고객도 많아 보관법, 당도, 품종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다. 표기를 해놨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직원들과 함께 매장 라인을 만들고, 쉬지 않고 방송하며 순간을 즐겼다.
30분 만에 100박스 이상이 사라졌다. 창고에서 재고를 꺼내오자마자 진열되기도 전에 팔려나갔다.
게다가 복숭아만 잘 팔린 게 아니었다. 다른 담당들도 본인이 준비한 품목들이 빠르게 판매되며, 연결 제품까지 자연스럽게 판매가 확산됐다. 행사 참여 고객에겐 베이커리 할인, 반찬가게·식당 할인까지 붙어 매장은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 되었다.
그날만큼은 모든 직원들이 ‘같은 목표’를 공유하며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함께 만든 성과, 그리고 배움
그날 복숭아 하루 판매량은 1,240박스. 작년 같은 기간 일주일 판매량이 100박스 수준이었으니,
전년 대비 하루 판매 신장률이 무려 8,167%였다.
매출 역시 작년 대비 100% 이상 성장, 매장의 단연 1등 품목은 복숭아였다.
마감을 하며 느낀 건 단 하나.
“절대 나 혼자 만든 게 아니다.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억 속에 남은 기록
나는 메모를 좋아한다. 순간의 기억을 적고 저장하며, 다시 힘이 필요할 때 꺼내보곤 한다.
아직도 내 컴퓨터에 남아 있는 파일 이름은 “OO의 비밀문서”
첫 문장은 이렇게 적혀 있다.
“혼자서 일하려거든 조직을 떠나야 한다. 같이의 힘을 믿고 항상 겸손함을 잊지 말아야 된다.”
나의 28살에 작성된 기록에는 그 당시의 일이 이렇게 적혀 있다.
당시 사내 게시판에는 매장에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는 게시판이 있었다.
약간 오글거리지만 그대로 적어보자면,


당시 게시판에 올렸던 글
안녕하세요 OO매장 농산담당 OOO입니다.
바로 어제 8월 13일 점포 큰 장날 행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는 OPEN이래 최고매출과 농산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정신없이 진열하였지만 워낙 고객님들의 폭발적인 성원으로 제대로 된 진열은
갖추지 못했지만 이날의 피로와 땀방울은 최고매출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수도권 과일 전체 3등 / 수도권 농산 전체 5등”
조금은 벅차기도 했고 피곤하기도 했지만 정말 미친 듯이 열심히 팔았습니다…
농산담당은 항상 부지런하고 손이 빨라야 해서 힘도 들지만
오늘의 결과물은 피로회복제가 따로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주 그다음 주 이 결과를 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엔 전국 1등으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재능이 칼이라면 겸손은 칼집이라고 합니다. 더욱더 열심히 하며 겸손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인생은 화살처럼 과녁을 향해 한방에 꽂히는 비법은 없다고 하며 사소한 것을 치열하게 완수하고,
지루한 반복을 견뎌야 하는 담금질 과정이 인생을 진정으로 단련시킨다고 합니다.
최고가 되겠습니다.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정말 오글거리지만, 그때는 너무 뿌듯해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던 기억이다.
성공 이후의 변화와 새로운 시련
행사 후 매장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점장님, 직원들과 더 돈독해졌고, 주변 가게 사장님들과도 소통하며 즐거운 일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동시에 본사는 우리 매장과 농산 담당자인 나에게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즐거운 일만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테지만,
모든 일에는 빛과 어둠이 있듯이, 우리 매장에도 크고 작은 시련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Super 커뮤니케이터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dsceo
직원들의 위로와 작은 다짐
처음에는 복숭아 가격 자체가 주변의 할인점, 슈퍼, 과일가게보다도 훨씬 저렴하다는 걸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에 자신 있었다.
“이게 입소문을 타고 먹어만 보면 된다! 홍보만 되면 된다!”
라는 생각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행사는 금요일부터 시작하기에 오전보다는 오후에 고객이 몰릴 거라 예상했지만, 매장은 한산했다. 계속 창고와 매장 재고를 확인하던 내가 불안해 보였는지, 여직원들이 위로해 주듯 말했다.
“아니 담당님, 누가 퇴근하고 바로 와서 사겠어요~ 주말에 몰리지 않을까요?”
“그래도 이렇게 좋은 상품인데 왜 고객들이 안 오는지 모르겠네요…”
돌이켜보면 사회 초년생이던 그때 나는,
조금만 배우면 내가 똑똑한 줄 알았고,
조금만 칭찬받으면 내가 잘난 줄 알았고,
조금만 남과 다르면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지 못했던 부족한 20대였다.
제품의 퀄리티와 가격 경쟁력만 있으면 다 팔릴 거라 믿었다. 고객의 입장이 아닌, 내 판단이 앞섰던 것이다.
행사의 첫날 판매량은 고작 30박스 남짓. 그런데 사실 이 매출은…
퇴근하는 여직원들과 직원분들이 내 표정이 안쓰러워 보여 사주신 것이었다.
마감을 하고 매장 문을 나선 순간, 매장 지하 넓은 상가 곳곳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복숭아 향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모든 걱정은 내가 만든다. 즐겁게 하자. 안 되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
주변의 위로와 내 다짐 덕분에, 그날 밤은 눕자마자 단잠에 빠졌다.
예기치 못한 토요일 아침
토요일 아침. 전날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온몸이 쑤셨다.
그래도 “오늘도 잘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매장에 갔다. 그런데 매장 오픈 전부터 주변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농산 여직원들이 달려왔다.
“담당님! 지금 난리 났어요. 저분들 다 행사 제품 사러 오셨대요. 오픈 전인데 기다리고 계신 거예요!!”
행사 전단에 적힌 “한정판매 / 조기품절 가능” 문구 덕분이었다. 고객들은 번호표를 달라며 아우성이었고, 매장은 역사상 처음 겪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휩싸였다. 점장님은 침착하게 마이크를 잡고 말씀하셨다.
“고객님들, 오전에 오시면 모두 구매하실 수 있는 물량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때 알았다.
제품만이 아니라, 고객의 생각·경험을 미리 예측하는 게 진짜 준비라는 걸.
(수량 제한 안내를 미리 해두지 않아 일부 고객이 다량 구매하는 문제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폭풍 같은 하루, 모두가 하나 된 현장
드디어 매장 오픈.
살다 살다 이렇게 정신없는 날은 처음이었다. 몰려드는 손님들, 연이어 울려 퍼지는 방송, 응대와 포장, 계산대 지원, 짐 실어드리기…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는 전쟁터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점장님과 눈이 마주쳤을 때 서로 윙크까지 할 정도로 현장은 흥분과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특히 복숭아와 포도.
매장 앞에 줄 선 고객들 대부분이 복숭아를 찾았다. 5박스 이상 구매하는 고객도 많아 보관법, 당도, 품종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다. 표기를 해놨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직원들과 함께 매장 라인을 만들고, 쉬지 않고 방송하며 순간을 즐겼다.
30분 만에 100박스 이상이 사라졌다. 창고에서 재고를 꺼내오자마자 진열되기도 전에 팔려나갔다.
게다가 복숭아만 잘 팔린 게 아니었다. 다른 담당들도 본인이 준비한 품목들이 빠르게 판매되며, 연결 제품까지 자연스럽게 판매가 확산됐다. 행사 참여 고객에겐 베이커리 할인, 반찬가게·식당 할인까지 붙어 매장은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 되었다.
그날만큼은 모든 직원들이 ‘같은 목표’를 공유하며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함께 만든 성과, 그리고 배움
그날 복숭아 하루 판매량은 1,240박스. 작년 같은 기간 일주일 판매량이 100박스 수준이었으니,
전년 대비 하루 판매 신장률이 무려 8,167%였다.
매출 역시 작년 대비 100% 이상 성장, 매장의 단연 1등 품목은 복숭아였다.
마감을 하며 느낀 건 단 하나.
“절대 나 혼자 만든 게 아니다.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억 속에 남은 기록
나는 메모를 좋아한다. 순간의 기억을 적고 저장하며, 다시 힘이 필요할 때 꺼내보곤 한다.
아직도 내 컴퓨터에 남아 있는 파일 이름은 “OO의 비밀문서”
첫 문장은 이렇게 적혀 있다.
“혼자서 일하려거든 조직을 떠나야 한다. 같이의 힘을 믿고 항상 겸손함을 잊지 말아야 된다.”
나의 28살에 작성된 기록에는 그 당시의 일이 이렇게 적혀 있다.
당시 사내 게시판에는 매장에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는 게시판이 있었다.
약간 오글거리지만 그대로 적어보자면,


당시 게시판에 올렸던 글
안녕하세요 OO매장 농산담당 OOO입니다.
바로 어제 8월 13일 점포 큰 장날 행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는 OPEN이래 최고매출과 농산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정신없이 진열하였지만 워낙 고객님들의 폭발적인 성원으로 제대로 된 진열은
갖추지 못했지만 이날의 피로와 땀방울은 최고매출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수도권 과일 전체 3등 / 수도권 농산 전체 5등”
조금은 벅차기도 했고 피곤하기도 했지만 정말 미친 듯이 열심히 팔았습니다…
농산담당은 항상 부지런하고 손이 빨라야 해서 힘도 들지만
오늘의 결과물은 피로회복제가 따로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주 그다음 주 이 결과를 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엔 전국 1등으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재능이 칼이라면 겸손은 칼집이라고 합니다. 더욱더 열심히 하며 겸손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인생은 화살처럼 과녁을 향해 한방에 꽂히는 비법은 없다고 하며 사소한 것을 치열하게 완수하고,
지루한 반복을 견뎌야 하는 담금질 과정이 인생을 진정으로 단련시킨다고 합니다.
최고가 되겠습니다.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정말 오글거리지만, 그때는 너무 뿌듯해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던 기억이다.
성공 이후의 변화와 새로운 시련
행사 후 매장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점장님, 직원들과 더 돈독해졌고, 주변 가게 사장님들과도 소통하며 즐거운 일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동시에 본사는 우리 매장과 농산 담당자인 나에게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즐거운 일만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테지만,
모든 일에는 빛과 어둠이 있듯이, 우리 매장에도 크고 작은 시련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Super 커뮤니케이터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dsce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