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첫 날부터 노트북을 받은 나는 운 좋게 사수님의 글로벌 콜에 참석하게 되었다. 계약서의 수명주기를 관리하는 사이트에 관한 각국 지사들의 인사이트 공유 현장이었다. 사수님은 대리점별 계약의 보증기간을 트래킹할 수 있는 리포트와 대쉬보드를 만드셨고, 이는 글로벌 모델이 되었다. “호주와 달리 아시아 국가들은 indexation(물가연동제) 설정이 중요해요.” 내가 알아들은 것은 이 한 문장이 전부였다. 국가마다 비즈니스 모델과 행정 처리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이 뼈로 느껴졌다. “불만이나 문제가 있으면 외국에 말해야 해요. 우리한테는 창구가 없어요.” 사수님의 말이었다.
내가 인턴으로 뽑힌 이유는 전사적으로 SAP 시스템을 업데이트 하는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내 경우는 백업 인력으로 뽑힌 것이지만, 같은 사무실에는 벌써 IT팀에 지원 온 독일인 청년이 있었다. 아침마다 친구와 독일어로 통화하는 그 내성적인 청년은 한국 음식이 어떻고 사람들은 어떻고 이런 얘기를 늘어놓았다. 한국 지사의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기 위해 호주 지사에서 계약서 관리자가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은 뭐든 빠르게 적응하고 문제를 잘 해결하는 편이었다. 반면 동남아나 호주는 느긋했다. 팀장님께 들은 썰이 있다. “SAP 업데이트 이후로 리포트 구현이 안 된다. 너네는 어떻게 하고 있냐. 물어보니까 뭐라는지 알아? ‘Do you know VLOOKUP?‘“
나는 연매출 1,000억원이 조금 안 되는 우리 부서의 매출채권을 관리했다. 매월 말 수금을 하고 나면 상계시킬 A/R 금액을 리포트로 뽑아서 말레이시아 담당자에게 보냈다. 그러면 그쪽에서 아시아 전체의 매출채권 회계처리를 했다. 복잡한 일이 아닌데도 대륙별 프로세스가 따로 있어서 직접 처리하지 않고 자료를 넘기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외국계 회사라고 해도 지사는 현지화되어 있다. 내가 외국계 취업이 목표였다고 말하면, 30년 연차의 상무님은 독일인 CFO 밑에서 일할 때 있었던 다이나믹한 에피소드 얘기를 해주신다. HR에서 근무했던 내 동기도 “행사 하나 기획할 때도 본사에서 내려오는 레퍼런스를 따라야 할 때가 많아. 외국계가 자유롭기도 한데 보수적인 면도 있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근무한 회사의 회계연도는 X1년 10월 1일부터 X2년 9월 30일까지였다! 그러니 우리 팀이 가장 바쁠 때는 9월 말 ~ 10월 초다. 가을 날 원주에서 1박2일 워크숍에 참여하고 난 후에도 사무실로 돌아와 마감을 해야 하는 것이 재무팀의 운명이다.
ninabsch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ninabsch
입사 첫 날부터 노트북을 받은 나는 운 좋게 사수님의 글로벌 콜에 참석하게 되었다. 계약서의 수명주기를 관리하는 사이트에 관한 각국 지사들의 인사이트 공유 현장이었다. 사수님은 대리점별 계약의 보증기간을 트래킹할 수 있는 리포트와 대쉬보드를 만드셨고, 이는 글로벌 모델이 되었다. “호주와 달리 아시아 국가들은 indexation(물가연동제) 설정이 중요해요.” 내가 알아들은 것은 이 한 문장이 전부였다. 국가마다 비즈니스 모델과 행정 처리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이 뼈로 느껴졌다. “불만이나 문제가 있으면 외국에 말해야 해요. 우리한테는 창구가 없어요.” 사수님의 말이었다.
내가 인턴으로 뽑힌 이유는 전사적으로 SAP 시스템을 업데이트 하는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내 경우는 백업 인력으로 뽑힌 것이지만, 같은 사무실에는 벌써 IT팀에 지원 온 독일인 청년이 있었다. 아침마다 친구와 독일어로 통화하는 그 내성적인 청년은 한국 음식이 어떻고 사람들은 어떻고 이런 얘기를 늘어놓았다. 한국 지사의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기 위해 호주 지사에서 계약서 관리자가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은 뭐든 빠르게 적응하고 문제를 잘 해결하는 편이었다. 반면 동남아나 호주는 느긋했다. 팀장님께 들은 썰이 있다. “SAP 업데이트 이후로 리포트 구현이 안 된다. 너네는 어떻게 하고 있냐. 물어보니까 뭐라는지 알아? ‘Do you know VLOOKUP?‘“
나는 연매출 1,000억원이 조금 안 되는 우리 부서의 매출채권을 관리했다. 매월 말 수금을 하고 나면 상계시킬 A/R 금액을 리포트로 뽑아서 말레이시아 담당자에게 보냈다. 그러면 그쪽에서 아시아 전체의 매출채권 회계처리를 했다. 복잡한 일이 아닌데도 대륙별 프로세스가 따로 있어서 직접 처리하지 않고 자료를 넘기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외국계 회사라고 해도 지사는 현지화되어 있다. 내가 외국계 취업이 목표였다고 말하면, 30년 연차의 상무님은 독일인 CFO 밑에서 일할 때 있었던 다이나믹한 에피소드 얘기를 해주신다. HR에서 근무했던 내 동기도 “행사 하나 기획할 때도 본사에서 내려오는 레퍼런스를 따라야 할 때가 많아. 외국계가 자유롭기도 한데 보수적인 면도 있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근무한 회사의 회계연도는 X1년 10월 1일부터 X2년 9월 30일까지였다! 그러니 우리 팀이 가장 바쁠 때는 9월 말 ~ 10월 초다. 가을 날 원주에서 1박2일 워크숍에 참여하고 난 후에도 사무실로 돌아와 마감을 해야 하는 것이 재무팀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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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가 자유롭기도 한데 보수적인 면도 있어라는 말이 가장 정확하게 외국계를 설명하는 말
외국계는 사실 본사와 거리가 떨어져 있어 관리가 취약한 면도 있고 성과중심이다 보니 성과를 제외한 다른 면면에서는 개인의 자율에 맡기는 편이라 한국회사보다는 자유로운게 맞음
하지만 하나 하나 결정할 때마다 멀리 있는 본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다 보니 변화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 보수적이라는 말도 맞음
특히 한국지사는 영업소라는 인식도 많아 물건을 판매하는 것 외에 여러 상품기획이나 서비스 구성 등 전략적 측면의 참여가 힘들다는 것도 사실
안좋은 외국계는 본사의 가이드라인을 로컬라이제이션 하는데 그치는 기업도 꽤 있음
그래서 외국계기업의 인재상과 국내기업에 맞는 인재상이 정말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