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장생활 15년 동안, 지원자 경험은 많았지만 면접관 경험이 없었다. 서류 탈락 경험은 꽤 있었지만, 면접은 거의 합격했다. 내가 봐도 참 이상한 밸런스다. 예외 케이스라는 뜻이다. 그래서 취업과 관련된 글을 쓰기가 조심스러웠다.
2024년 7월, 처음으로 조직장이 되었고, 2025년에만 다섯 번의 전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보며, 채용을 둘러싼 회사의 입장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도합 700개 정도의 지원서를 읽었고, 5명의 경력 채용을 완료했다. 내부 전배도 4명이나 받았다. 이제야 취준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경험을 쌓은 느낌이다.
지원자가 채용을 바라보는 시점과 면접관과 회사의 그것은 전혀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사에는 어떠한 기준이 있고, 결격 사유가 있으면 기회를 받기 어렵다. 채용공고의 지원 자격이나 우대사항과 경력의 핏이 맞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니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그들만의 기준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이직 사유는 생각보다 많이 중요하다.
내가 이것을 알게 되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실무 팀장 입장에서는 업무 연관성이나, 즉시 투입 여부를 중점적으로 봐야 하므로, 가중치가 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임원, 대표이사 레벨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였다. 괜찮은 지원자라고 생각해서 상사에게 리뷰했는데, 자기소개 단 한 줄을 읽어보더니 이건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지원동기는 이러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스타트업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하고자… (중략)” 많은 구성원들을 만나본 임원은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까? 스타트업 환경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태도를 높게 평가해서 채용하려 했는데,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고? 우리가 안정적으로 일하는 곳이어서 지원한다고? 나중에 당사자와 대화를 나눠보니 그런 맥락이 아니어서 해명이 됐고 합격까지 했지만, 이런 식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이다.
솔직한 것보다, 틀에 박힌 것이 낫다.
어차피 진위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직 사유는 어떻게 하든 공격받기 쉽다. 누가 모르겠는가? 현 직장의 처우가 맘에 들지 않는다. 상사와 잘 맞지 않는다. 더 좋은 회사로 가고 싶다. 이런 것들이 솔직한 마음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우리는 더 큰 무대에서 성장하고 싶어서, 내가 가진 경험으로 더 큰 기여를 하고 싶어서, 더 큰 서비스에서 활약해 보려고 이직하고 싶다고 해야 한다. 틀에 박힌 대답을 하면 면접관들은 흥미를 잃게 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바다. 꼬리 무는 질문이 없다면 대부분은 잘 넘어간 것이라 생각해도 된다. 아참, 근무지 지방 이전이나 경영 악화로 인한 임금 체불 같은 것은 괜찮다.
2. 경력의 흐름에서 약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포기해야 할 요소이지만,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경력의 일관성, 근속 기간, 공백 기간이 그것이다.
5년 정도의 경력사원에게는 보통 한두 곳 정도의 직장 경험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복수의 회사를 다녔다면, 그곳들의 업무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전혀 다른 업무를 해봤을 수 있지만, 그렇다면 가장 최근의 업무가 채용공고와 맞아야 한다. 한 회사에 오래 다녔거나 너무 잦은 이직을 한 경우, 경력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 그러면 회사는 전문성이나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 직장에서의 근속 기간도 중요하다. 아무리 요즘 시대라도 1년은 짧고, 최소 2년 정도는 근무해야 한다. 왜냐면 2년은 지내봐야 평가도 받아보고, 내년 계획 수립이나 실행에도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환경이나 동료들 속에서도 최소한의 인내심이나 꾸준함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해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을 투입하기도 하는데, 근속 기간이 1년이라면 몇 개 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했더라도 중도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생각했을 때 프로젝트 수행의 가중치는 ‘완료’에 있다. 성공이든 실패든 업무를 끝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렇다 보니 근속 기간이 짧으면 아예 작성하지 않는 지원자들도 있는데, 그러면 공백 기간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어떤 것이 본인에게 유리할지는 잘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백 기간은 크리티컬 하다. FM으로 직장 생활을 해온 면접관과 임원들에게 공백 기간은 이해하기 어려운 약점이다. A회사 근무 기간, B회사 근무 기간 사이에 3개월 정도의 애매한 공백이 있다고 가정하자. 면접관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 직장을 알아보지도 않고 대책 없이 그만뒀네? 3개월 동안 뭐 한 거지? 다른데 다니다가 퇴사해 놓고 숨기는 것 아냐? 3개월이면 학위 취득 같은 것도 아닐 텐데? 나중에 힘든 상황이 닥치면 이런 식으로 포기하거나 그만두지 않을까? 오바일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이탈도 없이 살아온 모범생들이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세계에서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이런 약점들이 있어도 면접을 보게 되었다면 다행이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 면접에서 이런 질문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답변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3. 포트폴리오가 없어도 되지만, 있는 것이 낫다.
PM 직무로 한정해서 설명해야 할 것 같다. 포트폴리오가 필수는 아니다. 그러나 90% 이상이 제출하기 때문에, 제출하지 않으려면 나머지 90%를 지원서만으로 이겨야 한다. 그러므로,
포트폴리오는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상황 상 어렵다면, 프로젝트 중심으로 정리된 경력기술서라도 PDF로 첨부하면 도움 된다. 면접관 입장에서 포트폴리오는 어떤 업무들을 해왔는지, 입사하면 즉시 투입이 가능한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다. 요즘에는 문제점 인식, 가설 설정, 지표 수립, 해결 과정 등으로 작성하는 것이 트렌드 같은데, 어떤 프로젝트에서 어떤 일을 맡았는지, 어느 정도 기여했고 시장에 어떤 프로덕트가 나왔는지 정도만 볼 수 있어도 충분하다. 장수가 많고 화려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16:9 비율의 PDF 파일로, 텍스트는 적게 구성하면 된다. 포트폴리오는 이력서의 확장판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끼를 부리기보다는(?) 내가 어떤 일들을 해왔다고 담백하게 보여주자. 중요한 건 디자인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이다.
4. 동일한 회사에 여러 차례 지원하면 안 된다.
이것도 내가 몰랐던 부분이다. 채용 시스템은 그룹, 계열사 통합인 경우가 많다. 당연하지만 내가 지원한 기록이 남는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회사는 지원 기록이 1회라도 있으면, 더 깐깐하게 검토한다. 여기부터는 내 추측이지만, 먼저 지원한 곳에서 서류 또는 면접 불합격을 처리했다면, 기준 미달이라고 판단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다만, 인사팀 담당자가 내가 서류 불합격 처리했던 지원자의 불합격 사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불합격 기록이 있더라도 다른 포지션 면접관이 보고 싶다고 할 경우, 인사팀에서 불합격 사유를 확인하고 제한적으로 허용해 주는 통로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듣기로, 면접은 탈락 경험이 있으면 서류 통과 확률이 0%에 수렴한다고 한다. 회사의 시스템은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기록은 집요하다. 그런데 나는 1차 면접 탈락 후 1년 뒤 재도전에서 합격했던 터라, 회사 내부에 융통성은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나 같은 케이스가 많지는 않을 것이니 기대하긴 어렵다. 어떤 회사에 너무 가고 싶다면, 가장 잘 맞는 포지션을 기다렸다가 승부를 봐야 한다. 만약 탈락 경험이 있다면 6개월이나 1년 후 재도전하자.
5. 자격증, 봉사활동, 교환학생, 학점
경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들이다. 그래도 SQLD 자격증 정도면, “SQL 정도는 직접 쓰겠구나” 정도인데, 이것도 PM에게 필요한 수준은 실무에서 금방 배울 수 있다. 요즘에는 LLM이 너무 잘 알려줘서 더 쉽다. 봉사활동은 보지도 않는다. 여성 지원자분들은 기본적으로 교환학생은 깔고 있다. 그래도 교환학생은 높은 성적도 필요하고, 외국어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라 의미 있다. 마지막 학점이 좀 난감하다. 학점을 중요하게 보지는 않는데, 2차 면접을 진행하는 임원이나 대표이사 레벨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학점이 낮으면 전공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거나,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학점이 낮은 편이어서 면접 대책을 준비했었으나, 다행히 경력 이직 시에 언급된 적은 없었다. 내가 준비해 둔 변명(?)이 궁금할까 싶어 남겨본다. 2학년까지는 철이 없고 전공에 대한 흥미가 부족해서 학점이 2.7X였지만, 전역 이후 심기일전하고 복수전공은 3.8X를 받았으며 3학기 동안 성적 장학금을 받았다고 하려 했다. 공격을 예상하면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력서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어느 날, 이직 마려워서 급하게 준비한다고 잘 나오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수능이 12년 간의 인내의 결과이고, 건강이 40살까지의 생활습관의 결과이듯, 경력도 사회생활의 결과다. 이력서는 그 경력을 정리한 자료이고, 포트폴리오는 좀 더 자세하게 풀어쓴 자료일 뿐이다. 본질적으로는 경력의 스토리라인이 탄탄해야 하고, 결격 사유를 최소화해야 한다.
TO보다 지원자가 훨씬 많다. 회사에서 1명을 채용하려면, 지원자 100명 중에 면접 볼 사람 4명 정도를 걸러야 하고, 그중 2명을 2차 면접으로 올릴 수 있다. 실무 팀장과 인사팀이 위와 같은 요소들을 미리 체크하지 않으면, 2차 면접 후에 임원들로부터 이런 것도 검증하지 않았냐고 타박을 받을 수 있다. 결원 발생 후 어렵게 얻어낸 채용 TO인데, 2차 면접에서 엎어지면, 인력 부족 기간이 길어진다. 구성원들의 원성과 불신은 덤이다. 실무 팀장은 이런 압박 속에서 최대한 보수적이고 안전하게 채용을 진행하고 싶어 한다.
글을 쓰는 내내, 지원자에게 참 바라는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현실을 어쩌겠는가 싶다. 채용되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이다. 그러니 수십 개의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더라도 자존감이 깎이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이 회사랑 나랑 안 맞았구나 정도로 생각하자. 어느 날 면접 일정이 찾아오면, 제로 베이스가 되는 거다. 위로 같지 않은 T의 위로여서 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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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장생활 15년 동안, 지원자 경험은 많았지만 면접관 경험이 없었다. 서류 탈락 경험은 꽤 있었지만, 면접은 거의 합격했다. 내가 봐도 참 이상한 밸런스다. 예외 케이스라는 뜻이다. 그래서 취업과 관련된 글을 쓰기가 조심스러웠다.
2024년 7월, 처음으로 조직장이 되었고, 2025년에만 다섯 번의 전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보며, 채용을 둘러싼 회사의 입장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도합 700개 정도의 지원서를 읽었고, 5명의 경력 채용을 완료했다. 내부 전배도 4명이나 받았다. 이제야 취준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경험을 쌓은 느낌이다.
지원자가 채용을 바라보는 시점과 면접관과 회사의 그것은 전혀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사에는 어떠한 기준이 있고, 결격 사유가 있으면 기회를 받기 어렵다. 채용공고의 지원 자격이나 우대사항과 경력의 핏이 맞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니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그들만의 기준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이직 사유는 생각보다 많이 중요하다.
내가 이것을 알게 되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실무 팀장 입장에서는 업무 연관성이나, 즉시 투입 여부를 중점적으로 봐야 하므로, 가중치가 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임원, 대표이사 레벨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였다. 괜찮은 지원자라고 생각해서 상사에게 리뷰했는데, 자기소개 단 한 줄을 읽어보더니 이건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지원동기는 이러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스타트업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하고자… (중략)” 많은 구성원들을 만나본 임원은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까? 스타트업 환경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태도를 높게 평가해서 채용하려 했는데,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고? 우리가 안정적으로 일하는 곳이어서 지원한다고? 나중에 당사자와 대화를 나눠보니 그런 맥락이 아니어서 해명이 됐고 합격까지 했지만, 이런 식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이다.
솔직한 것보다, 틀에 박힌 것이 낫다.
어차피 진위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직 사유는 어떻게 하든 공격받기 쉽다. 누가 모르겠는가? 현 직장의 처우가 맘에 들지 않는다. 상사와 잘 맞지 않는다. 더 좋은 회사로 가고 싶다. 이런 것들이 솔직한 마음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우리는 더 큰 무대에서 성장하고 싶어서, 내가 가진 경험으로 더 큰 기여를 하고 싶어서, 더 큰 서비스에서 활약해 보려고 이직하고 싶다고 해야 한다. 틀에 박힌 대답을 하면 면접관들은 흥미를 잃게 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바다. 꼬리 무는 질문이 없다면 대부분은 잘 넘어간 것이라 생각해도 된다. 아참, 근무지 지방 이전이나 경영 악화로 인한 임금 체불 같은 것은 괜찮다.
2. 경력의 흐름에서 약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포기해야 할 요소이지만,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경력의 일관성, 근속 기간, 공백 기간이 그것이다.
5년 정도의 경력사원에게는 보통 한두 곳 정도의 직장 경험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복수의 회사를 다녔다면, 그곳들의 업무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전혀 다른 업무를 해봤을 수 있지만, 그렇다면 가장 최근의 업무가 채용공고와 맞아야 한다. 한 회사에 오래 다녔거나 너무 잦은 이직을 한 경우, 경력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 그러면 회사는 전문성이나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 직장에서의 근속 기간도 중요하다. 아무리 요즘 시대라도 1년은 짧고, 최소 2년 정도는 근무해야 한다. 왜냐면 2년은 지내봐야 평가도 받아보고, 내년 계획 수립이나 실행에도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환경이나 동료들 속에서도 최소한의 인내심이나 꾸준함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해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을 투입하기도 하는데, 근속 기간이 1년이라면 몇 개 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했더라도 중도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생각했을 때 프로젝트 수행의 가중치는 ‘완료’에 있다. 성공이든 실패든 업무를 끝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렇다 보니 근속 기간이 짧으면 아예 작성하지 않는 지원자들도 있는데, 그러면 공백 기간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어떤 것이 본인에게 유리할지는 잘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백 기간은 크리티컬 하다. FM으로 직장 생활을 해온 면접관과 임원들에게 공백 기간은 이해하기 어려운 약점이다. A회사 근무 기간, B회사 근무 기간 사이에 3개월 정도의 애매한 공백이 있다고 가정하자. 면접관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 직장을 알아보지도 않고 대책 없이 그만뒀네? 3개월 동안 뭐 한 거지? 다른데 다니다가 퇴사해 놓고 숨기는 것 아냐? 3개월이면 학위 취득 같은 것도 아닐 텐데? 나중에 힘든 상황이 닥치면 이런 식으로 포기하거나 그만두지 않을까? 오바일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이탈도 없이 살아온 모범생들이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세계에서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이런 약점들이 있어도 면접을 보게 되었다면 다행이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 면접에서 이런 질문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답변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3. 포트폴리오가 없어도 되지만, 있는 것이 낫다.
PM 직무로 한정해서 설명해야 할 것 같다. 포트폴리오가 필수는 아니다. 그러나 90% 이상이 제출하기 때문에, 제출하지 않으려면 나머지 90%를 지원서만으로 이겨야 한다. 그러므로,
포트폴리오는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상황 상 어렵다면, 프로젝트 중심으로 정리된 경력기술서라도 PDF로 첨부하면 도움 된다. 면접관 입장에서 포트폴리오는 어떤 업무들을 해왔는지, 입사하면 즉시 투입이 가능한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다. 요즘에는 문제점 인식, 가설 설정, 지표 수립, 해결 과정 등으로 작성하는 것이 트렌드 같은데, 어떤 프로젝트에서 어떤 일을 맡았는지, 어느 정도 기여했고 시장에 어떤 프로덕트가 나왔는지 정도만 볼 수 있어도 충분하다. 장수가 많고 화려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16:9 비율의 PDF 파일로, 텍스트는 적게 구성하면 된다. 포트폴리오는 이력서의 확장판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끼를 부리기보다는(?) 내가 어떤 일들을 해왔다고 담백하게 보여주자. 중요한 건 디자인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이다.
4. 동일한 회사에 여러 차례 지원하면 안 된다.
이것도 내가 몰랐던 부분이다. 채용 시스템은 그룹, 계열사 통합인 경우가 많다. 당연하지만 내가 지원한 기록이 남는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회사는 지원 기록이 1회라도 있으면, 더 깐깐하게 검토한다. 여기부터는 내 추측이지만, 먼저 지원한 곳에서 서류 또는 면접 불합격을 처리했다면, 기준 미달이라고 판단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다만, 인사팀 담당자가 내가 서류 불합격 처리했던 지원자의 불합격 사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불합격 기록이 있더라도 다른 포지션 면접관이 보고 싶다고 할 경우, 인사팀에서 불합격 사유를 확인하고 제한적으로 허용해 주는 통로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듣기로, 면접은 탈락 경험이 있으면 서류 통과 확률이 0%에 수렴한다고 한다. 회사의 시스템은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기록은 집요하다. 그런데 나는 1차 면접 탈락 후 1년 뒤 재도전에서 합격했던 터라, 회사 내부에 융통성은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나 같은 케이스가 많지는 않을 것이니 기대하긴 어렵다. 어떤 회사에 너무 가고 싶다면, 가장 잘 맞는 포지션을 기다렸다가 승부를 봐야 한다. 만약 탈락 경험이 있다면 6개월이나 1년 후 재도전하자.
5. 자격증, 봉사활동, 교환학생, 학점
경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들이다. 그래도 SQLD 자격증 정도면, “SQL 정도는 직접 쓰겠구나” 정도인데, 이것도 PM에게 필요한 수준은 실무에서 금방 배울 수 있다. 요즘에는 LLM이 너무 잘 알려줘서 더 쉽다. 봉사활동은 보지도 않는다. 여성 지원자분들은 기본적으로 교환학생은 깔고 있다. 그래도 교환학생은 높은 성적도 필요하고, 외국어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라 의미 있다. 마지막 학점이 좀 난감하다. 학점을 중요하게 보지는 않는데, 2차 면접을 진행하는 임원이나 대표이사 레벨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학점이 낮으면 전공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거나,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학점이 낮은 편이어서 면접 대책을 준비했었으나, 다행히 경력 이직 시에 언급된 적은 없었다. 내가 준비해 둔 변명(?)이 궁금할까 싶어 남겨본다. 2학년까지는 철이 없고 전공에 대한 흥미가 부족해서 학점이 2.7X였지만, 전역 이후 심기일전하고 복수전공은 3.8X를 받았으며 3학기 동안 성적 장학금을 받았다고 하려 했다. 공격을 예상하면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력서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어느 날, 이직 마려워서 급하게 준비한다고 잘 나오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수능이 12년 간의 인내의 결과이고, 건강이 40살까지의 생활습관의 결과이듯, 경력도 사회생활의 결과다. 이력서는 그 경력을 정리한 자료이고, 포트폴리오는 좀 더 자세하게 풀어쓴 자료일 뿐이다. 본질적으로는 경력의 스토리라인이 탄탄해야 하고, 결격 사유를 최소화해야 한다.
TO보다 지원자가 훨씬 많다. 회사에서 1명을 채용하려면, 지원자 100명 중에 면접 볼 사람 4명 정도를 걸러야 하고, 그중 2명을 2차 면접으로 올릴 수 있다. 실무 팀장과 인사팀이 위와 같은 요소들을 미리 체크하지 않으면, 2차 면접 후에 임원들로부터 이런 것도 검증하지 않았냐고 타박을 받을 수 있다. 결원 발생 후 어렵게 얻어낸 채용 TO인데, 2차 면접에서 엎어지면, 인력 부족 기간이 길어진다. 구성원들의 원성과 불신은 덤이다. 실무 팀장은 이런 압박 속에서 최대한 보수적이고 안전하게 채용을 진행하고 싶어 한다.
글을 쓰는 내내, 지원자에게 참 바라는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현실을 어쩌겠는가 싶다. 채용되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이다. 그러니 수십 개의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더라도 자존감이 깎이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이 회사랑 나랑 안 맞았구나 정도로 생각하자. 어느 날 면접 일정이 찾아오면, 제로 베이스가 되는 거다. 위로 같지 않은 T의 위로여서 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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