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퇴사하겠습니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주 전, 업계 1위이자 한창 잘나가는 대기업을 시원하게 퇴사했다.
(사실 과정이 그리 시원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힘들게 취준하며 들어갔던 회사인데 왜 어린 나이에 대기업 퇴사라는 큰 결정을 내렸을까?
게다가 다른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퇴사를 하기까지의 과정들과 생각들을 하나씩 풀어가보기로 한다.
혹시라도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의 경험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입사 3개월차즈음, 나는 퇴사를 확신하고 이직준비를 시작했다.
수많은 자소서와 심장 떨리는 면접들…
힘들게 들어온 대기업이었기에 나도 이런 생각이 드는게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전의 사회생활 경험이 때문인지 이 회사는 아니라는 판단이 빠르게 섰던 것 같다. 또한 회사 내부의 체계가 대기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엉망이었다. 여기서 성장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회사를 다니는 동안 퇴사 후 무엇을 할지,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과 시도를 거듭했다. 책이며 유튜브며 대기업 퇴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길을 찾으며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주변에서 다들 부러워하는 대기업인데 벌써 이렇게 나가버리는게 맞나? 내가 끈기가 없는걸까? 다들 이렇게 괴롭게 사는걸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정말 내가 퇴사하고 싶은게 맞나?
그래서 일단 내가 퇴사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정리해나가보기로 했다.
1. 나와 맞지 않는 직무
나는 구매를 담당했다. 하지만 구매는 나에게 절대로 맞는 직무가 아니었다. 이런 말을 할때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한테 맞는 직무가 어딨냐고, 그냥 해야하니까 하는거지 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냥 항상 그랬다. 어떤일이든 호불호가 명확히 있었고, 하기 싫은 것에 대해서는 정말 하기 싫어하며(?)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바뀌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베트남 짝퉁시장에서도 흥정을 잘 하지 않는 나에게는 ‘협상’이 주요 업무스킬인 구매는 맞지 않았다.
특히 구매는 내가 업체와 어떻게 협상을 하느냐,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진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부분도 정말 스트레스였다. 나는 오히려 주어진 메뉴얼 안에서 따르되, 그것을 효율적으로 개선시켜나가는 것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과 많이 만나서 협상하고 소통하는 업무는 나에게 큰 스트레스였다.
2. 사무실에만 앉아있는 업무
나는 굉장히 활동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업무 자체가 해외를 메인으로 하다보니 어디 출장 갈 것도 없이 거의 하루종일 사무실에만 앉아있는다. 현장 돌아가는 것도 보고싶고 몸으로 하는 업무도 어느정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구매는 어딜 갈 일이 잘 없다… 하루종일 앉아있는게 나는 큰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일부러 자재창고도 찾아가면서 어느정도 해소를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원래 사무업무가 주이기 때문에 크게 바뀌는 건 없었다. 나는 직접 발로 뛰면서 배우고, 일하고 싶었다.
3. 대기업답지 않은 회사체계/분위기
회사가 갑자기 성장했던터라 탄탄한 체계가 없었다. 한창 분위기는 좋으니 위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적인 시도를 하려고하는데 내부 인력이나 시스템은 그걸 전혀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은 계속 지쳐만 가고, 특히나 나는 10년만에 처음 뽑은 신입으로서, 대리과장급 선배 없이 업무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 없이, 그저 바다 한가운데에 내팽겨쳐진 기분이었다. 또한 갑자기 인력채용을 많이하면서 다양한 회사에서 경력직분들이 들어왔는데 각자 다른 회사에서 일하다보니 생각하는 것도 제각각이었다. 이에 나는 회사의 명확한 시스템 없이 어떤 것을 따라야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계속 일을 해야만 했다.
4. 극심한 업무 강도
일단 일이 너무 많았다. 정말 너무 심하게 많았다. 매일 저녁 8시~10시 사이에 퇴근하는건 당연했고, 어느순간 주말출근도 당연하게 되었다. 부장님은 자꾸 그게 내 성격탓이란다. 니가 퇴근 후에는 회사업무 신경 안쓰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그게 말인가 방군가… 안하면 일이 쌓이고 결국 그건 내 탓이 될텐데 그걸 어떻게 온오프를 잘시키라는거야.
퇴근하고 기타 배우고, 독서하고, 일기쓰는 그런 평범한 삶조차 다 없어져버리고 어느새 나는 그냥 회사-집-잠만 반복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정말 하루하루가 우울하고 암울했다. 왜 이렇게 살아야하지라는 생각이 끝도 없이 밀려왔고, 내 인생이 너무나도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초반에는 야근도 주말출근도 열정적으로 하던 나였는데 뭐하나 나아지는 것 없이 더 악화되는 상황에 점점 지쳐가고 소위 말하는 ‘번아웃’이 와버렸다.
5.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하게 있었다.
이게 결정적으로 퇴사 결심에 큰 영향을 미친 요소들인 것 같다.
나는 신기하게도 하고 싶은게 뚜렷하게 있는 사람이었다. 이게 신기한 이유는, 주변에 회사 다니는 사람들한테 퇴사하고 싶음에도 계속 다니는 이유가 뭐냐? 라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 ‘할게 없어서‘라는 답변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게 너무나도 많았다.
먼저 내 전공은 ‘항해’이다. 흔치않은 전공이고 그래서인지 내 전공에 항상 자부심이 있었다.
(참고로 나의 인생 가치관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자’ 이다.) 그래서 나는 배를 타거나, 해운업/조선업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무튼 그냥 바다 가까이서 일하고 싶었다.
또한 나는 온라인 한국어티칭을 한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뭔지 정확하게 알아버렸다. 일찍부터 알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현재 회사 말고도, 시도해볼 수 있는 대안이 2개나 있었다.
1. 해운/조선 기업 취업
2. 한국어선생님으로의 커리어 성장
이걸 이제서야 깨달은 나는
더 이상 이 회사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고민 끝에, 그렇게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을 퇴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나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
륀륀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929e578463a5478
팀장님, 퇴사하겠습니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주 전, 업계 1위이자 한창 잘나가는 대기업을 시원하게 퇴사했다.
(사실 과정이 그리 시원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힘들게 취준하며 들어갔던 회사인데 왜 어린 나이에 대기업 퇴사라는 큰 결정을 내렸을까?
게다가 다른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퇴사를 하기까지의 과정들과 생각들을 하나씩 풀어가보기로 한다.
혹시라도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의 경험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입사 3개월차즈음, 나는 퇴사를 확신하고 이직준비를 시작했다.
수많은 자소서와 심장 떨리는 면접들…
힘들게 들어온 대기업이었기에 나도 이런 생각이 드는게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전의 사회생활 경험이 때문인지 이 회사는 아니라는 판단이 빠르게 섰던 것 같다. 또한 회사 내부의 체계가 대기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엉망이었다. 여기서 성장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회사를 다니는 동안 퇴사 후 무엇을 할지,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과 시도를 거듭했다. 책이며 유튜브며 대기업 퇴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길을 찾으며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주변에서 다들 부러워하는 대기업인데 벌써 이렇게 나가버리는게 맞나? 내가 끈기가 없는걸까? 다들 이렇게 괴롭게 사는걸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정말 내가 퇴사하고 싶은게 맞나?
그래서 일단 내가 퇴사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정리해나가보기로 했다.
1. 나와 맞지 않는 직무
나는 구매를 담당했다. 하지만 구매는 나에게 절대로 맞는 직무가 아니었다. 이런 말을 할때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한테 맞는 직무가 어딨냐고, 그냥 해야하니까 하는거지 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냥 항상 그랬다. 어떤일이든 호불호가 명확히 있었고, 하기 싫은 것에 대해서는 정말 하기 싫어하며(?)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바뀌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베트남 짝퉁시장에서도 흥정을 잘 하지 않는 나에게는 ‘협상’이 주요 업무스킬인 구매는 맞지 않았다.
특히 구매는 내가 업체와 어떻게 협상을 하느냐,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진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부분도 정말 스트레스였다. 나는 오히려 주어진 메뉴얼 안에서 따르되, 그것을 효율적으로 개선시켜나가는 것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과 많이 만나서 협상하고 소통하는 업무는 나에게 큰 스트레스였다.
2. 사무실에만 앉아있는 업무
나는 굉장히 활동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업무 자체가 해외를 메인으로 하다보니 어디 출장 갈 것도 없이 거의 하루종일 사무실에만 앉아있는다. 현장 돌아가는 것도 보고싶고 몸으로 하는 업무도 어느정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구매는 어딜 갈 일이 잘 없다… 하루종일 앉아있는게 나는 큰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일부러 자재창고도 찾아가면서 어느정도 해소를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원래 사무업무가 주이기 때문에 크게 바뀌는 건 없었다. 나는 직접 발로 뛰면서 배우고, 일하고 싶었다.
3. 대기업답지 않은 회사체계/분위기
회사가 갑자기 성장했던터라 탄탄한 체계가 없었다. 한창 분위기는 좋으니 위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적인 시도를 하려고하는데 내부 인력이나 시스템은 그걸 전혀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은 계속 지쳐만 가고, 특히나 나는 10년만에 처음 뽑은 신입으로서, 대리과장급 선배 없이 업무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 없이, 그저 바다 한가운데에 내팽겨쳐진 기분이었다. 또한 갑자기 인력채용을 많이하면서 다양한 회사에서 경력직분들이 들어왔는데 각자 다른 회사에서 일하다보니 생각하는 것도 제각각이었다. 이에 나는 회사의 명확한 시스템 없이 어떤 것을 따라야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계속 일을 해야만 했다.
4. 극심한 업무 강도
일단 일이 너무 많았다. 정말 너무 심하게 많았다. 매일 저녁 8시~10시 사이에 퇴근하는건 당연했고, 어느순간 주말출근도 당연하게 되었다. 부장님은 자꾸 그게 내 성격탓이란다. 니가 퇴근 후에는 회사업무 신경 안쓰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그게 말인가 방군가… 안하면 일이 쌓이고 결국 그건 내 탓이 될텐데 그걸 어떻게 온오프를 잘시키라는거야.
퇴근하고 기타 배우고, 독서하고, 일기쓰는 그런 평범한 삶조차 다 없어져버리고 어느새 나는 그냥 회사-집-잠만 반복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정말 하루하루가 우울하고 암울했다. 왜 이렇게 살아야하지라는 생각이 끝도 없이 밀려왔고, 내 인생이 너무나도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초반에는 야근도 주말출근도 열정적으로 하던 나였는데 뭐하나 나아지는 것 없이 더 악화되는 상황에 점점 지쳐가고 소위 말하는 ‘번아웃’이 와버렸다.
5.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하게 있었다.
이게 결정적으로 퇴사 결심에 큰 영향을 미친 요소들인 것 같다.
나는 신기하게도 하고 싶은게 뚜렷하게 있는 사람이었다. 이게 신기한 이유는, 주변에 회사 다니는 사람들한테 퇴사하고 싶음에도 계속 다니는 이유가 뭐냐? 라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 ‘할게 없어서‘라는 답변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게 너무나도 많았다.
먼저 내 전공은 ‘항해’이다. 흔치않은 전공이고 그래서인지 내 전공에 항상 자부심이 있었다.
(참고로 나의 인생 가치관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자’ 이다.) 그래서 나는 배를 타거나, 해운업/조선업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무튼 그냥 바다 가까이서 일하고 싶었다.
또한 나는 온라인 한국어티칭을 한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뭔지 정확하게 알아버렸다. 일찍부터 알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현재 회사 말고도, 시도해볼 수 있는 대안이 2개나 있었다.
1. 해운/조선 기업 취업
2. 한국어선생님으로의 커리어 성장
이걸 이제서야 깨달은 나는
더 이상 이 회사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고민 끝에, 그렇게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을 퇴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나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
륀륀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929e578463a54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