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면접관 시점 – 그들은 왜 탈락했는가


요즘 우리 회사는 여러 포지션 채용을 진행 중이다. 덕분에 요즘은 쏟아지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커버레터)를 읽느라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다. 어느 날 저녁, 이 모습을 지켜보던 와이프가 웃으며 말했다. “그걸 하나하나 다 읽고 있어?” 순간 나도 피곤에 찌들어 “글쎄, 나도 모르겠어” 하고 웃었지만, 곧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나름 다들 정성껏 쓴, 나에게 보낸 편지 같은 것인데 끝까지 읽어줘야지.”



서류전형의 흔한 탈락 사유

지원서류들을 보면서 참 여러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느낀 건 “진심은 숨길 수 없다”는 점이었다. 지원자가 얼마나 공들였는지는 이력서와 커버레터 곳곳에서 드러나곤 했다. 사실 서류 심사 단계에서 가장 빠르게 탈락하게 되는 경우도 바로 이 정성 부족이다.

예를 들어,

• 커버레터에 다른 회사 이름이 적혀 있는 경우: 의외로 흔하다. 아마도 여러 군데 지원하며 템플릿을 돌려쓴 듯한데, 그런 걸 볼 때면 씁쓸하다. 애써 쓴 편지에 엉뚱한 수신인 이름이 적혀 있다면, 그 마음은 이미 우리 회사에 없다는 뜻이니까.

• ChatGPT 복붙 티가 나는 경우: 요즘 같은 시대에는 AI 도움을 받는 일이야 흔하지만, 그대로 베껴놓은 것이 탄로 날 때가 있다. 회사 이름 자리에 [Company Name] 같은 빈칸을 남겨두는 치명적인 실수가 대표적이다. “Dear Company”로 시작한다거나, “strong interest in the position at [Company Name]“ 같은 식이다.

• 서류의 모양새가 엉망인 경우: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문서를 보면 폰트 크기나 모양이 제각각이고, 강조를 위해 굵은 글씨에 밑줄과 여러 색깔까지 사용하는 등 통일성이 없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어떤 분은 자신의 강점으로 “컴퓨터 문서 작업에 능숙하다”라고 써놓고도 정작 이력서 서식은 뒤죽박죽이어서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에서 받는 인상도 무시 못 한다.

지원서류의 형식에 문제가 없다면, 그 다음은 내용이다.

• 지원 분야와 맞지 않는 이력: 전혀 엉뚱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분이 뜬금없이 다른 분야 포지션에 지원한 경우가 있다. 혹은 자격요건에 비해서 경험 부족이 너무 뚜렷한 경우도 있다. 용기내어 하는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싶지만, 서류 단계에서는 일단 해당 포지션에 맞는 기본 경력과 역량을 보는 법이다. 그래서 이럴 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일단 거를 수밖에 없다.

• 너무 잦은 이직: 이력서에 짧은 기간의 직장이 여러 곳 나열되어 있으면 아무래도 고민이 된다. 물론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류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이직이 잦았던 후보자는 안정적으로 오래 함께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런 것들은 서류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눈에 띄는 감점 요소들이다. 반대로 말하면, 기본만 지켜도 많은 지원자 중 한 걸음 앞서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면접에서 걸러지는 유형들

서류를 통과한 분들과는 면접 자리에서 마주하게 된다. 후보자의 지나온 길과 성격, 열정 등을 어렴풋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자리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긴장도 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임하지만, 안타깝게도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 적극성이 과한 유형: 회사나 직무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려다 보니 약간 과도한 찬양 모드로 들어가는 분들이 있다. 물론 관심과 열의를 보이는 건 좋지만, 면접관 입장에서는 현실감 없이 립서비스만 듣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면접관은 너무 포장된 말보다는 진솔한 동기와 포부를 듣고 싶어 하는 법이다.

• 투명성이 부족한 유형: 자신의 경력이나 이력 속 약점이 될 만한 부분을 설명할 때, 지나치게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공백 기간이나 이직 이유를 묻는데, 그때마다 완벽한 이야기로 꾸미려 하면 오히려 뭔가 숨기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차라리 담담하게 설명하고,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더 좋은 인상을 준다. 정직함에서 오는 신뢰감을 무시할 수 없다.

• 의외로 소극적인 유형: 너무 말을 아끼고 관심이 없어 보이는 태도를 보이는 분들도 간혹 있다. 주로 회사 측이 먼저 연락해서 면접이 성사된 경우에 이런 모습을 보곤 하는데, 아마도 후보자가 심리적으로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느껴서일 것이다. 실제로 능력이 뛰어난 분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면접 자리에까지 나와서 시큰둥하게 구는 모습은 면접관 입장에서 당혹스럽다. 일단 자리를 만든 이상, 함께 일하고픈 마음과 관심을 어느 정도는 표현해 주는 게 서로에게 예의 아닐까 싶다.

• 부자연스러운 소통 방식: 면접을 보다 보면 어떤 분들은 답변을 너무 외운 티가 나거나, 마치 아나운서처럼 딱딱하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 긴장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격식을 차린 나머지 대화에 사람 냄새가 안 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 것이다. 면접관과 지원자는 결국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건데, 너무 기계적이거나 준비된 멘트만 늘어놓기보다는 면접관의 눈을 보며 자연스럽게 소통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채용을 마무리하면서

누군가를 채용하는 입장에서, 많은 지원자가 와주는 게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이력서를 볼 때면 마음 한편이 묵직해지기도 한다. 그 서류들 하나하나가 간절함의 표현일 텐데, 특히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절실한 마음으로 지원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면접 과정에 함께 참여시켰던 한 임원도 이런 말을 했다.

“저랑 비슷한 또래에, 훌륭한 이력을 가진 분들이 이렇게 많이 지원한 걸 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좋은 동료들과 하고 있다는 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나도 공감했다. 일상을 바쁘게 살다 보면 내가 가진 직장과 일상의 소중함을 잊기 쉽다. 하지만 이렇게 한 번씩 채용을 진행하다 보면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것들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면접을 마치고 조심스레 감사 인사를 전해온 몇몇 후보자들의 문자 메시지도 기억에 남는다. 그들의 간절하면서도 예의 바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결과와 상관없이, 인터뷰어로서 나도 그분들께 작은 응원의 답장을 보냈다. 이런 순간마다, 채용은 단순히 사람을 뽑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과 꿈을 마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 모든 구직자분들께 진심 어린 응원을 전하고 싶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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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회사는 여러 포지션 채용을 진행 중이다. 덕분에 요즘은 쏟아지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커버레터)를 읽느라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다. 어느 날 저녁, 이 모습을 지켜보던 와이프가 웃으며 말했다. “그걸 하나하나 다 읽고 있어?” 순간 나도 피곤에 찌들어 “글쎄, 나도 모르겠어” 하고 웃었지만, 곧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나름 다들 정성껏 쓴, 나에게 보낸 편지 같은 것인데 끝까지 읽어줘야지.”



서류전형의 흔한 탈락 사유

지원서류들을 보면서 참 여러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느낀 건 “진심은 숨길 수 없다”는 점이었다. 지원자가 얼마나 공들였는지는 이력서와 커버레터 곳곳에서 드러나곤 했다. 사실 서류 심사 단계에서 가장 빠르게 탈락하게 되는 경우도 바로 이 정성 부족이다.

예를 들어,

• 커버레터에 다른 회사 이름이 적혀 있는 경우: 의외로 흔하다. 아마도 여러 군데 지원하며 템플릿을 돌려쓴 듯한데, 그런 걸 볼 때면 씁쓸하다. 애써 쓴 편지에 엉뚱한 수신인 이름이 적혀 있다면, 그 마음은 이미 우리 회사에 없다는 뜻이니까.

• ChatGPT 복붙 티가 나는 경우: 요즘 같은 시대에는 AI 도움을 받는 일이야 흔하지만, 그대로 베껴놓은 것이 탄로 날 때가 있다. 회사 이름 자리에 [Company Name] 같은 빈칸을 남겨두는 치명적인 실수가 대표적이다. “Dear Company”로 시작한다거나, “strong interest in the position at [Company Name]“ 같은 식이다.

• 서류의 모양새가 엉망인 경우: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문서를 보면 폰트 크기나 모양이 제각각이고, 강조를 위해 굵은 글씨에 밑줄과 여러 색깔까지 사용하는 등 통일성이 없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어떤 분은 자신의 강점으로 “컴퓨터 문서 작업에 능숙하다”라고 써놓고도 정작 이력서 서식은 뒤죽박죽이어서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에서 받는 인상도 무시 못 한다.

지원서류의 형식에 문제가 없다면, 그 다음은 내용이다.

• 지원 분야와 맞지 않는 이력: 전혀 엉뚱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분이 뜬금없이 다른 분야 포지션에 지원한 경우가 있다. 혹은 자격요건에 비해서 경험 부족이 너무 뚜렷한 경우도 있다. 용기내어 하는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싶지만, 서류 단계에서는 일단 해당 포지션에 맞는 기본 경력과 역량을 보는 법이다. 그래서 이럴 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일단 거를 수밖에 없다.

• 너무 잦은 이직: 이력서에 짧은 기간의 직장이 여러 곳 나열되어 있으면 아무래도 고민이 된다. 물론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류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이직이 잦았던 후보자는 안정적으로 오래 함께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런 것들은 서류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눈에 띄는 감점 요소들이다. 반대로 말하면, 기본만 지켜도 많은 지원자 중 한 걸음 앞서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면접에서 걸러지는 유형들

서류를 통과한 분들과는 면접 자리에서 마주하게 된다. 후보자의 지나온 길과 성격, 열정 등을 어렴풋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자리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긴장도 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임하지만, 안타깝게도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 적극성이 과한 유형: 회사나 직무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려다 보니 약간 과도한 찬양 모드로 들어가는 분들이 있다. 물론 관심과 열의를 보이는 건 좋지만, 면접관 입장에서는 현실감 없이 립서비스만 듣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면접관은 너무 포장된 말보다는 진솔한 동기와 포부를 듣고 싶어 하는 법이다.

• 투명성이 부족한 유형: 자신의 경력이나 이력 속 약점이 될 만한 부분을 설명할 때, 지나치게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공백 기간이나 이직 이유를 묻는데, 그때마다 완벽한 이야기로 꾸미려 하면 오히려 뭔가 숨기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차라리 담담하게 설명하고,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더 좋은 인상을 준다. 정직함에서 오는 신뢰감을 무시할 수 없다.

• 의외로 소극적인 유형: 너무 말을 아끼고 관심이 없어 보이는 태도를 보이는 분들도 간혹 있다. 주로 회사 측이 먼저 연락해서 면접이 성사된 경우에 이런 모습을 보곤 하는데, 아마도 후보자가 심리적으로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느껴서일 것이다. 실제로 능력이 뛰어난 분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면접 자리에까지 나와서 시큰둥하게 구는 모습은 면접관 입장에서 당혹스럽다. 일단 자리를 만든 이상, 함께 일하고픈 마음과 관심을 어느 정도는 표현해 주는 게 서로에게 예의 아닐까 싶다.

• 부자연스러운 소통 방식: 면접을 보다 보면 어떤 분들은 답변을 너무 외운 티가 나거나, 마치 아나운서처럼 딱딱하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 긴장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격식을 차린 나머지 대화에 사람 냄새가 안 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 것이다. 면접관과 지원자는 결국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건데, 너무 기계적이거나 준비된 멘트만 늘어놓기보다는 면접관의 눈을 보며 자연스럽게 소통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채용을 마무리하면서

누군가를 채용하는 입장에서, 많은 지원자가 와주는 게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이력서를 볼 때면 마음 한편이 묵직해지기도 한다. 그 서류들 하나하나가 간절함의 표현일 텐데, 특히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절실한 마음으로 지원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면접 과정에 함께 참여시켰던 한 임원도 이런 말을 했다.

“저랑 비슷한 또래에, 훌륭한 이력을 가진 분들이 이렇게 많이 지원한 걸 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좋은 동료들과 하고 있다는 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나도 공감했다. 일상을 바쁘게 살다 보면 내가 가진 직장과 일상의 소중함을 잊기 쉽다. 하지만 이렇게 한 번씩 채용을 진행하다 보면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것들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면접을 마치고 조심스레 감사 인사를 전해온 몇몇 후보자들의 문자 메시지도 기억에 남는다. 그들의 간절하면서도 예의 바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결과와 상관없이, 인터뷰어로서 나도 그분들께 작은 응원의 답장을 보냈다. 이런 순간마다, 채용은 단순히 사람을 뽑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과 꿈을 마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 모든 구직자분들께 진심 어린 응원을 전하고 싶다. 화이팅!


함태진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taejin-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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