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되는데, 그중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위말해 회사생활의 “빌런”이라고 부를만한 사람들도 많이 있었어요. 15년 동안 4개국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빌런들을 소개하고 간단한 퇴치법도 같이 담아봤습니다.
1. 꼰대빌런
회사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는 빌런 중의 하나예요. 삼강오륜 중에 유독 장유유서(長幼有序)만 골라서 본인은 실천하지 않으면서 남들에게만 강요하는, 유교탈레반 꼰대빌런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옛날 RPG게임을 해보면 초반에 맨날 마주치는 슬라임과 같이 회사생활 전반부에 자주 마주치는 빌런이기도 합니다.
신입시절 내향인이지만 어머니를 닮아 할 말은 해야 하던 제 성격에, 회의에서도 한 마디씩은 꼭 해야 됐어요. 그런데 뭐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인지 꼰대빌런이 지나가는 말로 “어린 노무시키가 뭘 안다고 나대“라는 말을 하더군요. 이런 말을 드라마도 아니고 실제로 들을 줄이야.
한국 오피스에 있을 땐 사무실 옆에 아무도 쓰지 않는 작은 휴게실이 있었거든요. 영어공부 하겠다고 점심시간마다 들어가서 전화영어를 했는데, 하루는 꼰대빌런이 공부한다고 불러서 혼을 내더군요. 그래서 공부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했더니,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되니 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 후로는 회사에서 제법 떨어진 카페에 숨어서 공부를 해야 됐어요.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판정이 나와 회식자리에서 술을 거절했더니, 자신도 지방간이라며 마시라는 이 꼰대빌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퇴치법: 제가 심리학에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꼰대빌런들은 자존감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봐요. 상대적으로 약자 위치에 있는 어린 직원들을 위계질서를 빌미로 괴롭히면서 부족한 자존감을 채우는 거죠. 그러니까 자존감을 조금만 채워주면 금세 나쁜 꼰대에서 좋은 꼰대(?)로 변해요.
그래서 회의시간에 그런 일이 있은 후로는 더럽고 치사하지만 맨날 의견을 물어보고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줬어요. 처음엔 ‘얘 뭐야?’ 하는 눈으로 보더니, 금세 저를 대하는 게 나아지더군요. 회의 시간에 발언을 할 때도 이미 본인에게 의견을 물은 후라 오히려 지지를 해주고요. 단점이라면 투머치토커 빌런으로 변해버린다는 것. 술 강요하는 건 어쩔 도리가 없어 술자리를 최대한 피하거나 은근슬쩍 멀리 떨어져 앉아야 했지만요.
2. 정치인 빌런
꼰대빌런만큼이나 회사에서 자주 출몰하는 빌런 타입인데, 하나같이 특징은 농업적 근면성은 있으나 일머리는 없다는 점이에요. 부족한 일머리를 정치로 극복하려는 어찌 보면 불쌍한 이들이기도 하죠. 한국에만 있는 건 절대 아니고, 해외에서 오히려 더 많이 본 빌런들이에요.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주면 샤라웃 없이 자신이 모두 다 한 것처럼 포장해서 보고한다는 점이에요. 회식 자리에서도 맨날 보스 옆에서 알짱알짱하는 얄미운 녀석들이기도 하죠. 보통 직원들은 싫어하지만 안목 없는 보스들은 굽신거리니까 또 좋아하는. 이런 얄미운 빌런들은 어떻게 퇴치해야 할까요?
퇴치법: 이런 녀석들은 전형적인 강약약강이에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타입이죠. 그래서 오히려 강하게 나가는 게 퇴치하는 방법이에요.
제 경우엔 술자리에서 취한 척 욕도 해봤고, 도와주는 척하면서 매니저한테 에스컬레이션 하거나 아예 도와주겠다고 하고는 뭉갠 적도 많았어요. 이렇게 하면 해코지 할 것 같지만, 오히려 다른 손쉬운 먹잇감을 찾아가더군요. 퇴치가 불가능하면 피해 가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3. 인종차별 빌런
이 빌런은 한국에서는 당연히 만나기 힘든 빌런이에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워낙 글로벌한 조직이고 인종차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이라 많이는 못 만나봤지만, 지금까지 딱 한 번 만나본 적 있어요. 헝가리에서 일할 때 제 매니저였는데, 대놓고 하루는 “너희 아시안들은 늦게까지 일하는데 익숙한 거 아니냐”라고 하더군요.
퇴치법: 그 자리에서 정색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 자리에서 이거 인종차별적인 발언인 거 알지? HR에 신고하겠다고 했더니 바로 꼬리를 내리더군요. 그다음부터는 저를 미워할지언정 인종차별 발언은 하지 않더군요. 팀장이 불이익을 줄까 봐 차별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건 더 큰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별 이후에 불이익을 준다면 꼼꼼하게 기록해 놨다가 그 사실까지 HR에 신고할 자세로 살아야 회사생활 동안 마음이 편해집니다.
4. 승진무새빌런
영국으로 넘어와 내 팀원이었던 인도아저씨였는데, 승진하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그럼 올해 이런이런 성과를 내서 스토리를 만들어보자”라고 해서 고개를 끄덕이길래 알아들은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퍼포먼스가 안 나오더군요.
그래서 어찌 된 일인가 물어봤더니, 승진을 안 시켜주는데 자기가 어떻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겠냐는 기적의 논리를 펼치더군요. 승진을 하려면 뭔가 성과를 내야 하는데 승진을 안 시켜주면 성과를 낼 수 없다니? 그 후로도 거의 매주 어떻게든 저랑 시간을 잡아서 사석에서 승진 얘기를 계속 꺼내는데 표정관리하기가 참 힘들더군요.
그때부터 일을 성의 없게 하는 건 기본이고, 팀 미팅에도 자기 마음대로 안 들어오고 완전히 빌런화 되더군요. 아니면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요.
퇴치법: 이런 팀원이 있으면 행동거지들을 잘 기록해놔야 합니다. 그리고 경영진에게 미리 알려서, 팀원 중에 이런 직원이 있어 관리하고 있다고 말해야 나중에 곤란한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고과를 성과에 맞게 낮게 줬더니, 다른 부서로 가더군요. 근데 더 웃긴 건 그 부서로 가면서 직급을 높여서 가더군요. 그냥 축하한다고 해줬죠.
5. 젠 Z 빌런
젠 Z빌런은 뉴욕 오피스에 있던 다른 팀원이었어요. 송아지처럼 커다랗고 맑은 눈이 특징인 친구였는데, 기본적으로 일머리가 없어도 너무 없었어요. 뭔가 일을 하려면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스스로 논리를 만들지를 못하니까 일일이 다 알려줘야 돼서 일이 오히려 많아지더군요. 신입직원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5~6년 차 되는 직원이라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나 궁금할 지경이었어요.
어떻게든 키워보려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도록 시키는데, 일을 시키면 커다란 눈만 꿈뻑꿈뻑거리면서 알았다고 하고는, 진행이 전혀 안되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어요. 일 1을 하기 위해 지시 9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제일 하이라이트는 폴더 정리를 시킨 거였어요. 팀에서 제일 막내급이라 폴더 정리를 주도적으로 하게 시켰는데, 자기한테 하찮은 일을 시킨다고 뭐라 하더군요. 요즘 젠 Z 직원들이 이런다던데, 기본적으로 제가 본 직원 중 최악의 태도였습니다.
퇴치법: 솔직히 퇴치법은 잘 모르겠습니다. 고과를 안 좋게 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냥 이런 직원은 애초에 안 뽑는 게 최선일 텐데 회사 일이란 게 내가 원하는 사람하고 일할 수만은 없는 법이니까요. 진솔한 대화로 풀어갈래도 저는 런던에 있고 이 친구는 뉴욕에 있으니 온라인으로는 조금 힘들더군요.
6. 무능력한 거짓말쟁이 욕심쟁이 상사 빌런
할 말이 참 많은 빌런인데, 사실 3번 빌런과도 같은 사람이에요. 일단 기본적으로 무능력해서 회사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있었는데, 매니지먼트에게 맨날 문제없다고 거짓보고를 하더군요.
헝가리에 있던 당시, 큰 프로젝트가 두 개 있었어요. 하나는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랑 하는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된 프로젝트였고, 다른 건 기후변화리스크 관련 프로젝트였어요. 매니지먼트는 관련 경험이 있는 제게 데이터 사이언스 프로젝트를 맡겼죠. 그런데 이 욕심쟁이 빌런이 매니지먼트를 구워삶아서 프로젝트를 뺏어간 겁니다.
덕분에 저는 비중이 떨어지는 기후변화리스크 프로젝트를 해야 했어요. 진짜 화가 나더군요. 그래도 처음에는 프로젝트가 잘되길 빌어서 열심히 참여했는데, 본인의 무능이 드러날까 봐 그랬는지 저를 프로젝트에서 완전히 빼더군요.
퇴치법: 노자는 누군가 해악을 끼치거든 강물에 시체가 내려오는 걸 앉아서 기다리라 말했다고 합니다. 저는 프로젝트가 망할걸 알고 있었어요. 그 상사는 관련 경험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매니지먼트에게 1회 서면으로 경고한 것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요. 적극적으로 안 도와준거죠. 당연히 프로젝트는 폭망 했고, 빌런은 결국 한직으로 물러나게 돼요.
매니지먼트에게 거짓보고를 하던 것도 결국 나중에는 탄로 나서, 잘리지는 않았지만 그 후로 승진길도 완전히 막혀버리게 됩니다. 절대 거짓말은 하면 안 되겠죠?
7. 딴지 빌런
저희 팀에 저보다 직급은 낮은데 빅 4 컨설팅 출신 직원히 하나 있었어요. 컨설팅 출신에 토종 영국인이라 말이 정말 청산유수더군요. 외국에서 일하면 무조건 꼭 마주치는 스타일의 빌런이기도 해요. 그런데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딴지를 그렇게 걸더라고요.
웃긴 건 꼭 공개적인 자리에서만 제게 특히 딴지를 거는데, 마치 팀 내 고참이고 성과가 좋은 저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가 싶었어요. 특히 논리적으로 공격하면 워낙 말빨이 좋아서 뭐라고 반박할지 생각이 안들 때가 있는데, 2024년 시즌 제 혈압 담당이었어요. 중요한 건 본인은 말로만 때우고 일은 진행을 못하더군요.
퇴치법: 퇴치법은 두 가지인데, 먼저 논리적으로 까내리면 비판 말고 대안을 제시해 달라, 업무를 도와달라고 요청하세요. 그럼 금세 꼬리를 내리거나, 싫어도 도와주게 되더라고요. 두 번째는 제 논리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사용하는 거예요. 이 친구를 통과하면 내 논리에 허점은 없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요.
이상으로 회사 생활 중 만났던 빌런들을 알아봤어요. 퇴치법이 있는 빌런도 있고 퇴치법이 없는 빌런도 있죠. 그러나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건, 절대 직급이나 권위로 깔아뭉개면 안된다는 거예요. 단기적으로는 좋아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손해가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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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되는데, 그중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위말해 회사생활의 “빌런”이라고 부를만한 사람들도 많이 있었어요. 15년 동안 4개국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빌런들을 소개하고 간단한 퇴치법도 같이 담아봤습니다.
1. 꼰대빌런
회사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는 빌런 중의 하나예요. 삼강오륜 중에 유독 장유유서(長幼有序)만 골라서 본인은 실천하지 않으면서 남들에게만 강요하는, 유교탈레반 꼰대빌런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옛날 RPG게임을 해보면 초반에 맨날 마주치는 슬라임과 같이 회사생활 전반부에 자주 마주치는 빌런이기도 합니다.
신입시절 내향인이지만 어머니를 닮아 할 말은 해야 하던 제 성격에, 회의에서도 한 마디씩은 꼭 해야 됐어요. 그런데 뭐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인지 꼰대빌런이 지나가는 말로 “어린 노무시키가 뭘 안다고 나대“라는 말을 하더군요. 이런 말을 드라마도 아니고 실제로 들을 줄이야.
한국 오피스에 있을 땐 사무실 옆에 아무도 쓰지 않는 작은 휴게실이 있었거든요. 영어공부 하겠다고 점심시간마다 들어가서 전화영어를 했는데, 하루는 꼰대빌런이 공부한다고 불러서 혼을 내더군요. 그래서 공부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했더니,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되니 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 후로는 회사에서 제법 떨어진 카페에 숨어서 공부를 해야 됐어요.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판정이 나와 회식자리에서 술을 거절했더니, 자신도 지방간이라며 마시라는 이 꼰대빌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퇴치법: 제가 심리학에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꼰대빌런들은 자존감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봐요. 상대적으로 약자 위치에 있는 어린 직원들을 위계질서를 빌미로 괴롭히면서 부족한 자존감을 채우는 거죠. 그러니까 자존감을 조금만 채워주면 금세 나쁜 꼰대에서 좋은 꼰대(?)로 변해요.
그래서 회의시간에 그런 일이 있은 후로는 더럽고 치사하지만 맨날 의견을 물어보고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줬어요. 처음엔 ‘얘 뭐야?’ 하는 눈으로 보더니, 금세 저를 대하는 게 나아지더군요. 회의 시간에 발언을 할 때도 이미 본인에게 의견을 물은 후라 오히려 지지를 해주고요. 단점이라면 투머치토커 빌런으로 변해버린다는 것. 술 강요하는 건 어쩔 도리가 없어 술자리를 최대한 피하거나 은근슬쩍 멀리 떨어져 앉아야 했지만요.
2. 정치인 빌런
꼰대빌런만큼이나 회사에서 자주 출몰하는 빌런 타입인데, 하나같이 특징은 농업적 근면성은 있으나 일머리는 없다는 점이에요. 부족한 일머리를 정치로 극복하려는 어찌 보면 불쌍한 이들이기도 하죠. 한국에만 있는 건 절대 아니고, 해외에서 오히려 더 많이 본 빌런들이에요.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주면 샤라웃 없이 자신이 모두 다 한 것처럼 포장해서 보고한다는 점이에요. 회식 자리에서도 맨날 보스 옆에서 알짱알짱하는 얄미운 녀석들이기도 하죠. 보통 직원들은 싫어하지만 안목 없는 보스들은 굽신거리니까 또 좋아하는. 이런 얄미운 빌런들은 어떻게 퇴치해야 할까요?
퇴치법: 이런 녀석들은 전형적인 강약약강이에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타입이죠. 그래서 오히려 강하게 나가는 게 퇴치하는 방법이에요.
제 경우엔 술자리에서 취한 척 욕도 해봤고, 도와주는 척하면서 매니저한테 에스컬레이션 하거나 아예 도와주겠다고 하고는 뭉갠 적도 많았어요. 이렇게 하면 해코지 할 것 같지만, 오히려 다른 손쉬운 먹잇감을 찾아가더군요. 퇴치가 불가능하면 피해 가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3. 인종차별 빌런
이 빌런은 한국에서는 당연히 만나기 힘든 빌런이에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워낙 글로벌한 조직이고 인종차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이라 많이는 못 만나봤지만, 지금까지 딱 한 번 만나본 적 있어요. 헝가리에서 일할 때 제 매니저였는데, 대놓고 하루는 “너희 아시안들은 늦게까지 일하는데 익숙한 거 아니냐”라고 하더군요.
퇴치법: 그 자리에서 정색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 자리에서 이거 인종차별적인 발언인 거 알지? HR에 신고하겠다고 했더니 바로 꼬리를 내리더군요. 그다음부터는 저를 미워할지언정 인종차별 발언은 하지 않더군요. 팀장이 불이익을 줄까 봐 차별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건 더 큰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별 이후에 불이익을 준다면 꼼꼼하게 기록해 놨다가 그 사실까지 HR에 신고할 자세로 살아야 회사생활 동안 마음이 편해집니다.
4. 승진무새빌런
영국으로 넘어와 내 팀원이었던 인도아저씨였는데, 승진하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그럼 올해 이런이런 성과를 내서 스토리를 만들어보자”라고 해서 고개를 끄덕이길래 알아들은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퍼포먼스가 안 나오더군요.
그래서 어찌 된 일인가 물어봤더니, 승진을 안 시켜주는데 자기가 어떻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겠냐는 기적의 논리를 펼치더군요. 승진을 하려면 뭔가 성과를 내야 하는데 승진을 안 시켜주면 성과를 낼 수 없다니? 그 후로도 거의 매주 어떻게든 저랑 시간을 잡아서 사석에서 승진 얘기를 계속 꺼내는데 표정관리하기가 참 힘들더군요.
그때부터 일을 성의 없게 하는 건 기본이고, 팀 미팅에도 자기 마음대로 안 들어오고 완전히 빌런화 되더군요. 아니면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요.
퇴치법: 이런 팀원이 있으면 행동거지들을 잘 기록해놔야 합니다. 그리고 경영진에게 미리 알려서, 팀원 중에 이런 직원이 있어 관리하고 있다고 말해야 나중에 곤란한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고과를 성과에 맞게 낮게 줬더니, 다른 부서로 가더군요. 근데 더 웃긴 건 그 부서로 가면서 직급을 높여서 가더군요. 그냥 축하한다고 해줬죠.
5. 젠 Z 빌런
젠 Z빌런은 뉴욕 오피스에 있던 다른 팀원이었어요. 송아지처럼 커다랗고 맑은 눈이 특징인 친구였는데, 기본적으로 일머리가 없어도 너무 없었어요. 뭔가 일을 하려면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스스로 논리를 만들지를 못하니까 일일이 다 알려줘야 돼서 일이 오히려 많아지더군요. 신입직원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5~6년 차 되는 직원이라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나 궁금할 지경이었어요.
어떻게든 키워보려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도록 시키는데, 일을 시키면 커다란 눈만 꿈뻑꿈뻑거리면서 알았다고 하고는, 진행이 전혀 안되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어요. 일 1을 하기 위해 지시 9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제일 하이라이트는 폴더 정리를 시킨 거였어요. 팀에서 제일 막내급이라 폴더 정리를 주도적으로 하게 시켰는데, 자기한테 하찮은 일을 시킨다고 뭐라 하더군요. 요즘 젠 Z 직원들이 이런다던데, 기본적으로 제가 본 직원 중 최악의 태도였습니다.
퇴치법: 솔직히 퇴치법은 잘 모르겠습니다. 고과를 안 좋게 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냥 이런 직원은 애초에 안 뽑는 게 최선일 텐데 회사 일이란 게 내가 원하는 사람하고 일할 수만은 없는 법이니까요. 진솔한 대화로 풀어갈래도 저는 런던에 있고 이 친구는 뉴욕에 있으니 온라인으로는 조금 힘들더군요.
6. 무능력한 거짓말쟁이 욕심쟁이 상사 빌런
할 말이 참 많은 빌런인데, 사실 3번 빌런과도 같은 사람이에요. 일단 기본적으로 무능력해서 회사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있었는데, 매니지먼트에게 맨날 문제없다고 거짓보고를 하더군요.
헝가리에 있던 당시, 큰 프로젝트가 두 개 있었어요. 하나는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랑 하는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된 프로젝트였고, 다른 건 기후변화리스크 관련 프로젝트였어요. 매니지먼트는 관련 경험이 있는 제게 데이터 사이언스 프로젝트를 맡겼죠. 그런데 이 욕심쟁이 빌런이 매니지먼트를 구워삶아서 프로젝트를 뺏어간 겁니다.
덕분에 저는 비중이 떨어지는 기후변화리스크 프로젝트를 해야 했어요. 진짜 화가 나더군요. 그래도 처음에는 프로젝트가 잘되길 빌어서 열심히 참여했는데, 본인의 무능이 드러날까 봐 그랬는지 저를 프로젝트에서 완전히 빼더군요.
퇴치법: 노자는 누군가 해악을 끼치거든 강물에 시체가 내려오는 걸 앉아서 기다리라 말했다고 합니다. 저는 프로젝트가 망할걸 알고 있었어요. 그 상사는 관련 경험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매니지먼트에게 1회 서면으로 경고한 것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요. 적극적으로 안 도와준거죠. 당연히 프로젝트는 폭망 했고, 빌런은 결국 한직으로 물러나게 돼요.
매니지먼트에게 거짓보고를 하던 것도 결국 나중에는 탄로 나서, 잘리지는 않았지만 그 후로 승진길도 완전히 막혀버리게 됩니다. 절대 거짓말은 하면 안 되겠죠?
7. 딴지 빌런
저희 팀에 저보다 직급은 낮은데 빅 4 컨설팅 출신 직원히 하나 있었어요. 컨설팅 출신에 토종 영국인이라 말이 정말 청산유수더군요. 외국에서 일하면 무조건 꼭 마주치는 스타일의 빌런이기도 해요. 그런데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딴지를 그렇게 걸더라고요.
웃긴 건 꼭 공개적인 자리에서만 제게 특히 딴지를 거는데, 마치 팀 내 고참이고 성과가 좋은 저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가 싶었어요. 특히 논리적으로 공격하면 워낙 말빨이 좋아서 뭐라고 반박할지 생각이 안들 때가 있는데, 2024년 시즌 제 혈압 담당이었어요. 중요한 건 본인은 말로만 때우고 일은 진행을 못하더군요.
퇴치법: 퇴치법은 두 가지인데, 먼저 논리적으로 까내리면 비판 말고 대안을 제시해 달라, 업무를 도와달라고 요청하세요. 그럼 금세 꼬리를 내리거나, 싫어도 도와주게 되더라고요. 두 번째는 제 논리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사용하는 거예요. 이 친구를 통과하면 내 논리에 허점은 없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요.
이상으로 회사 생활 중 만났던 빌런들을 알아봤어요. 퇴치법이 있는 빌런도 있고 퇴치법이 없는 빌런도 있죠. 그러나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건, 절대 직급이나 권위로 깔아뭉개면 안된다는 거예요. 단기적으로는 좋아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손해가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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