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개발자는 정말 그렇게 대단한 걸까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은 종종 ‘엘리트’로 불립니다.


이직 한 번이면 연봉이 수천만 원 단위로 오르고, 세계적인 기업들의 오퍼가 끊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이직 실력은 곧 실력 그 자체로 인식되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새 “역시 미국 개발자들은 클래스가 다르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이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단지 ‘실력’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들이 그렇게 준비되어 있는 이유, 그렇게 빠르게 이직할 수 있는 배경에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고용 구조와 생존 방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해고될 수 있는 구조, ‘임의고용’의 현실

미국의 대부분 IT 기업은 ‘At-will Employment(임의고용)’이라는 고용 형태를 따릅니다.

이는 고용주가 특별한 사유 없이도 직원을 언제든 해고할 수 있고, 반대로 직원도 별다른 제약 없이 회사를 떠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법적인 해고 사유를 명확히 제시할 필요도 없고, 사전 예고 기간도 강제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 입장에서 유연한 인력 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언제든 갑작스럽게 해고당할 수 있다는 상시적 불안정성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실적이 조금만 부진해져도 부서 전체가 통째로 해체되거나, 투자 유치에 실패했을 경우 전 직원이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오늘 오전까지 회의를 진행했는데, 오후에 해고 메일이 왔다”는 이야기도 낯설지 않습니다. 회사의 슬랙이나 구글 계정 접근이 갑자기 끊기고, 퇴사 수속을 위한 인사 담당자의 연락이 먼저 도착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대규모 해고 사례들, 예를 들어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조차 한 번에 수천 명 단위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개인의 성과와 무관하게 해고될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늘 다음 회사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기회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준비가 이직 실력의 정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생존을 위한 이직 준비, 그것이 ‘기본값’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개발자 중 상당수는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외국인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H-1B 비자 또는 유사한 취업 비자를 통해 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비자가 특정 기업에 종속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즉, 회사에서 해고되는 순간 비자 효력이 사라지기 시작하며, 60일 이내에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지 못하면 미국 체류 자체가 불법이 되고, 출국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한 현실은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 살아가는 외국인들에게 지속적인 긴장감을 줍니다. 오늘 다니고 있는 회사가 아무리 잘나가는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투자 실패나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이 일어나면 바로 ‘퇴사 + 출국’ 위기를 동시에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개발자들은 현재 직장에 다니는 중에도 늘 이직을 전제로 한 삶을 살아갑니다.

일례로,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하루에 한 문제씩 LeetCode나 HackerRank에서 코딩 테스트 문제를 풀고, 인터뷰 경험이 공유되는 Glassdoor, Blind, TeamBlind 같은 플랫폼에서 기업별 질문과 면접 후기를 수집합니다. 또한, 시스템 디자인 문제를 동료들과 모의로 풀어보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스터디를 주기적으로 운영합니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성장 목적이 아닙니다.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해고 통보에 대비하기 위한, ‘생활 밀착형 이직 루틴’입니다.

심지어 링크드인 프로필도 항상 최신으로 유지하고, HR 리크루터의 메시지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와 레주메도 상시 업데이트된 상태를 유지합니다. 실직 후 면접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면접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인 것입니다.

결국 실리콘밸리 개발자의 ‘이직 실력’이 대단해 보이는 이유는, 그들의 개인적 열정이나 특별한 능력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고 유지시킨 결과입니다. 이직은 선택이 아니라 일상의 기본값, 살아남기 위한 ‘전제 조건’인 셈입니다.


반대로, 한국 개발자들은?

한국은 미국과 달리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보장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규직 직원은 사전에 해고 예고를 받아야 하며, 정당한 해고 사유 없이 퇴사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기업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더라도 법적·사회적 저항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는 매우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기적인 효율성 측면에서는 한계로 느껴질 수 있지만, 개발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심리적 안정감 속에서 업무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으로 작용합니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두려움보다는, 어떻게 프로젝트를 더 완성도 있게 끌고 갈지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또한 한국 개발자들은 단순히 주어진 코드만 작성하지 않습니다. 요구사항 정리부터 기획 회의 참여, 디자인 검토, QA 커뮤니케이션, 배포 후 운영 대응까지 개발의 모든 단계에 관여하며 ‘전체 서비스 흐름’을 체득하는 경험을 합니다. 특히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한 명의 개발자가 프론트엔드부터 백엔드, CI/CD, 간단한 서버 인프라 구성까지 담당하는 일이 흔합니다.

그 결과, 한국 개발자들은 자연스럽게 협업 중심의 역량, 즉 기획자·디자이너·QA 엔지니어·운영팀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강해집니다.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주도적인 자세도 함께 길러집니다.

실제로 해외 기업들이 한국 개발자를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 기업에서 기대하는 역량은 단순히 알고리즘을 잘 푸는 실력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를 문제없이 출시하고 운영까지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실무 중심의 능력입니다. 또한 ‘이 일이 내 일인가?’를 따지기보다, 문제가 생기면 끝까지 해결하려는 책임감 있는 태도 역시 한국 개발자만의 강점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개발자들도 기술 면접이나 시스템 설계 인터뷰 등 일부 영역에서는 해외 개발자들보다 준비 시간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평소에 준비할 필요가 없는 구조’에서 온 차이입니다. 오히려 그 시간을 실제 서비스 운영 경험과 협업 능력으로 채워왔다면, 그것 또한 실력이며, 해외 개발자들이 갖기 어려운 현장 기반의 경쟁력입니다.


진짜 대단한 건 ‘준비’보다 ‘축적’ 아닐까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이 보여주는 꾸준한 면접 준비, 알고리즘 학습, 시스템 디자인 정리는 분명 배울 점이 많습니다. LeetCode를 매일 풀고, 인터뷰 스터디를 주기적으로 진행하며, 면접을 위한 프로젝트와 포트폴리오를 상시 관리하는 태도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점에서 인상 깊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준비는 어디까지나 자기계발의 결과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이직이 삶의 기반을 지키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준비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구조가 그들의 루틴을 만들었다고 봐야 합니다. 즉, ‘대단하다’고 보기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구조적 배경이 존재합니다.

반면, 한국 개발자들은 생존을 위해 코딩 테스트를 매일 풀진 않지만, 실제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축적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속도나 반짝이는 실력이 아닐 수 있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제품을 끝까지 완성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개발자는 단순히 기능을 구현하는 수준을 넘어 서비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API 명세를 잡고, 프론트와 백엔드 간의 연동 구조를 고민하며, 배포 후 발생하는 사용자 피드백과 장애 대응까지 모두 경험합니다. 이는 한두 개의 기술 스택을 잘 다루는 능력과는 결이 다릅니다.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고, 실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 속에서도 문제를 해결해내는 ‘현장형 실력’입니다.

미국에서는 면접을 통과하면 실력자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면접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 차이는 곧 축적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한두 번의 이직으로는 얻을 수 없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적응력, 팀 간 협업 경험, 복잡한 요구사항을 소화한 내공이 쌓이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국 개발자는 인터뷰에서 보여주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낸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전 중심의 경험이야말로 진짜 실력이고, 어디서든 통할 경쟁력입니다.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은…!!!!

치열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매일같이 스스로를 단련합니다. 면접 준비를 루틴처럼 반복하고, 낯선 기술이라도 빠르게 흡수해내는 그들의 민첩성은 확실히 인상적입니다. 그들의 이직 실력과 생존 전략은 오랜 시간 속에서 다듬어진 결과이며, 분명 배울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대단함’에 압도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성장했고,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불안정한 해고의 공포 대신,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팀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현장에서 실력을 입증해왔습니다. 기술뿐 아니라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 제품을 보는 감각,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통찰력을 오랜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축적해온 것입니다.

그들은 인터뷰 문제를 잘 푸는 방법을 익혔다면, 우리는 실제 문제를 잘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왔습니다. 그들은 언제든 회사를 떠날 준비를 했고, 우리는 하나의 서비스를 오래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기회를 향해 달려왔다면, 우리는 기반을 다지며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준비했고, 우리는 이렇게 쌓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모두, 서로에게서 배울 가치가 있습니다.

무조건 따라갈 필요도, 무조건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길러진 실력은 방향이 다를 뿐, 가치의 크기를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만들어낸 실력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실력은 어느 곳에서도 통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축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도 좋습니다. 대단한 건 준비일 수도 있지만, 더 대단한 건 오랜 시간 쌓아온 당신의 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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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은 종종 ‘엘리트’로 불립니다.


이직 한 번이면 연봉이 수천만 원 단위로 오르고, 세계적인 기업들의 오퍼가 끊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이직 실력은 곧 실력 그 자체로 인식되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새 “역시 미국 개발자들은 클래스가 다르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이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단지 ‘실력’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들이 그렇게 준비되어 있는 이유, 그렇게 빠르게 이직할 수 있는 배경에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고용 구조와 생존 방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해고될 수 있는 구조, ‘임의고용’의 현실

미국의 대부분 IT 기업은 ‘At-will Employment(임의고용)’이라는 고용 형태를 따릅니다.

이는 고용주가 특별한 사유 없이도 직원을 언제든 해고할 수 있고, 반대로 직원도 별다른 제약 없이 회사를 떠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법적인 해고 사유를 명확히 제시할 필요도 없고, 사전 예고 기간도 강제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 입장에서 유연한 인력 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언제든 갑작스럽게 해고당할 수 있다는 상시적 불안정성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실적이 조금만 부진해져도 부서 전체가 통째로 해체되거나, 투자 유치에 실패했을 경우 전 직원이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오늘 오전까지 회의를 진행했는데, 오후에 해고 메일이 왔다”는 이야기도 낯설지 않습니다. 회사의 슬랙이나 구글 계정 접근이 갑자기 끊기고, 퇴사 수속을 위한 인사 담당자의 연락이 먼저 도착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대규모 해고 사례들, 예를 들어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조차 한 번에 수천 명 단위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개인의 성과와 무관하게 해고될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늘 다음 회사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기회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준비가 이직 실력의 정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생존을 위한 이직 준비, 그것이 ‘기본값’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개발자 중 상당수는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외국인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H-1B 비자 또는 유사한 취업 비자를 통해 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비자가 특정 기업에 종속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즉, 회사에서 해고되는 순간 비자 효력이 사라지기 시작하며, 60일 이내에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지 못하면 미국 체류 자체가 불법이 되고, 출국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한 현실은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 살아가는 외국인들에게 지속적인 긴장감을 줍니다. 오늘 다니고 있는 회사가 아무리 잘나가는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투자 실패나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이 일어나면 바로 ‘퇴사 + 출국’ 위기를 동시에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개발자들은 현재 직장에 다니는 중에도 늘 이직을 전제로 한 삶을 살아갑니다.

일례로,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하루에 한 문제씩 LeetCode나 HackerRank에서 코딩 테스트 문제를 풀고, 인터뷰 경험이 공유되는 Glassdoor, Blind, TeamBlind 같은 플랫폼에서 기업별 질문과 면접 후기를 수집합니다. 또한, 시스템 디자인 문제를 동료들과 모의로 풀어보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스터디를 주기적으로 운영합니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성장 목적이 아닙니다.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해고 통보에 대비하기 위한, ‘생활 밀착형 이직 루틴’입니다.

심지어 링크드인 프로필도 항상 최신으로 유지하고, HR 리크루터의 메시지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와 레주메도 상시 업데이트된 상태를 유지합니다. 실직 후 면접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면접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인 것입니다.

결국 실리콘밸리 개발자의 ‘이직 실력’이 대단해 보이는 이유는, 그들의 개인적 열정이나 특별한 능력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고 유지시킨 결과입니다. 이직은 선택이 아니라 일상의 기본값, 살아남기 위한 ‘전제 조건’인 셈입니다.


반대로, 한국 개발자들은?

한국은 미국과 달리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보장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규직 직원은 사전에 해고 예고를 받아야 하며, 정당한 해고 사유 없이 퇴사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기업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더라도 법적·사회적 저항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는 매우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기적인 효율성 측면에서는 한계로 느껴질 수 있지만, 개발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심리적 안정감 속에서 업무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으로 작용합니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두려움보다는, 어떻게 프로젝트를 더 완성도 있게 끌고 갈지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또한 한국 개발자들은 단순히 주어진 코드만 작성하지 않습니다. 요구사항 정리부터 기획 회의 참여, 디자인 검토, QA 커뮤니케이션, 배포 후 운영 대응까지 개발의 모든 단계에 관여하며 ‘전체 서비스 흐름’을 체득하는 경험을 합니다. 특히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한 명의 개발자가 프론트엔드부터 백엔드, CI/CD, 간단한 서버 인프라 구성까지 담당하는 일이 흔합니다.

그 결과, 한국 개발자들은 자연스럽게 협업 중심의 역량, 즉 기획자·디자이너·QA 엔지니어·운영팀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강해집니다.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주도적인 자세도 함께 길러집니다.

실제로 해외 기업들이 한국 개발자를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 기업에서 기대하는 역량은 단순히 알고리즘을 잘 푸는 실력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를 문제없이 출시하고 운영까지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실무 중심의 능력입니다. 또한 ‘이 일이 내 일인가?’를 따지기보다, 문제가 생기면 끝까지 해결하려는 책임감 있는 태도 역시 한국 개발자만의 강점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개발자들도 기술 면접이나 시스템 설계 인터뷰 등 일부 영역에서는 해외 개발자들보다 준비 시간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평소에 준비할 필요가 없는 구조’에서 온 차이입니다. 오히려 그 시간을 실제 서비스 운영 경험과 협업 능력으로 채워왔다면, 그것 또한 실력이며, 해외 개발자들이 갖기 어려운 현장 기반의 경쟁력입니다.


진짜 대단한 건 ‘준비’보다 ‘축적’ 아닐까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이 보여주는 꾸준한 면접 준비, 알고리즘 학습, 시스템 디자인 정리는 분명 배울 점이 많습니다. LeetCode를 매일 풀고, 인터뷰 스터디를 주기적으로 진행하며, 면접을 위한 프로젝트와 포트폴리오를 상시 관리하는 태도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점에서 인상 깊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준비는 어디까지나 자기계발의 결과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이직이 삶의 기반을 지키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준비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구조가 그들의 루틴을 만들었다고 봐야 합니다. 즉, ‘대단하다’고 보기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구조적 배경이 존재합니다.

반면, 한국 개발자들은 생존을 위해 코딩 테스트를 매일 풀진 않지만, 실제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축적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속도나 반짝이는 실력이 아닐 수 있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제품을 끝까지 완성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개발자는 단순히 기능을 구현하는 수준을 넘어 서비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API 명세를 잡고, 프론트와 백엔드 간의 연동 구조를 고민하며, 배포 후 발생하는 사용자 피드백과 장애 대응까지 모두 경험합니다. 이는 한두 개의 기술 스택을 잘 다루는 능력과는 결이 다릅니다.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고, 실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 속에서도 문제를 해결해내는 ‘현장형 실력’입니다.

미국에서는 면접을 통과하면 실력자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면접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 차이는 곧 축적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한두 번의 이직으로는 얻을 수 없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적응력, 팀 간 협업 경험, 복잡한 요구사항을 소화한 내공이 쌓이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국 개발자는 인터뷰에서 보여주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낸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전 중심의 경험이야말로 진짜 실력이고, 어디서든 통할 경쟁력입니다.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은…!!!!

치열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매일같이 스스로를 단련합니다. 면접 준비를 루틴처럼 반복하고, 낯선 기술이라도 빠르게 흡수해내는 그들의 민첩성은 확실히 인상적입니다. 그들의 이직 실력과 생존 전략은 오랜 시간 속에서 다듬어진 결과이며, 분명 배울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대단함’에 압도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성장했고,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불안정한 해고의 공포 대신,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팀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현장에서 실력을 입증해왔습니다. 기술뿐 아니라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 제품을 보는 감각,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통찰력을 오랜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축적해온 것입니다.

그들은 인터뷰 문제를 잘 푸는 방법을 익혔다면, 우리는 실제 문제를 잘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왔습니다. 그들은 언제든 회사를 떠날 준비를 했고, 우리는 하나의 서비스를 오래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기회를 향해 달려왔다면, 우리는 기반을 다지며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준비했고, 우리는 이렇게 쌓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모두, 서로에게서 배울 가치가 있습니다.

무조건 따라갈 필요도, 무조건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길러진 실력은 방향이 다를 뿐, 가치의 크기를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만들어낸 실력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실력은 어느 곳에서도 통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축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도 좋습니다. 대단한 건 준비일 수도 있지만, 더 대단한 건 오랜 시간 쌓아온 당신의 실력입니다.


제임스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james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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