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쉽게 만들어주세요”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첫 회식 자리가 있었다.
팀 전체가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자리에서 “입사 전에 무슨 일 하셨어요?”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선배들은 내가 이전 회사에서 일을 해본 사람이라며 적지 않은 기대를 보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번에는 조금 덜 무겁게 일할 수 있겠지.
이제는 ‘일이 처음인 신입’이 아니라, ‘조금은 감을 아는 사람’으로 보였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보기 쉽게 만들어주세요.”
어느 날이었다.
“OO 매니저님, 전산에서 뽑은 데이터 활용해서 보기 쉽게 엑셀 작업 좀 해주세요~!”
보기 쉽게…?
무슨 말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참고할 만한 표도 없고, 구체적인 예시도 없었다.
그래서 정말 나름대로 보기 쉽게 만든다고 정렬, 색상, 서식까지 깔끔하게 맞춘 표를 완성해 선배에게 가져갔다. 그런데 선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OO 씨, 데이터 방금 뽑았잖아요?”
“네!”
“근데 이걸 상대방에게 보여주려면, 이렇게 보여주면 한눈에 이해가 될까요?”
그게 내 엑셀의 시작이었다. 나는 보기 좋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이 표에는 ‘무엇이 중요한가’,
‘그래서 결론이 뭔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컬러 정렬과 서식 중심의, 말 그대로 “알찬 예쁜 파일”을 만들었지만 선배가 원한 건 한눈에 흐름이 보이는 표, 즉 ‘그래프나 요약행으로 정리된 인사이트’였다.
시각적 정리와 인사이트 정리의 차이.
그게 나에게 부족했던 부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보고자료”를 만드는 법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에게 자료를 부탁하면, “왜?”, “누구에게 보일까?”, “결론은 뭘까?”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데이터가 필요하면 이슈를 정리하고, 작년 대비, 전월 대비 추세를 스스로 비교해 보았다.
선배들의 자료를 많이 참고했고, 흉내 내고, 거기서 내 나름의 시그니처를 만들었다.
형식이 보기 좋다고 해서 좋은 자료는 아니었다.
의도가 읽히는 자료, 결론이 보이는 자료.
그게 진짜 ‘보기 쉬운’ 자료라는 걸 배웠다.
전에는 한 카테고리의 메인 담당으로 고민하고 이야기하며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있었다면 같은 길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자료와 방향성을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것들을 수많은 회의와 유관부서의 협의를 통해 진행한다는 걸 느끼며 같은 결과를 만들어도 과정은 무수히 다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본부영업의 한가운데서 ‘조율’이라는 단어를 실감하다
나는 팀의 막내였지만, 본부영업팀 내에서 전국 물류센터 담당자이자 전산 담당자 역할을 맡았다.
두 번째 회사라 나이는 조금 있었지만 경험이 있으니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업무 강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생각보다 일이 많았다.
아니, 물류와 전산에 연관된 유관부서가 너무 많았다.
그때 당시 우리 회사의 물류 흐름은 이랬다. 자사 물류센터 → 매장 물류센터 → 실제 발주 매장.
나는 그 사이에서
① 자사 물류센터에서 물건이 잘 나갔는지
② 매장 물류센터로 정상 입고가 되었는지
③ 매입 금액이 발주 내역과 맞는지
등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글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는 수많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
보통 다른 경쟁사들은 매장 물류센터별로 담당자가 여러 명인데 유독 우리 회사만 전국을 1명이 담당했다.
(바이어도 기본 6명이었다는…)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만큼 업무의 깊이, 소통의 밀도, 커뮤니케이션의 강도가 남다른 시기였다.
하루 기본 통화 시간이 몇 시간을 넘겼고, 본사바이어, 대리점, 내부 구성원들과의 조율이 매일 이어졌다.
압박도 많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내가 맡은 일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때는 단순히 물건을 움직이는 일이 아니었다.
바이어 → 본사 → 현장영업사원 → 대리점 → 물류센터 → 매장 → 고객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서 나는 그 연결을 지탱하는 조율자였다.
전 회사의 매장영업에서 느꼈던 피로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압박이었지만 그 경험은 결국 나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결국 사람, 그리고 관계 — 인적 네트워크가 만든 나의 성장
많은 사람들과 협업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적네트워크”가 생기게 된다.
이건 나의 커리어 성장에 가장 큰 도움이 된 부분이다. 지금도 그렇고, 지속적으로 내가 성장하는 동기다.
① 사람이 결국 일의 중심이라는 깨달음
많은 사람들과 협업하다 보면 결국 일의 성패는 ‘사람’에게 달려 있음을 느낀다.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신뢰하며 일할 수 있는 관계’였다.
내가 맡은 일의 절반은 조율이고, 나머지 절반은 신뢰를 쌓는 일이었다.
② 내가 가진 네트워크가 곧 확장된 역량
외부 파트너나 내부 다른 부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걸 느꼈다. 누군가는 나에게 정보를 주고, 또 누군가는 도움을 주었다.
그 연결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③ 인맥의 유혹과 프로페셔널리즘의 균형
네트워크가 많아질수록 쉽게 처리하려는 유혹도 생긴다. 그럴 때 선배,후배들의 충고가 큰 도움이 됐다.
(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선배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신입사원의 다양한 의견이나 편하게 하는 이야기라도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요즘 나는
“관계를 활용하되, 관계에 기대지 않는다.”는 기준을 세우며 일하고 있다.
④ 결국 사람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는 감사함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건 결국 사람 덕분이었다. 기회를 준 선배, 함께 뛰어준 동료,
조언을 아끼지 않은 파트너,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소중한 인연들.
그 모든 만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자 했고,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며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보며 미래의 나를 더 견고하게 만들고자 글을 쓰고 있다.
그렇게 두 번째 회사에서 사계절을 두 번 정도 지나던 시기였다.
2015년 어느 날, 교육팀에 있던 동기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OO야, 너 혹시 강의해볼 생각 있니?”
그 전화 한 통이 내 커리어가 ‘사람’과 ‘배움’으로 확장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HRD라는 세계와 처음 연결된 순간이었고, 그 인연은 훗날 지금의 ‘조직문화’로 이어지는 길의
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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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쉽게 만들어주세요”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첫 회식 자리가 있었다.
팀 전체가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자리에서 “입사 전에 무슨 일 하셨어요?”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선배들은 내가 이전 회사에서 일을 해본 사람이라며 적지 않은 기대를 보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번에는 조금 덜 무겁게 일할 수 있겠지.
이제는 ‘일이 처음인 신입’이 아니라, ‘조금은 감을 아는 사람’으로 보였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보기 쉽게 만들어주세요.”
어느 날이었다.
“OO 매니저님, 전산에서 뽑은 데이터 활용해서 보기 쉽게 엑셀 작업 좀 해주세요~!”
보기 쉽게…?
무슨 말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참고할 만한 표도 없고, 구체적인 예시도 없었다.
그래서 정말 나름대로 보기 쉽게 만든다고 정렬, 색상, 서식까지 깔끔하게 맞춘 표를 완성해 선배에게 가져갔다. 그런데 선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OO 씨, 데이터 방금 뽑았잖아요?”
“네!”
“근데 이걸 상대방에게 보여주려면, 이렇게 보여주면 한눈에 이해가 될까요?”
그게 내 엑셀의 시작이었다. 나는 보기 좋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이 표에는 ‘무엇이 중요한가’,
‘그래서 결론이 뭔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컬러 정렬과 서식 중심의, 말 그대로 “알찬 예쁜 파일”을 만들었지만 선배가 원한 건 한눈에 흐름이 보이는 표, 즉 ‘그래프나 요약행으로 정리된 인사이트’였다.
시각적 정리와 인사이트 정리의 차이.
그게 나에게 부족했던 부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보고자료”를 만드는 법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에게 자료를 부탁하면, “왜?”, “누구에게 보일까?”, “결론은 뭘까?”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데이터가 필요하면 이슈를 정리하고, 작년 대비, 전월 대비 추세를 스스로 비교해 보았다.
선배들의 자료를 많이 참고했고, 흉내 내고, 거기서 내 나름의 시그니처를 만들었다.
형식이 보기 좋다고 해서 좋은 자료는 아니었다.
의도가 읽히는 자료, 결론이 보이는 자료.
그게 진짜 ‘보기 쉬운’ 자료라는 걸 배웠다.
전에는 한 카테고리의 메인 담당으로 고민하고 이야기하며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있었다면 같은 길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자료와 방향성을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것들을 수많은 회의와 유관부서의 협의를 통해 진행한다는 걸 느끼며 같은 결과를 만들어도 과정은 무수히 다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본부영업의 한가운데서 ‘조율’이라는 단어를 실감하다
나는 팀의 막내였지만, 본부영업팀 내에서 전국 물류센터 담당자이자 전산 담당자 역할을 맡았다.
두 번째 회사라 나이는 조금 있었지만 경험이 있으니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업무 강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생각보다 일이 많았다.
아니, 물류와 전산에 연관된 유관부서가 너무 많았다.
그때 당시 우리 회사의 물류 흐름은 이랬다. 자사 물류센터 → 매장 물류센터 → 실제 발주 매장.
나는 그 사이에서
① 자사 물류센터에서 물건이 잘 나갔는지
② 매장 물류센터로 정상 입고가 되었는지
③ 매입 금액이 발주 내역과 맞는지
등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글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는 수많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
보통 다른 경쟁사들은 매장 물류센터별로 담당자가 여러 명인데 유독 우리 회사만 전국을 1명이 담당했다.
(바이어도 기본 6명이었다는…)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만큼 업무의 깊이, 소통의 밀도, 커뮤니케이션의 강도가 남다른 시기였다.
하루 기본 통화 시간이 몇 시간을 넘겼고, 본사바이어, 대리점, 내부 구성원들과의 조율이 매일 이어졌다.
압박도 많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내가 맡은 일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때는 단순히 물건을 움직이는 일이 아니었다.
바이어 → 본사 → 현장영업사원 → 대리점 → 물류센터 → 매장 → 고객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서 나는 그 연결을 지탱하는 조율자였다.
전 회사의 매장영업에서 느꼈던 피로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압박이었지만 그 경험은 결국 나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결국 사람, 그리고 관계 — 인적 네트워크가 만든 나의 성장
많은 사람들과 협업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적네트워크”가 생기게 된다.
이건 나의 커리어 성장에 가장 큰 도움이 된 부분이다. 지금도 그렇고, 지속적으로 내가 성장하는 동기다.
① 사람이 결국 일의 중심이라는 깨달음
많은 사람들과 협업하다 보면 결국 일의 성패는 ‘사람’에게 달려 있음을 느낀다.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신뢰하며 일할 수 있는 관계’였다.
내가 맡은 일의 절반은 조율이고, 나머지 절반은 신뢰를 쌓는 일이었다.
② 내가 가진 네트워크가 곧 확장된 역량
외부 파트너나 내부 다른 부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걸 느꼈다. 누군가는 나에게 정보를 주고, 또 누군가는 도움을 주었다.
그 연결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③ 인맥의 유혹과 프로페셔널리즘의 균형
네트워크가 많아질수록 쉽게 처리하려는 유혹도 생긴다. 그럴 때 선배,후배들의 충고가 큰 도움이 됐다.
(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선배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신입사원의 다양한 의견이나 편하게 하는 이야기라도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요즘 나는
“관계를 활용하되, 관계에 기대지 않는다.”는 기준을 세우며 일하고 있다.
④ 결국 사람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는 감사함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건 결국 사람 덕분이었다. 기회를 준 선배, 함께 뛰어준 동료,
조언을 아끼지 않은 파트너,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소중한 인연들.
그 모든 만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자 했고,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며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보며 미래의 나를 더 견고하게 만들고자 글을 쓰고 있다.
그렇게 두 번째 회사에서 사계절을 두 번 정도 지나던 시기였다.
2015년 어느 날, 교육팀에 있던 동기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OO야, 너 혹시 강의해볼 생각 있니?”
그 전화 한 통이 내 커리어가 ‘사람’과 ‘배움’으로 확장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HRD라는 세계와 처음 연결된 순간이었고, 그 인연은 훗날 지금의 ‘조직문화’로 이어지는 길의
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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