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면접을 자주 본다.
‘본다’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면접을 보러 가기도 하고, 면접을 보는 입장으로 들어가기도 한다는 뜻이다.
최근 몇 년간은 후자의 비중이 더 높았다.
보안팀 리더로서 채용 과정에 참여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거의 모든 면접에서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직하시려는 이유가 어떻게 되시나요?”
이 질문은 사실상 의례다.
묻지 않으면 안 되는 듯한 분위기.
지원자의 동기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자,
지원자의 태도와 현재 조직에 대한 시선을 간접적으로 엿보는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질문에 정답은 이미 존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정답을 알고 있다.
“더 큰 도전을 위해서요.”
“제 커리어 방향성과 맞는 기회를 찾고 싶었습니다.”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해서요.”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안다.
그게 100%의 진심은 아니라는 걸.
간혹 그 정답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 이유를 그대로 말하는 사람들.
“임금이 너무 짭니다.”
“워라밸이 너무 안 좋아요.”
“팀장님이 정말 별로였습니다.”
“회사의 방향성에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는다.
말끝이 흐려지고, 질문이 단절된다.
솔직한 답변인데도, 이상하게도 마음이 불편해진다.
왜일까?
나는 그 사람의 진심을 들었는데도
왜 그 진심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걸까?
면접은 종종 연극 무대처럼 느껴진다.
면접관도, 면접자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누구도 100%의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진심을 숨긴다고 해서 비난받지도 않는다.
그건 예의요, 성숙이요, 프로페셔널함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는 그 연극에서 조연으로 꽤 오래 출연해 왔다.
얼마 전, 나 역시 이직 면접을 보러 갔다.
이직 사유를 묻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도 모르게 정답을 읊었다.
“보안 프로세스 수립 과정에서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클라우드 보안 전반을 주도적으로 맡아보고 싶었어요.”
정답이다. 그리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게 내가 면접을 보게 된 1순위 이유는 아니었다.
사실은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도 있었고,
경력자에게 기회가 줄어드는 현실에 대한 위기감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걸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지점이, 내가 지금껏 수많은 지원자들에게 느꼈던 불편함의 정체였다.
사실 면접관 입장에서 ‘진짜 이유’를 모를 리 없다.
대부분의 이직 사유는 비슷하다.
급여, 조직문화, 상사와의 갈등, 성장 한계.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이력서를 열게 된다.
하지만 이걸 그대로 말하는 지원자에게
면접관들은 종종 ‘부정적인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회사 탓만 하는 사람인가?”
“우리 회사도 만족 못 하고 또 나가는 건 아닐까?”
“조직 적응력이 부족한 거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금 ‘정답’의 세계로 돌아간다.
“진짜 이유는 아니지만, 말해도 되는 이유”를 찾는 게임.
그게 지금의 면접이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이직 사유는 절대 말하면 안 되는가?
말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말하면 안 되는 게 아니라, 말해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면접은 진실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건 판단받는 자리고,
이력서 위에 쓴 사람의 ‘성향’을 증명하는 시간이다.
“임금이 너무 짰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지원자의 초점은 ‘돈에만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팀장님이 별로였어요”라는 말은, 그 사람의 인간관계를 의심하게 만든다.
“비전이 없어요”는, 금방 실망하고 나갈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
이 모든 말은 진실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진실은 상대에게 ‘리스크’로 들린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성장’이라는 단어를 꺼낸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찾고 있다’는 식의, 듣기 좋은 진심을 말한다
사실 그 안에는,
‘지금 회사는 그걸 못 해준다’는 부정적인 맥락이 들어 있다.
하지만 나는 그걸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불이익을 받기 싫어서’다.
면접에서 이기는 건, 정직한 사람이 아니라 ‘리스크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그러니 진실이 아니라, 안전한 이야기를 준비하는 게 현명하다.
면접은 결국 말하기의 기술이자, 자기 서사의 관리법이다.
진심을 무조건 감추는 것도,
있는 그대로 쏟아내는 것도 좋은 전략은 아니다.
그 사이 어딘가.
적당히 가면을 쓰되, 그 안의 진심이 비치도록 말하는 것.
그게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 할 시대의 언어다.
당신은 면접에서 어떤 가면을 쓰고 있었나요?
그리고 그 가면은,
당신이 원하는 ‘다음 무대’에 정말 잘 어울리는 얼굴이었나요?
우리는 늘 진심을 묻지만, 정답을 원한다.
그 모순된 무대 위에서 당신은 어떤 얼굴을 선택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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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면접을 자주 본다.
‘본다’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면접을 보러 가기도 하고, 면접을 보는 입장으로 들어가기도 한다는 뜻이다.
최근 몇 년간은 후자의 비중이 더 높았다.
보안팀 리더로서 채용 과정에 참여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거의 모든 면접에서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직하시려는 이유가 어떻게 되시나요?”
이 질문은 사실상 의례다.
묻지 않으면 안 되는 듯한 분위기.
지원자의 동기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자,
지원자의 태도와 현재 조직에 대한 시선을 간접적으로 엿보는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질문에 정답은 이미 존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정답을 알고 있다.
“더 큰 도전을 위해서요.”
“제 커리어 방향성과 맞는 기회를 찾고 싶었습니다.”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해서요.”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안다.
그게 100%의 진심은 아니라는 걸.
간혹 그 정답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 이유를 그대로 말하는 사람들.
“임금이 너무 짭니다.”
“워라밸이 너무 안 좋아요.”
“팀장님이 정말 별로였습니다.”
“회사의 방향성에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는다.
말끝이 흐려지고, 질문이 단절된다.
솔직한 답변인데도, 이상하게도 마음이 불편해진다.
왜일까?
나는 그 사람의 진심을 들었는데도
왜 그 진심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걸까?
면접은 종종 연극 무대처럼 느껴진다.
면접관도, 면접자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누구도 100%의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진심을 숨긴다고 해서 비난받지도 않는다.
그건 예의요, 성숙이요, 프로페셔널함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는 그 연극에서 조연으로 꽤 오래 출연해 왔다.
얼마 전, 나 역시 이직 면접을 보러 갔다.
이직 사유를 묻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도 모르게 정답을 읊었다.
“보안 프로세스 수립 과정에서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클라우드 보안 전반을 주도적으로 맡아보고 싶었어요.”
정답이다. 그리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게 내가 면접을 보게 된 1순위 이유는 아니었다.
사실은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도 있었고,
경력자에게 기회가 줄어드는 현실에 대한 위기감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걸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지점이, 내가 지금껏 수많은 지원자들에게 느꼈던 불편함의 정체였다.
사실 면접관 입장에서 ‘진짜 이유’를 모를 리 없다.
대부분의 이직 사유는 비슷하다.
급여, 조직문화, 상사와의 갈등, 성장 한계.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이력서를 열게 된다.
하지만 이걸 그대로 말하는 지원자에게
면접관들은 종종 ‘부정적인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회사 탓만 하는 사람인가?”
“우리 회사도 만족 못 하고 또 나가는 건 아닐까?”
“조직 적응력이 부족한 거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금 ‘정답’의 세계로 돌아간다.
“진짜 이유는 아니지만, 말해도 되는 이유”를 찾는 게임.
그게 지금의 면접이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이직 사유는 절대 말하면 안 되는가?
말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말하면 안 되는 게 아니라, 말해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면접은 진실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건 판단받는 자리고,
이력서 위에 쓴 사람의 ‘성향’을 증명하는 시간이다.
“임금이 너무 짰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지원자의 초점은 ‘돈에만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팀장님이 별로였어요”라는 말은, 그 사람의 인간관계를 의심하게 만든다.
“비전이 없어요”는, 금방 실망하고 나갈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
이 모든 말은 진실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진실은 상대에게 ‘리스크’로 들린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성장’이라는 단어를 꺼낸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찾고 있다’는 식의, 듣기 좋은 진심을 말한다
사실 그 안에는,
‘지금 회사는 그걸 못 해준다’는 부정적인 맥락이 들어 있다.
하지만 나는 그걸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불이익을 받기 싫어서’다.
면접에서 이기는 건, 정직한 사람이 아니라 ‘리스크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그러니 진실이 아니라, 안전한 이야기를 준비하는 게 현명하다.
면접은 결국 말하기의 기술이자, 자기 서사의 관리법이다.
진심을 무조건 감추는 것도,
있는 그대로 쏟아내는 것도 좋은 전략은 아니다.
그 사이 어딘가.
적당히 가면을 쓰되, 그 안의 진심이 비치도록 말하는 것.
그게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 할 시대의 언어다.
당신은 면접에서 어떤 가면을 쓰고 있었나요?
그리고 그 가면은,
당신이 원하는 ‘다음 무대’에 정말 잘 어울리는 얼굴이었나요?
우리는 늘 진심을 묻지만, 정답을 원한다.
그 모순된 무대 위에서 당신은 어떤 얼굴을 선택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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