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는 루틴이 되었다. 매일 아침 유명 채용 사이트들을 순례하듯 돌며 새로운 공고가 올라왔는지 확인했다. 키워드 알람을 설정해두었지만 그래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이 되었다. 이력서 작성도 이제 기계적인 작업이 되어버렸다. 학력란과 경력란은 이제 눈 감고도 채울 수 있을 정도였다.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가 있었다. ‘네카라쿠배당토’ 같은 곳은 아니었지만 집에서 가깝고 사회 트렌드 분석을 하는 데이터 회사였다. 졸업 프로젝트도 그 회사를 염두에 두고 준비했을 정도였다. 학원에서 만든 포트폴리오가 완성됨과 동시에 이력서를 넣었고, 며칠 후 ‘열람 완료’ 상태로 바뀌었다. 기대에 부풀어 기다렸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 똑같은 공고가 다시 올라온 것을 보며 내가 탈락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당시에는 큰 충격이었다.
절망 속에서도 꾸준히 이력서를 작성했다. 친구가 그런 나를 보며 한 가지를 제안했다. ‘당근마켓 찾아보면 취업 멘토도 있다더라고.’ 하며 귀띔했다. 반신반의 하며 검색해보니 정말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전문가가 있었다. 대기업에 다니며 이력서 첨삭을 도와준다는 사람과 카페에서 만났다.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건네자 그는 담담하게 현실을 말해줬다.
“비전공자이시네요. 나이도 많고, 포트폴리오 경쟁력도 부족해요. 이쪽은 쉽지 않으실 겁니다.”
차가운 현실이었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쩔 수 없었다. 그 사람은 몇 권의 책과 토이 프로젝트를 추천해주었고 연봉 기대치도 낮추라고 했다. 나는 조언을 받아적은 메모를 들고 집에 오자마자 이력서들을 뜯어 고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연한 실수가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이력서를 쓰다가 “AI”를 입력하려는데 한영키를 깜빡해서 내 별명인 “먀”가 자꾸 찍혔다. 이상하게 그 실수가 마음에 계속 남았다. 데이터 분석 대신에 AI라면 어떨까? 생각해보니 머신러닝과 딥러닝 수업은 재미있었고, 졸업 프로젝트도 딥러닝을 하지 않았는가.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대학교 학과도 단순히 정했고 공무원 직렬도 큰 고민 안했는데 이게 무슨 대수일까 싶었다. 이러한 생각이 점점 커지면서 AI 직무에도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락이 왔다. 한여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던 그 더운 날이었다. 면접 기회를 준다고 메일이 온 회사가 있었다. 나는 그래도 AI는 아니지 싶어서 ‘참석하지 않겠다.’는 회신을 보냈다. 그런데 ‘그래도 아쉽지 않겠느냐, 한번 와보시라’ 했다. 회사 근처 스타벅스에서 예상 질문들을 중얼거리며 외우고 면접장에 들어갔다.
면접은 2:2 구도였고 상대방은 전공자에 현재 인턴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불안했지만 40분동안 열 문제 중 아홉 문제를 답했고, 그 중 하나는 전공자가 대답하지 못한 문제도 해냈기에 합격을 확신했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때도 낙심하였지만 다른 이력서를 써야 할 곳이 넘쳤기에 그날 밤 또 나는 학력과 경력란을 채우며 밤을 지새웠다.
최종적으로 이력서 낸 곳을 정리해보니 50개였다. 그중 세 곳에서 연락이 왔다. 한 곳은 대기업 계열사의 데이터 사이언스 직무, 다른 한 곳은 중소기업의 데이터 사이언스, 마지막은 AI 서비스 개발자 자리었다.
신기하게도 AI 개발자 면접은 처음 면접을 봤던 그 스타벅스가 있는 건물의 회사였다. 여기서도 스타벅스에 미리 도착하여 면접 예상 질문을 만들어 답변을 연습하고 있었다. 면잡장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20분 예정이던 면접은 40분이나 이어졌다. 후회없이 나왔는데 2주 후 합격 통보가 왔다. 연봉도 내가 제안한 연봉에서 더 높게 제시해서 제안이 온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데이터 사이언스 회사에서도 합격 소식이 왔다. 헤드헌터가 연결해준 중소기업인데 내게 유리한 조건이라며 적극적으로 밀어주었고, 연봉도 더 높여 제안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자꾸 AI 서비스 개발 쪽으로 기울었다. 텍스트 데이터를 다루는 일, 졸업 프로젝트 때부터 흥미를 느끼던 그 영역이었다.
결국 나는 AI 서비스 개발자의 길을 택했다. 헤드헌터가 연봉을 더 높여준다고 하여 내가 받을 수 있을까한 연봉을 제시했지만, 첫 연봉이 중요한 것을 알고 있지만 거절을 했다. 돌아보면 이름에 이끌려 직무를 선택한 셈이었다. 데이터 분석에서 AI 개발로.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확신이 있었다. 불확실했지만 불확실마저 매력적이었다. 이미 대학교 학과를 정한 것부터, 공무원 직렬 선택 또한 이런 비슷한 루트를 타지 않았는가.
첫 출근 날은 모든게 신기했다. 회사 소개와 간단한 교육을 받고 일찍 퇴근하라고 했다. 재택근무도 가능하고 자리도 마음에 드는 곳으로 선택해서 매일 다른 자리에 앉을 수 있다니. 이 모든 것이 내가 원하던 환경이었다. 내일 부서장님과 면담이 있다는 안내를 받으며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 날 부서장님을 만났다. 면담이 시작되었는데, 첫 마디가 예상 밖이었다.
“어떻게 뽑혔는지 알아?”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사실 잘 모르겠다고, 개발 경력도 없는데 경력직으로 합격한 것과 기술 면접도 따로 없이 인성 면접으로 합격 연락이 와서 어떤 기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라고 했다.
부서장님이 한 마디 던졌다.
“실수로 뽑았어”
순간 머릿속이 띵했다. 실수로 뽑혔다니. 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실수로 뽑힌 직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이곳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더 높은 연봉을 제안했던 다른 회사를 거절하고 선택한 곳에서 실수로 뽑았다고 하니, 그럼 나는 언제든 잘릴 수 있는 직원이라는 뜻인가? 이 생각이 일주일 내내 나를 괴롭혔다.
그런데 그때 데이터 사이언스 직무로 지원했던 대기업 계열사에서 연락이 왔다. 기술면접 합격 안내였다. 임원면접에 참석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바로 면접에 가곘다고 응했다. 실수가 아닌, 기술면접 합격 그리고 임원면접도 합격해서 실수가 아닌 제대로 뽑힌 직원으로 당당하게 회사를 다니겠다는 결심과 함께 대기업 계열사 예상 질의를 찾아가며 다시 면접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회사 다니기 쉽지 않네, 생각이 가득한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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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는 루틴이 되었다. 매일 아침 유명 채용 사이트들을 순례하듯 돌며 새로운 공고가 올라왔는지 확인했다. 키워드 알람을 설정해두었지만 그래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이 되었다. 이력서 작성도 이제 기계적인 작업이 되어버렸다. 학력란과 경력란은 이제 눈 감고도 채울 수 있을 정도였다.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가 있었다. ‘네카라쿠배당토’ 같은 곳은 아니었지만 집에서 가깝고 사회 트렌드 분석을 하는 데이터 회사였다. 졸업 프로젝트도 그 회사를 염두에 두고 준비했을 정도였다. 학원에서 만든 포트폴리오가 완성됨과 동시에 이력서를 넣었고, 며칠 후 ‘열람 완료’ 상태로 바뀌었다. 기대에 부풀어 기다렸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 똑같은 공고가 다시 올라온 것을 보며 내가 탈락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당시에는 큰 충격이었다.
절망 속에서도 꾸준히 이력서를 작성했다. 친구가 그런 나를 보며 한 가지를 제안했다. ‘당근마켓 찾아보면 취업 멘토도 있다더라고.’ 하며 귀띔했다. 반신반의 하며 검색해보니 정말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전문가가 있었다. 대기업에 다니며 이력서 첨삭을 도와준다는 사람과 카페에서 만났다.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건네자 그는 담담하게 현실을 말해줬다.
“비전공자이시네요. 나이도 많고, 포트폴리오 경쟁력도 부족해요. 이쪽은 쉽지 않으실 겁니다.”
차가운 현실이었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쩔 수 없었다. 그 사람은 몇 권의 책과 토이 프로젝트를 추천해주었고 연봉 기대치도 낮추라고 했다. 나는 조언을 받아적은 메모를 들고 집에 오자마자 이력서들을 뜯어 고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연한 실수가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이력서를 쓰다가 “AI”를 입력하려는데 한영키를 깜빡해서 내 별명인 “먀”가 자꾸 찍혔다. 이상하게 그 실수가 마음에 계속 남았다. 데이터 분석 대신에 AI라면 어떨까? 생각해보니 머신러닝과 딥러닝 수업은 재미있었고, 졸업 프로젝트도 딥러닝을 하지 않았는가.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대학교 학과도 단순히 정했고 공무원 직렬도 큰 고민 안했는데 이게 무슨 대수일까 싶었다. 이러한 생각이 점점 커지면서 AI 직무에도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락이 왔다. 한여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던 그 더운 날이었다. 면접 기회를 준다고 메일이 온 회사가 있었다. 나는 그래도 AI는 아니지 싶어서 ‘참석하지 않겠다.’는 회신을 보냈다. 그런데 ‘그래도 아쉽지 않겠느냐, 한번 와보시라’ 했다. 회사 근처 스타벅스에서 예상 질문들을 중얼거리며 외우고 면접장에 들어갔다.
면접은 2:2 구도였고 상대방은 전공자에 현재 인턴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불안했지만 40분동안 열 문제 중 아홉 문제를 답했고, 그 중 하나는 전공자가 대답하지 못한 문제도 해냈기에 합격을 확신했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때도 낙심하였지만 다른 이력서를 써야 할 곳이 넘쳤기에 그날 밤 또 나는 학력과 경력란을 채우며 밤을 지새웠다.
최종적으로 이력서 낸 곳을 정리해보니 50개였다. 그중 세 곳에서 연락이 왔다. 한 곳은 대기업 계열사의 데이터 사이언스 직무, 다른 한 곳은 중소기업의 데이터 사이언스, 마지막은 AI 서비스 개발자 자리었다.
신기하게도 AI 개발자 면접은 처음 면접을 봤던 그 스타벅스가 있는 건물의 회사였다. 여기서도 스타벅스에 미리 도착하여 면접 예상 질문을 만들어 답변을 연습하고 있었다. 면잡장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20분 예정이던 면접은 40분이나 이어졌다. 후회없이 나왔는데 2주 후 합격 통보가 왔다. 연봉도 내가 제안한 연봉에서 더 높게 제시해서 제안이 온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데이터 사이언스 회사에서도 합격 소식이 왔다. 헤드헌터가 연결해준 중소기업인데 내게 유리한 조건이라며 적극적으로 밀어주었고, 연봉도 더 높여 제안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자꾸 AI 서비스 개발 쪽으로 기울었다. 텍스트 데이터를 다루는 일, 졸업 프로젝트 때부터 흥미를 느끼던 그 영역이었다.
결국 나는 AI 서비스 개발자의 길을 택했다. 헤드헌터가 연봉을 더 높여준다고 하여 내가 받을 수 있을까한 연봉을 제시했지만, 첫 연봉이 중요한 것을 알고 있지만 거절을 했다. 돌아보면 이름에 이끌려 직무를 선택한 셈이었다. 데이터 분석에서 AI 개발로.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확신이 있었다. 불확실했지만 불확실마저 매력적이었다. 이미 대학교 학과를 정한 것부터, 공무원 직렬 선택 또한 이런 비슷한 루트를 타지 않았는가.
첫 출근 날은 모든게 신기했다. 회사 소개와 간단한 교육을 받고 일찍 퇴근하라고 했다. 재택근무도 가능하고 자리도 마음에 드는 곳으로 선택해서 매일 다른 자리에 앉을 수 있다니. 이 모든 것이 내가 원하던 환경이었다. 내일 부서장님과 면담이 있다는 안내를 받으며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 날 부서장님을 만났다. 면담이 시작되었는데, 첫 마디가 예상 밖이었다.
“어떻게 뽑혔는지 알아?”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사실 잘 모르겠다고, 개발 경력도 없는데 경력직으로 합격한 것과 기술 면접도 따로 없이 인성 면접으로 합격 연락이 와서 어떤 기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라고 했다.
부서장님이 한 마디 던졌다.
“실수로 뽑았어”
순간 머릿속이 띵했다. 실수로 뽑혔다니. 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실수로 뽑힌 직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이곳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더 높은 연봉을 제안했던 다른 회사를 거절하고 선택한 곳에서 실수로 뽑았다고 하니, 그럼 나는 언제든 잘릴 수 있는 직원이라는 뜻인가? 이 생각이 일주일 내내 나를 괴롭혔다.
그런데 그때 데이터 사이언스 직무로 지원했던 대기업 계열사에서 연락이 왔다. 기술면접 합격 안내였다. 임원면접에 참석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바로 면접에 가곘다고 응했다. 실수가 아닌, 기술면접 합격 그리고 임원면접도 합격해서 실수가 아닌 제대로 뽑힌 직원으로 당당하게 회사를 다니겠다는 결심과 함께 대기업 계열사 예상 질의를 찾아가며 다시 면접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회사 다니기 쉽지 않네, 생각이 가득한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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