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한민국 HR 트렌드


새해가 밝았습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하는 일 심하게 잘 되시길 빕니다(꾸벅).

2026년 글로벌 HR의 화두는 인공지능입니다. 수많은 HR 전문가들은 2026년의 핵심 테마로 ‘인간 지속 가능성’과 ‘기술을 통한 지적능력의 증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인간의 노고를 덜고, 창의성을 극대화하며, 조직의 포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이제 도구의 영역을 넘어 에이전트로서 진화하니까 얘를 조직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하나?’라는 고민을 꺼내는 단계라는 거죠. 전반적인 재설계가 필요한데 재설계는 크게 3가지 하부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일의 재설계 (Redesign of Work): AI와 인간의 협업 방식.

조직의 재설계 (Redesign of Organization):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인력 구성의 변화.

역할의 재설계 (Redesign of Competence): 요구되는 역량과 학습 방식의 변화.

대한민국도 재설계 흐름에 동참하는 게 맞지만 노동시장의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소 방향이 어긋나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인간의 역할 확장보다는 비용 절감과 효율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AI가 작동하고 있으니까요. 글로벌 재설계가 한국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노동시장, 인구 구조와 결합하여 다른 의미로 진화하는 모양입니다.

지극히 한국적 맥락에서 냉정하게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026 대한민국 HR 트렌드.



우리 회사 늙어가는데 어쩌지

본격적으로 늙어간다 : 올해부터 대한민국 기업들이 체감하게 될 가장 큰 공포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물리적인 인구수가 0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젊고, 유능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람이 없어진다는 얘깁니다.통계청과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70.0%였던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72년 47.6%로 급락할 전망이며, 반대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9.5%에서 47.7%로 폭증합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할 사람이 없는 상황과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22년 하반기 이후 3년 간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1.1만 개 감소한 반면, 50대 일자리는 20.9만 개 증가했습니다. 기업들이 비용문제와 AI 도입 등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극도로 줄이는 대신, 경력직이나 고령 노동자로 채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마저도 곧 여의치 않게 됩니다.

시니어의 영향력이 세진다 :흔히 기술 발전이 젊은 세대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청년들이 AI와 신기술을 더 잘 다룰 것이라는 통념 때문입니다. 그러나 데이터는 그 반대라고 말합니다. 청년 일자리 감소분 21.1만 개 중 무려 98.6%(20.8만 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상위 50% 업종에서 발생했습니다. 반면, 같은 AI 고노출 업종에서 50대 일자리는 14.6만 개나 증가했죠. 이러한 현상을 연공편향성이라 부릅니다.

원인은 AI의 활용 특성에 있습니다. 조직에 갓 진입한 주니어들이 도제식으로 배우며 수행하던 자료 조사, 초안 작성, 데이터 정리, 코딩의 기초 작업 같이 주로 정형화되고 규칙 기반의 업무가 AI로 대체됩니다. 반면, 시니어들이 보유한 경험적 지식, 즉 암묵지와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사회적 기술, 전략적 판단 능력은 아직 AI가 대체하기 어렵죠. 암묵지와 사회적 기술을 보유한 시니어의 역량은 AI와 결합되면서 되려 증강되기에 조직 내에서 시니어의 영향력은 더 거세지게 됩니다. 여기에 새로 들어오는 인력도 신입보단 시니어의 비율이 높아질 겁니다. 조직의 균형추가 쏠리는 거죠.


일할 기간을 어쩔까나 :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될 걸로 보입니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데다 고령 노동자의 생존이 걸린 문제니 마냥 미룰 문제는 아니죠. 실제로 고령층의 계속 근로 희망 비율은 69.4%에 달하며, 희망 은퇴 연령은 73세까지 늦춰졌습니다.

문제는 연봉은 그대로 두고 정년만 늘리면 인건비 부담이 폭증한다는데 있습니다. 아무래도 호봉제 하에서 고령 근로자의 임금은 신입보다 많으니까요.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 당시,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청년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이 감소하는 구축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이번엔 어떻게 대응할까요.


보상과 가치에 대한 기준이 어떻게 달라질까

서서히 벌어지는 보상체계 : 보상 체계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원래라면 ‘초양극화’가 지배해야 맞지만 대한민국의 임금구조가 매우 경직되어 있어 그나마 속도는 더딥니다. 하지만 기술과 직무에 따른 임금 격차는 물론이고, 기업 규모에 따라서도 격차가 벌어진다는 흐름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더 이상 기업들은 보상을 골고루 나누어주지 않습니다. 성과를 내는 핵심 인재에게는 파격적일 만큼 인센티브를 몰아주겠지만 단순 업무 수행자나 저성과자에 대해서는 아주 냉혹하게 대하겠죠. 순서를 따진다면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자리 잡으면 ‘냉혹한 조치’가 뒤이어 자리잡지 않을까 합니다.

돈은 그때그때 주시고 시간도 주세요 : 보상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강해집니다. 이제 열정 페이나 경영진의 판단, 회사의 사정을 핑계로 한 모호한 보상은 통하지 않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보상은 조용한 퇴사를 부르거나, 블라인드 같은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나가겠죠. HR 부서엔 평가와 보상의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납득할 수 있는 데이터로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생깁니다.

금전적 보상만큼이나 시간에 대한 보상도 중요해집니다.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선택권, 안식월 등 시간을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직장의 선택과 유지에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혹은 작은 성취를 이룰 때마다 즉각적으로 보상하는 소위 나노 보상 트렌드가 한국에선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발현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어렵지 않게 해 봅니다.


이제 본업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아 : 2025년 하반기부터 소위 불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자산소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죠. 여기에 ‘N잡러’까지 뉴노멀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5.3%가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찾기 어렵다’라고 응답했고, N잡러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했습니다. 말 그대로 본업만으로는 만족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HR로서는 고민스러운 지점입니다. 본업만으로 만족하지 않는 직원들을 어떻게든 달래고 이끌어가야 하니까요. 조직 내부에서 역량을 키우고 네트워크를 확장시킬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부분, 조직 외부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과 지식을 조직 내로 환류시킬 수 있는 방안이 고민되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AI의 협…ㅈ..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일하는 방식은 여전히 기대하기 어렵다 : 한국은행 가계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63.5%가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도입 초기보다 무려 8배나 빠르죠. 높은 디지털 수용성 덕에 AI 도입은 빠르지만 그 활용과 효율은 제한적입니다. 실제로 AI 사용자 중 54.1%는 업무 시간 단축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AI 활용 역량의 부족과 조직 차원의 프로세스 재설계가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단시간 내에 이루긴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데이터를 확보하고 가공해서 사용할 것인지, 어떤 업무를 AI에게 위임할 것인지, AI가 내놓은 결과물의 환각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그리고 AI로 인해 확보된 시간을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어떻게 재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준비가 부족하거든요.


가르치는 것도 달라진다 : AI 도입은 필연적으로 일자리 분극화를 가져옵니다. 일자리 분극화는 중간 숙련도의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고소득 전문직과 저임금 서비스직은 늘어나지만 중위 소득 일자리는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10년 간 판매 종사자 등 중위 임금 일자리가 감소하고, 전문가 및 보건 서비스직이 증가하는 등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교육 훈련(HRD) 전략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고숙련 및 핵심 인재에겐 AI, 데이터 분석, 전략 기획 등 고부가가치 역량을 강화하는 투자가 집중되는 반면, 자동화가 진척되는 분야엔 교육 투자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다양성이 조직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 : 지난해 성과가 나쁜 기업일수록 외부 환경 탓을 하고, 성과가 좋은 기업일수록 내부 인재와 조직 문제에 집중하더라는 지속성장연구소의 언급이 있었습니다. 조직 문화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명제에 부합하는 결과죠. 인구 감소로 인재 풀이 줄어든 상황이다 보니 조직 내에서 여성, 고령 노동자, 외국인 등 인력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포용성과 소속감을 어떻게 살려내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란 거죠.

이 중 여성 인력의 활용은 기업 입장에서 주목해 볼 지점입니다. 30대 후반부터 여성의 3년 미만 경력자 비율이 남성보다 높아진다는 통계는 여성이 육아 후 복귀할 때 기존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고급 인력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살려서 써먹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HR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 앞엔 양극화와 각자도생, 연착륙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양극화 : 대기업은 AI와 보상으로 인재를 독식하고 승승장구하지만, 중소기업은 인력난과 고비용으로 붕괴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교육과 보상도 극단으로 나뉩니다.

각자도생 : 정년 연장 등 구조 개혁이 지연됩니다. 기업은 채용을 동결하고, 청년들은 무기력에 빠지며, 시니어는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합니다. 생산성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경제 활력은 떨어집니다.

연착륙 : 직무급제 도입과 유연한 고용 모델이 확산됩니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보완하며 생산성이 향상되고, 다양한 인재가 어우러지는 포용적 문화가 정착됩니다.

지금까지 서술한 상황만 놓고 본다면 초양극화와 각자도생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자본의 논리에 충실한 한국 사회에서 강자는 더 강해지고 약자는 도태되는 승자독식 구조가 AI 기술을 만나서 한층 강화될 테니까요.인구 감소와 AI라는 거대 변수 사이에서, 인간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기술로 일의 가치를 증강시키며, 공정하고 유연한 시스템으로 뒷받침하는 재설계가 그래서 더 절실하지 않나 합니다.

이건 HR만이 할 수 있으니까요.


(참고자료)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통계청)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한국은행, 202502)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한국은행, 202504)

AI의 빠른 확산과 생산성 효과: 가계조사를 바탕으로 (한국은행, 202508)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연공편향 기술변화를 중심으로 (한국은행, 202510)

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규모, 임금, 이동성 분석 (한국은행, 202512)

인구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와 대응 (국회조정연구협의회 공동연구, 202512)

우리나라 노동생산성 현황과 정책과제(국회예산정책처, 202512)

직업 가치관 및 ‘N잡러(슬래셔)’ 관련 인식 조사(엠브레인, 2023)


인사하는 데이터 분석가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elap0627


새해가 밝았습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하는 일 심하게 잘 되시길 빕니다(꾸벅).

2026년 글로벌 HR의 화두는 인공지능입니다. 수많은 HR 전문가들은 2026년의 핵심 테마로 ‘인간 지속 가능성’과 ‘기술을 통한 지적능력의 증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인간의 노고를 덜고, 창의성을 극대화하며, 조직의 포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이제 도구의 영역을 넘어 에이전트로서 진화하니까 얘를 조직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하나?’라는 고민을 꺼내는 단계라는 거죠. 전반적인 재설계가 필요한데 재설계는 크게 3가지 하부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일의 재설계 (Redesign of Work): AI와 인간의 협업 방식.

조직의 재설계 (Redesign of Organization):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인력 구성의 변화.

역할의 재설계 (Redesign of Competence): 요구되는 역량과 학습 방식의 변화.

대한민국도 재설계 흐름에 동참하는 게 맞지만 노동시장의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소 방향이 어긋나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인간의 역할 확장보다는 비용 절감과 효율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AI가 작동하고 있으니까요. 글로벌 재설계가 한국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노동시장, 인구 구조와 결합하여 다른 의미로 진화하는 모양입니다.

지극히 한국적 맥락에서 냉정하게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026 대한민국 HR 트렌드.



우리 회사 늙어가는데 어쩌지

본격적으로 늙어간다 : 올해부터 대한민국 기업들이 체감하게 될 가장 큰 공포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물리적인 인구수가 0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젊고, 유능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람이 없어진다는 얘깁니다.통계청과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70.0%였던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72년 47.6%로 급락할 전망이며, 반대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9.5%에서 47.7%로 폭증합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할 사람이 없는 상황과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22년 하반기 이후 3년 간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1.1만 개 감소한 반면, 50대 일자리는 20.9만 개 증가했습니다. 기업들이 비용문제와 AI 도입 등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극도로 줄이는 대신, 경력직이나 고령 노동자로 채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마저도 곧 여의치 않게 됩니다.

시니어의 영향력이 세진다 :흔히 기술 발전이 젊은 세대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청년들이 AI와 신기술을 더 잘 다룰 것이라는 통념 때문입니다. 그러나 데이터는 그 반대라고 말합니다. 청년 일자리 감소분 21.1만 개 중 무려 98.6%(20.8만 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상위 50% 업종에서 발생했습니다. 반면, 같은 AI 고노출 업종에서 50대 일자리는 14.6만 개나 증가했죠. 이러한 현상을 연공편향성이라 부릅니다.

원인은 AI의 활용 특성에 있습니다. 조직에 갓 진입한 주니어들이 도제식으로 배우며 수행하던 자료 조사, 초안 작성, 데이터 정리, 코딩의 기초 작업 같이 주로 정형화되고 규칙 기반의 업무가 AI로 대체됩니다. 반면, 시니어들이 보유한 경험적 지식, 즉 암묵지와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사회적 기술, 전략적 판단 능력은 아직 AI가 대체하기 어렵죠. 암묵지와 사회적 기술을 보유한 시니어의 역량은 AI와 결합되면서 되려 증강되기에 조직 내에서 시니어의 영향력은 더 거세지게 됩니다. 여기에 새로 들어오는 인력도 신입보단 시니어의 비율이 높아질 겁니다. 조직의 균형추가 쏠리는 거죠.


일할 기간을 어쩔까나 :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될 걸로 보입니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데다 고령 노동자의 생존이 걸린 문제니 마냥 미룰 문제는 아니죠. 실제로 고령층의 계속 근로 희망 비율은 69.4%에 달하며, 희망 은퇴 연령은 73세까지 늦춰졌습니다.

문제는 연봉은 그대로 두고 정년만 늘리면 인건비 부담이 폭증한다는데 있습니다. 아무래도 호봉제 하에서 고령 근로자의 임금은 신입보다 많으니까요.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 당시,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청년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이 감소하는 구축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이번엔 어떻게 대응할까요.


보상과 가치에 대한 기준이 어떻게 달라질까

서서히 벌어지는 보상체계 : 보상 체계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원래라면 ‘초양극화’가 지배해야 맞지만 대한민국의 임금구조가 매우 경직되어 있어 그나마 속도는 더딥니다. 하지만 기술과 직무에 따른 임금 격차는 물론이고, 기업 규모에 따라서도 격차가 벌어진다는 흐름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더 이상 기업들은 보상을 골고루 나누어주지 않습니다. 성과를 내는 핵심 인재에게는 파격적일 만큼 인센티브를 몰아주겠지만 단순 업무 수행자나 저성과자에 대해서는 아주 냉혹하게 대하겠죠. 순서를 따진다면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자리 잡으면 ‘냉혹한 조치’가 뒤이어 자리잡지 않을까 합니다.

돈은 그때그때 주시고 시간도 주세요 : 보상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강해집니다. 이제 열정 페이나 경영진의 판단, 회사의 사정을 핑계로 한 모호한 보상은 통하지 않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보상은 조용한 퇴사를 부르거나, 블라인드 같은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나가겠죠. HR 부서엔 평가와 보상의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납득할 수 있는 데이터로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생깁니다.

금전적 보상만큼이나 시간에 대한 보상도 중요해집니다.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선택권, 안식월 등 시간을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직장의 선택과 유지에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혹은 작은 성취를 이룰 때마다 즉각적으로 보상하는 소위 나노 보상 트렌드가 한국에선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발현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어렵지 않게 해 봅니다.


이제 본업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아 : 2025년 하반기부터 소위 불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자산소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죠. 여기에 ‘N잡러’까지 뉴노멀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5.3%가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찾기 어렵다’라고 응답했고, N잡러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했습니다. 말 그대로 본업만으로는 만족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HR로서는 고민스러운 지점입니다. 본업만으로 만족하지 않는 직원들을 어떻게든 달래고 이끌어가야 하니까요. 조직 내부에서 역량을 키우고 네트워크를 확장시킬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부분, 조직 외부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과 지식을 조직 내로 환류시킬 수 있는 방안이 고민되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AI의 협…ㅈ..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일하는 방식은 여전히 기대하기 어렵다 : 한국은행 가계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63.5%가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도입 초기보다 무려 8배나 빠르죠. 높은 디지털 수용성 덕에 AI 도입은 빠르지만 그 활용과 효율은 제한적입니다. 실제로 AI 사용자 중 54.1%는 업무 시간 단축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AI 활용 역량의 부족과 조직 차원의 프로세스 재설계가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단시간 내에 이루긴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데이터를 확보하고 가공해서 사용할 것인지, 어떤 업무를 AI에게 위임할 것인지, AI가 내놓은 결과물의 환각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그리고 AI로 인해 확보된 시간을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어떻게 재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준비가 부족하거든요.


가르치는 것도 달라진다 : AI 도입은 필연적으로 일자리 분극화를 가져옵니다. 일자리 분극화는 중간 숙련도의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고소득 전문직과 저임금 서비스직은 늘어나지만 중위 소득 일자리는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10년 간 판매 종사자 등 중위 임금 일자리가 감소하고, 전문가 및 보건 서비스직이 증가하는 등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교육 훈련(HRD) 전략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고숙련 및 핵심 인재에겐 AI, 데이터 분석, 전략 기획 등 고부가가치 역량을 강화하는 투자가 집중되는 반면, 자동화가 진척되는 분야엔 교육 투자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다양성이 조직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 : 지난해 성과가 나쁜 기업일수록 외부 환경 탓을 하고, 성과가 좋은 기업일수록 내부 인재와 조직 문제에 집중하더라는 지속성장연구소의 언급이 있었습니다. 조직 문화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명제에 부합하는 결과죠. 인구 감소로 인재 풀이 줄어든 상황이다 보니 조직 내에서 여성, 고령 노동자, 외국인 등 인력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포용성과 소속감을 어떻게 살려내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란 거죠.

이 중 여성 인력의 활용은 기업 입장에서 주목해 볼 지점입니다. 30대 후반부터 여성의 3년 미만 경력자 비율이 남성보다 높아진다는 통계는 여성이 육아 후 복귀할 때 기존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고급 인력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살려서 써먹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HR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 앞엔 양극화와 각자도생, 연착륙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양극화 : 대기업은 AI와 보상으로 인재를 독식하고 승승장구하지만, 중소기업은 인력난과 고비용으로 붕괴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교육과 보상도 극단으로 나뉩니다.

각자도생 : 정년 연장 등 구조 개혁이 지연됩니다. 기업은 채용을 동결하고, 청년들은 무기력에 빠지며, 시니어는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합니다. 생산성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경제 활력은 떨어집니다.

연착륙 : 직무급제 도입과 유연한 고용 모델이 확산됩니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보완하며 생산성이 향상되고, 다양한 인재가 어우러지는 포용적 문화가 정착됩니다.

지금까지 서술한 상황만 놓고 본다면 초양극화와 각자도생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자본의 논리에 충실한 한국 사회에서 강자는 더 강해지고 약자는 도태되는 승자독식 구조가 AI 기술을 만나서 한층 강화될 테니까요.인구 감소와 AI라는 거대 변수 사이에서, 인간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기술로 일의 가치를 증강시키며, 공정하고 유연한 시스템으로 뒷받침하는 재설계가 그래서 더 절실하지 않나 합니다.

이건 HR만이 할 수 있으니까요.


(참고자료)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통계청)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한국은행, 202502)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한국은행, 202504)

AI의 빠른 확산과 생산성 효과: 가계조사를 바탕으로 (한국은행, 202508)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연공편향 기술변화를 중심으로 (한국은행, 202510)

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규모, 임금, 이동성 분석 (한국은행, 202512)

인구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와 대응 (국회조정연구협의회 공동연구, 202512)

우리나라 노동생산성 현황과 정책과제(국회예산정책처, 202512)

직업 가치관 및 ‘N잡러(슬래셔)’ 관련 인식 조사(엠브레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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