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 이후, 다시 일상으로
컨퍼런스가 끝나고 다시 원래의 회사생활로 돌아왔다.
하루하루를 더 의미 있게 살기 위해, 이전보다 더 최선을 다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혹은 내가 모르지만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쓰기보다는 내가 일하며 받았던 좋은 감정과 행동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싶었다.
그 무렵 입사 4년 차가 되었고, 나는 ‘대리’라는 직급을 달게 되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아직 사원급에 가까웠을지 모르지만 책임과 역할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었다.
기존에는 물류센터 바이어들과의 협업이 중심이었다면,
팀 내부 R&R 조정을 통해 처음으로 제품 카테고리 담당 역할까지 함께 맡게 되었다.
같은 환경 안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과 일하며 또 다른 방식의 성장을 경험하던 시기였다.
처음 맡은 카테고리, 그리고 첫 번째 착각
여러 제품을 맡았지만,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가장 또렷이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바로 원물간식(고구마) 카테고리를 맡으며 겪었던 일이다.
원물간식은 그룹 내부에서도 새로운 시도의 카테고리였고,
초기 론칭 당시 유명 연예인을 활용해 포지셔닝을 시도했던 제품군이었다.
경쟁사들은 이미 다른 원물을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고구마 원물간식은 시장 내에서도, 그룹 차원에서도 아직은 미미한 영역이었다.
마케터들의 피나는 노력 끝에 제품이 완성되었고 론칭 행사도 진행되었지만,
당시 우리 채널에 입점된 제품은 기본 규격 한 가지뿐이었다.
판매 활성화를 위해 다른 규격과 추가 제품의 입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고,
나는 바이어에게 유선으로 제품을 설명한 뒤 입점 서류와 필요 자료를 메일로 전달하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락이 없는 이유
담당 바이어에게 이틀째 연락이 없었고,
다급해진 나는 전화를 드리자 바로 통화음이 끊기고 메시지가 도착했다.
“지금은 회의 중입니다. 문자로 말씀 주세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순진했다. 정말로 문자로 설명을 보냈다.
“안녕하십니까. 많이 바쁘시죠? 전화가 어려워 메시지 남깁니다.
신제품 입점 관련해 문의드리고자 연락드렸습니다.”
물론 답장은 없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전까지 물류센터 업무는 유선으로 비교적
빠르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조금만 더 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직접 찾아갔다.
하지만 “오늘은 바쁘다”는 말로 만나지 못했다.
다음 날 다시 찾아갔고,
“기다리라”는 말에 기다렸지만 결국 그날도 미팅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나는 절차와 흐름을 무시한 채 내 입장에서만 일을 하고 있었구나.
그날 정중하게 메일을 보냈다.
“회사에서 신제품 입력 요청을 받아 제 입장에서만 일을 진행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절차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시간 가능하실 때 알려주시면 정식 절차에 맞춰 미팅
요청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약 두 시간 뒤, 문자가 왔다.
“내일 오후 2시에 오세요.”
277개 업체라는 숫자
미팅 자리에서 바이어는 종이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보세요.”
거기에는 원물간식 카테고리 277개 업체 리스트가 적혀 있었다.
“대리님, 제가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은지 아시겠죠?”
“네… 정말 죄송합니다.”
그제야 상황이 명확해졌다. 해당 바이어는 대형 유통사의 원물간식 전체를 총괄하는 담당자였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개인 사업자까지 수백 개 업체, 수천 개 *SKU를 관리하는 상황에서 나 하나가 신제품을 들고 와 ‘입점해 달라’고 한 셈이었다.
(SKU(Stock Keeping Unit) : 매장에서 관리하는 개별 상품 단위인데, 업체가 늘어날수록 바이어가 관리해야
할 SKU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대단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건 오직 나뿐이었다는 것을.
숫자로 증명된 신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바이어에게 FM대로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리고, 회사로 돌아와 마케터와 팀장님께
상황을 공유했다.
제품 샘플, 고객 포지셔닝, 출시까지의 전체 히스토리를 다시 숙지했고 제품 마케터와 함께 바이어 미팅을 진행했다. 이후 모든 신제품을 입점시켰고, 영업사원·대리점·매장과 정보를 공유하며 별도 프로모션을 준비했다.
경쟁사보다 높은 DC율, 고객 동선에 맞춘 타임세일, *CRM 할인, 주말 집중 프로모션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실행했다.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 할인은 기존 고객의 구매 이력이나 멤버십 정보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맞춤형 할인 프로모션이다.)
정말 많은 고민을 거쳤고, 주말마다 작은 동네 마트부터 대형마트까지 직접 발로 뛰었다.
매대 연출 방식, 가격 구성, 추가 증정 여부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때로는 매장 내 경쟁사 직원에게, 때로는 고객인 것처럼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행사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지속적인 판매의 결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2015년 매출: 530백만 원
2016년 매출: 1,284백만 원 (전년 대비 142.3% 성장)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그 바이어의 연락이었다.
“대리님, 행사 고생하셨고요. 시간 나실 때 사무실 한번 오세요.”
사무실에서 다시 보여준 자료는 정말 나 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16년 하반기 MS 현황 – 1위 : OO 회사
“분기마다 MS는 바뀌지만, 처음으로 1등을 해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고생이 조금은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하나의 좌우명이 마음에 더 깊이 남았다.
세상에 어려운 건 많지만, 못할 것은 없다.
절차를 배우고, 사람을 이해하고 함께 일하는 법을 익힌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다음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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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 이후, 다시 일상으로
컨퍼런스가 끝나고 다시 원래의 회사생활로 돌아왔다.
하루하루를 더 의미 있게 살기 위해, 이전보다 더 최선을 다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혹은 내가 모르지만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쓰기보다는 내가 일하며 받았던 좋은 감정과 행동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싶었다.
그 무렵 입사 4년 차가 되었고, 나는 ‘대리’라는 직급을 달게 되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아직 사원급에 가까웠을지 모르지만 책임과 역할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었다.
기존에는 물류센터 바이어들과의 협업이 중심이었다면,
팀 내부 R&R 조정을 통해 처음으로 제품 카테고리 담당 역할까지 함께 맡게 되었다.
같은 환경 안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과 일하며 또 다른 방식의 성장을 경험하던 시기였다.
처음 맡은 카테고리, 그리고 첫 번째 착각
여러 제품을 맡았지만,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가장 또렷이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바로 원물간식(고구마) 카테고리를 맡으며 겪었던 일이다.
원물간식은 그룹 내부에서도 새로운 시도의 카테고리였고,
초기 론칭 당시 유명 연예인을 활용해 포지셔닝을 시도했던 제품군이었다.
경쟁사들은 이미 다른 원물을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고구마 원물간식은 시장 내에서도, 그룹 차원에서도 아직은 미미한 영역이었다.
마케터들의 피나는 노력 끝에 제품이 완성되었고 론칭 행사도 진행되었지만,
당시 우리 채널에 입점된 제품은 기본 규격 한 가지뿐이었다.
판매 활성화를 위해 다른 규격과 추가 제품의 입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고,
나는 바이어에게 유선으로 제품을 설명한 뒤 입점 서류와 필요 자료를 메일로 전달하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락이 없는 이유
담당 바이어에게 이틀째 연락이 없었고,
다급해진 나는 전화를 드리자 바로 통화음이 끊기고 메시지가 도착했다.
“지금은 회의 중입니다. 문자로 말씀 주세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순진했다. 정말로 문자로 설명을 보냈다.
“안녕하십니까. 많이 바쁘시죠? 전화가 어려워 메시지 남깁니다.
신제품 입점 관련해 문의드리고자 연락드렸습니다.”
물론 답장은 없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전까지 물류센터 업무는 유선으로 비교적
빠르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조금만 더 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직접 찾아갔다.
하지만 “오늘은 바쁘다”는 말로 만나지 못했다.
다음 날 다시 찾아갔고,
“기다리라”는 말에 기다렸지만 결국 그날도 미팅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나는 절차와 흐름을 무시한 채 내 입장에서만 일을 하고 있었구나.
그날 정중하게 메일을 보냈다.
“회사에서 신제품 입력 요청을 받아 제 입장에서만 일을 진행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절차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시간 가능하실 때 알려주시면 정식 절차에 맞춰 미팅
요청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약 두 시간 뒤, 문자가 왔다.
“내일 오후 2시에 오세요.”
277개 업체라는 숫자
미팅 자리에서 바이어는 종이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보세요.”
거기에는 원물간식 카테고리 277개 업체 리스트가 적혀 있었다.
“대리님, 제가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은지 아시겠죠?”
“네… 정말 죄송합니다.”
그제야 상황이 명확해졌다. 해당 바이어는 대형 유통사의 원물간식 전체를 총괄하는 담당자였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개인 사업자까지 수백 개 업체, 수천 개 *SKU를 관리하는 상황에서 나 하나가 신제품을 들고 와 ‘입점해 달라’고 한 셈이었다.
(SKU(Stock Keeping Unit) : 매장에서 관리하는 개별 상품 단위인데, 업체가 늘어날수록 바이어가 관리해야
할 SKU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대단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건 오직 나뿐이었다는 것을.
숫자로 증명된 신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바이어에게 FM대로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리고, 회사로 돌아와 마케터와 팀장님께
상황을 공유했다.
제품 샘플, 고객 포지셔닝, 출시까지의 전체 히스토리를 다시 숙지했고 제품 마케터와 함께 바이어 미팅을 진행했다. 이후 모든 신제품을 입점시켰고, 영업사원·대리점·매장과 정보를 공유하며 별도 프로모션을 준비했다.
경쟁사보다 높은 DC율, 고객 동선에 맞춘 타임세일, *CRM 할인, 주말 집중 프로모션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실행했다.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 할인은 기존 고객의 구매 이력이나 멤버십 정보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맞춤형 할인 프로모션이다.)
정말 많은 고민을 거쳤고, 주말마다 작은 동네 마트부터 대형마트까지 직접 발로 뛰었다.
매대 연출 방식, 가격 구성, 추가 증정 여부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때로는 매장 내 경쟁사 직원에게, 때로는 고객인 것처럼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행사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지속적인 판매의 결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2015년 매출: 530백만 원
2016년 매출: 1,284백만 원 (전년 대비 142.3% 성장)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그 바이어의 연락이었다.
“대리님, 행사 고생하셨고요. 시간 나실 때 사무실 한번 오세요.”
사무실에서 다시 보여준 자료는 정말 나 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16년 하반기 MS 현황 – 1위 : OO 회사
“분기마다 MS는 바뀌지만, 처음으로 1등을 해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고생이 조금은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하나의 좌우명이 마음에 더 깊이 남았다.
세상에 어려운 건 많지만, 못할 것은 없다.
절차를 배우고, 사람을 이해하고 함께 일하는 법을 익힌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다음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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