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조직문화 여정 ⑮ 시장을 읽고 도전하다 – 시장을 읽는 방식이 바뀌던 순간


면 카테고리를 맡다

2016년, 원물간식을 담당하며 함께 맡게 된 또 하나의 카테고리가 있었다.
바로 ‘면’이었다.

면류는 생각보다 종류가 많았지만, 당시 우리 회사는 면을 주력으로 만드는 제조사는 아니었고
실제 입점된 SKU도 많지 않았다. 매출의 80% 이상은 스파게티면과 당면이 차지하고 있었고,
당면 역시 설, 추석 같은 성수기에만 판매가 급증하는 구조였다.


사실상 큰 성장을 기대하기보다는 현상 유지를 목표로 관리하던 카테고리에 가까웠다.

평소 매장을 다니며 타사의 면 제품들을 유심히 살펴보았고,
주말이면 일부러 다른 마트에 들러 담당 카테고리의 진열 방식, 매대 구성, 가격을 사진으로 남기며 고민하던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스스로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를 하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찍어둔 사진들을 다시 보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봉지라면 매대 옆에 있던 컵라면 매대, 그리고 그 안에 진열된 중소기업들의 쌀국수 제품들이었다.



“그래, 이거다”

면류 쪽에는 이미 워낙 강력한 대기업 브랜드가 있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역이었다.
하지만 현장 여직원에게 들은 말이 마음에 남았다.

“이쪽은요, 고객들이 세일할 때만 골라 담아요. 가격이 비슷하면 그냥 행사 제품을 사가세요.”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은 단순했다.

‘이건 한번 시도해 볼 만하다.’

다음 날 바로 면류 담당 마케터에게 확인해 보니, 다행히 우리 회사에도 쌀국수 제품이 있었다.

곧바로 샘플과 입점 서류를 준비해 면류 바이어와 미팅을 시작했다.
가격, 생산량, 맛까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샘플은 내가 설명할 수 있게

일주일 정도 매일 저녁에 자사의 제품을 먹으면서 공부했기에 자신 있었다.

그런데 미팅 말미에 돌아온 한마디.

“대리님, 이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데이터 앞에서 멈추다

순간 당황했다. 이유를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외국산 쌀이에요.”

나는 반박할 자신이 있었다.
이미 매장에는 외국산 쌀을 사용한 쌀국수도 다수 입점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어는 POS 데이터를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국내산 쌀로 만든 제품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포지셔닝이 더 좋고, 실제로 더 잘 팔려요.
그리고 지금은 SKU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결국 판매 데이터가 입점을 설득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날 이후 방향을 바꿨다.
다음 날부터 다른 채널(대형마트, 중형마트, 소형 슈퍼)의 입점 현황과 판매 데이터를 마케터와 함께 정리하기 시작했다.

① 채널별 입점 현황 및 SKU 수

② 행사 / 비행사 / 시식행사 동시 진행 시 POS 데이터

③ 매대 연출 사진

④ POG 입점 여부

자료를 모아보니 자사 쌀국수는 타 채널에서는 비교적 잘 팔리고 있었지만,
행사 때만 매출이 튀고 지속적인 판매 구조는 약하다는 한계가 분명했다.



판을 바꾸는 선택

팀장님, 마케터와 여러 차례 미팅 끝에 내가 제안한 방향은 명확했다.

“행사 때만 파는 구조라면, 결국 가격 문제입니다. *EDLP(상시 합리적 가격)로 운영하고,

행사 때만 소폭 할인을 추가하는 방식은 어떨까요?”

(EDLP : Every Day Low Price로서 항상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가격 전략을 의미한다. 행사, 할인에 의존

하지 않고 연중 내내 동일하거나 안정적인 저가를 유지하는 방식)

마케터는 현실적인 고민을 했다.
“그럼 계속 할인 구조인데, 얻는 게 적지 않겠어요?”

그래서 꺼낸 카드가 *POG 입점이었다.
이 채널의 운영 특징 중 하나가 신제품이 6개월간의 매출 성과를 통해 상위권에 오르면,
전국 매장의 기본 진열(POG)에 자동 반영되는 구조였다.

(POG : Planogram로서 매대에 상품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설계한 도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순한 진열이 아니라, 판매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배치 기준)

진입이 어렵지만, 한번 들어가면 판이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처음부터 이 목표를 기준으로 과감하게 움직이자는 쪽을 선택했다.

바이어에게 다시 제안했다.

① EDLP 상시 운영

② 행사 시 추가 할인

③ 특정 시간대 시식 행사 병행

④ 대형 매장 중심 별도 프로모션

바이어는 “속는 셈 치고” 한 번 기회를 주었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영업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숫자로 남은 결과

결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 2016년 면 카테고리 매출 : 830백만 원

– 2017년 면 카테고리 매출 : 1,208백만 원 (45.5% 성장)

물론 손익 측면에서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대리님, 좋은 소식이 있어요.
이번 POG 개편에 쌀국수 3종이 다 들어갈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믿기 힘든 순간이었다.

그 결과는 내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현장의 영업사원과 여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였다.

다음 날 전국 공지가 나갔고 선배들의 “고생했다”는 한마디에 그동안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남은 것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매장에서 그 쌀국수를 볼 때면 여전히 뿌듯하다.

일할 때만큼은 늘 진심이었고, 회사로부터 받은 감사한 마음을 성과로 돌려주고 싶었던 시절이었다.

그 모든 과정은 혼자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었다.

주변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함께 만들어온 시간이었고,

그 경험은 지금도 사람을 설득하고, 소통하고, 고민해야 할 순간마다
나를 지탱해 주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서,
특별히 의도하지 않아도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 자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혹시 이런 일에 관심 있느냐”는
아주 가벼운 이야기 하나가 건너왔다.


Super 커뮤니케이터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dsceo


면 카테고리를 맡다

2016년, 원물간식을 담당하며 함께 맡게 된 또 하나의 카테고리가 있었다.
바로 ‘면’이었다.

면류는 생각보다 종류가 많았지만, 당시 우리 회사는 면을 주력으로 만드는 제조사는 아니었고
실제 입점된 SKU도 많지 않았다. 매출의 80% 이상은 스파게티면과 당면이 차지하고 있었고,
당면 역시 설, 추석 같은 성수기에만 판매가 급증하는 구조였다.


사실상 큰 성장을 기대하기보다는 현상 유지를 목표로 관리하던 카테고리에 가까웠다.

평소 매장을 다니며 타사의 면 제품들을 유심히 살펴보았고,
주말이면 일부러 다른 마트에 들러 담당 카테고리의 진열 방식, 매대 구성, 가격을 사진으로 남기며 고민하던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스스로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를 하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찍어둔 사진들을 다시 보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봉지라면 매대 옆에 있던 컵라면 매대, 그리고 그 안에 진열된 중소기업들의 쌀국수 제품들이었다.



“그래, 이거다”

면류 쪽에는 이미 워낙 강력한 대기업 브랜드가 있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역이었다.
하지만 현장 여직원에게 들은 말이 마음에 남았다.

“이쪽은요, 고객들이 세일할 때만 골라 담아요. 가격이 비슷하면 그냥 행사 제품을 사가세요.”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은 단순했다.

‘이건 한번 시도해 볼 만하다.’

다음 날 바로 면류 담당 마케터에게 확인해 보니, 다행히 우리 회사에도 쌀국수 제품이 있었다.

곧바로 샘플과 입점 서류를 준비해 면류 바이어와 미팅을 시작했다.
가격, 생산량, 맛까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샘플은 내가 설명할 수 있게

일주일 정도 매일 저녁에 자사의 제품을 먹으면서 공부했기에 자신 있었다.

그런데 미팅 말미에 돌아온 한마디.

“대리님, 이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데이터 앞에서 멈추다

순간 당황했다. 이유를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외국산 쌀이에요.”

나는 반박할 자신이 있었다.
이미 매장에는 외국산 쌀을 사용한 쌀국수도 다수 입점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어는 POS 데이터를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국내산 쌀로 만든 제품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포지셔닝이 더 좋고, 실제로 더 잘 팔려요.
그리고 지금은 SKU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결국 판매 데이터가 입점을 설득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날 이후 방향을 바꿨다.
다음 날부터 다른 채널(대형마트, 중형마트, 소형 슈퍼)의 입점 현황과 판매 데이터를 마케터와 함께 정리하기 시작했다.

① 채널별 입점 현황 및 SKU 수

② 행사 / 비행사 / 시식행사 동시 진행 시 POS 데이터

③ 매대 연출 사진

④ POG 입점 여부

자료를 모아보니 자사 쌀국수는 타 채널에서는 비교적 잘 팔리고 있었지만,
행사 때만 매출이 튀고 지속적인 판매 구조는 약하다는 한계가 분명했다.



판을 바꾸는 선택

팀장님, 마케터와 여러 차례 미팅 끝에 내가 제안한 방향은 명확했다.

“행사 때만 파는 구조라면, 결국 가격 문제입니다. *EDLP(상시 합리적 가격)로 운영하고,

행사 때만 소폭 할인을 추가하는 방식은 어떨까요?”

(EDLP : Every Day Low Price로서 항상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가격 전략을 의미한다. 행사, 할인에 의존

하지 않고 연중 내내 동일하거나 안정적인 저가를 유지하는 방식)

마케터는 현실적인 고민을 했다.
“그럼 계속 할인 구조인데, 얻는 게 적지 않겠어요?”

그래서 꺼낸 카드가 *POG 입점이었다.
이 채널의 운영 특징 중 하나가 신제품이 6개월간의 매출 성과를 통해 상위권에 오르면,
전국 매장의 기본 진열(POG)에 자동 반영되는 구조였다.

(POG : Planogram로서 매대에 상품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설계한 도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순한 진열이 아니라, 판매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배치 기준)

진입이 어렵지만, 한번 들어가면 판이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처음부터 이 목표를 기준으로 과감하게 움직이자는 쪽을 선택했다.

바이어에게 다시 제안했다.

① EDLP 상시 운영

② 행사 시 추가 할인

③ 특정 시간대 시식 행사 병행

④ 대형 매장 중심 별도 프로모션

바이어는 “속는 셈 치고” 한 번 기회를 주었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영업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숫자로 남은 결과

결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 2016년 면 카테고리 매출 : 830백만 원

– 2017년 면 카테고리 매출 : 1,208백만 원 (45.5% 성장)

물론 손익 측면에서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대리님, 좋은 소식이 있어요.
이번 POG 개편에 쌀국수 3종이 다 들어갈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믿기 힘든 순간이었다.

그 결과는 내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현장의 영업사원과 여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였다.

다음 날 전국 공지가 나갔고 선배들의 “고생했다”는 한마디에 그동안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남은 것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매장에서 그 쌀국수를 볼 때면 여전히 뿌듯하다.

일할 때만큼은 늘 진심이었고, 회사로부터 받은 감사한 마음을 성과로 돌려주고 싶었던 시절이었다.

그 모든 과정은 혼자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었다.

주변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함께 만들어온 시간이었고,

그 경험은 지금도 사람을 설득하고, 소통하고, 고민해야 할 순간마다
나를 지탱해 주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서,
특별히 의도하지 않아도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 자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혹시 이런 일에 관심 있느냐”는
아주 가벼운 이야기 하나가 건너왔다.


Super 커뮤니케이터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dsceo

Unpublish ON
previous arrow
next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