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드인을 통해 하루 평균 3~4개의 개인 메시지를 받는다. 그 중에는 갓 졸업을 한 대학생이나 비교적 경력이 짧은 분들이 취업 관련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메시지를 주신 분들의 이력이나 배경을 보면, 객관적으로는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커리어를 얻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학벌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요?” 혹은 “석사나 박사를 하면 도움이 될까요?”라는 고민이다. 이 글은 그 질문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방향성을 드리고자 조심스럽게 적어본 개인적인 생각이다.
명문대 출신,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한때는 세계 최상위권 대학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후광이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 빛이 그리 눈부시게 다가오지 않는다. 헤지펀드와 트레이딩 업계에 있다 보면, 명문대 출신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일상이 된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그들 역시 나와 같은 고민과 한계를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다. 단지 출발선이 조금 더 앞섰을 뿐이다.
학벌의 중요성
그렇다면 학벌은 정말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업계에 따라 다르지만, 특히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학벌이 여전히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아래 그림의 이전 회사 상위권 대학 출신만 보더라도 결과론적으론 명문대 출신들이 대다수 자리하고 있다.

이전 회사 상위 대학 출신
좋은 학교에 똑똑한 인재들이 많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대학을 바라보고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해당 나이에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목표는 좋은 대학 진학일 것이다. 가성비로 보면 최고의 선택이니까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명문대 출신이 아니면 절대 못 들어가는가? 당연히 아니다. 학벌과 똑똑함이 어느 정도 상관관계를 가질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증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출발선은 다를 수 있어도, 이후의 경쟁은 각자의 몫이다.
나도 그랬다. 예전 회사 면접을 총 열두 번이나 봤다. 당시엔 “원래 이런가?” 싶었는데, 입사 후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6~8차에서 끝났다고 했다. 아무래도 나는 상대적으로 듣보잡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 더 많은 증명을 요구받았던 셈이다.
회사가 원하는 “똑똑함”의 정의
그렇다면, 학벌 외에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바로 “핏(fit)”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핏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회사마다 정의하는 “똑똑함”의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내가 회사 동료들보다 수학적으로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회의나 토론을 하다 보면 내 사고의 한계를 자주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오퍼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회사는 유창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어떤 곳은 빠른 두뇌 회전이나 암산 능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 회사는 시장에 상대적 우위를 줄 수 있는 전략을 만드는 것, 즉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pricing model을 고도화하고, 누군가는 트레이딩 룰을 분석하며 접근한다.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들이 회사와 그 롤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이 점을 간과한 채, 단순히 스펙이나 학벌만으로 승부를 보려는 접근은 종종 실패로 이어진다. 가장 중요한 역량은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본인의 강점이 회사가 생각하는 “똑똑함”의 기준에 맞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다음이다.
대학원, 학벌 만회의 수단이 될 수 있을까?
간혹 대학원 진학으로 학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묻는 분들이 있다. 대학원을 나오지 않는 나에게 묻는건, 마치 운전면허 없는 사람한테 운전팁을 묻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지만, 경험상 느낀 바로는 학부, 석사, 박사 과정을 밟았다 하더라도, 회사에서 실제로 활용되지 않는 지식이라면 의미가 없다. 다시 돌아와서 회사의 핏과 맞는가의 문제이다.
물론 많은 헤지펀드들이 PhD 전형을 따로 운영하고 있고, 우리 팀 역시 절반 이상이 박사 출신이다. 그래서 종종 묻는다. “박사 때 연구했던 게 지금 하는 일에 도움이 되나요?” 대부분은 웃으며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사 전형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마도 지적 근성, 혹은 깊은 문제 해결 경험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머리에서 열이 날 만큼 오랜 시간 고민해본 사람은, 예기치 않은 문제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면, 정말 그 주제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학벌 세탁’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본다. 특히 AI의 급격한 발전, 그중에서도 GPT와 같은 서비스의 등장으로 무서울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식 접근성의 급격한 향상은, 이제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끝으로 결론을 요약하자면, 학벌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지만, 그 자체가 커리어의 전부가 아니기에 전략적으로 접근하여 보다 좋은 커리어를 달성할 수 있다. 진짜 경쟁력은 자신의 강점과 회사의 ‘핏’을 정확히 파악하고 증명하는 데 있다고 본다. 이 글이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방향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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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드인을 통해 하루 평균 3~4개의 개인 메시지를 받는다. 그 중에는 갓 졸업을 한 대학생이나 비교적 경력이 짧은 분들이 취업 관련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메시지를 주신 분들의 이력이나 배경을 보면, 객관적으로는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커리어를 얻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학벌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요?” 혹은 “석사나 박사를 하면 도움이 될까요?”라는 고민이다. 이 글은 그 질문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방향성을 드리고자 조심스럽게 적어본 개인적인 생각이다.
명문대 출신,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한때는 세계 최상위권 대학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후광이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 빛이 그리 눈부시게 다가오지 않는다. 헤지펀드와 트레이딩 업계에 있다 보면, 명문대 출신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일상이 된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그들 역시 나와 같은 고민과 한계를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다. 단지 출발선이 조금 더 앞섰을 뿐이다.
학벌의 중요성
그렇다면 학벌은 정말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업계에 따라 다르지만, 특히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학벌이 여전히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아래 그림의 이전 회사 상위권 대학 출신만 보더라도 결과론적으론 명문대 출신들이 대다수 자리하고 있다.

이전 회사 상위 대학 출신
좋은 학교에 똑똑한 인재들이 많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대학을 바라보고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해당 나이에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목표는 좋은 대학 진학일 것이다. 가성비로 보면 최고의 선택이니까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명문대 출신이 아니면 절대 못 들어가는가? 당연히 아니다. 학벌과 똑똑함이 어느 정도 상관관계를 가질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증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출발선은 다를 수 있어도, 이후의 경쟁은 각자의 몫이다.
나도 그랬다. 예전 회사 면접을 총 열두 번이나 봤다. 당시엔 “원래 이런가?” 싶었는데, 입사 후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6~8차에서 끝났다고 했다. 아무래도 나는 상대적으로 듣보잡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 더 많은 증명을 요구받았던 셈이다.
회사가 원하는 “똑똑함”의 정의
그렇다면, 학벌 외에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바로 “핏(fit)”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핏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회사마다 정의하는 “똑똑함”의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내가 회사 동료들보다 수학적으로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회의나 토론을 하다 보면 내 사고의 한계를 자주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오퍼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회사는 유창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어떤 곳은 빠른 두뇌 회전이나 암산 능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 회사는 시장에 상대적 우위를 줄 수 있는 전략을 만드는 것, 즉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pricing model을 고도화하고, 누군가는 트레이딩 룰을 분석하며 접근한다.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들이 회사와 그 롤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이 점을 간과한 채, 단순히 스펙이나 학벌만으로 승부를 보려는 접근은 종종 실패로 이어진다. 가장 중요한 역량은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본인의 강점이 회사가 생각하는 “똑똑함”의 기준에 맞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다음이다.
대학원, 학벌 만회의 수단이 될 수 있을까?
간혹 대학원 진학으로 학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묻는 분들이 있다. 대학원을 나오지 않는 나에게 묻는건, 마치 운전면허 없는 사람한테 운전팁을 묻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지만, 경험상 느낀 바로는 학부, 석사, 박사 과정을 밟았다 하더라도, 회사에서 실제로 활용되지 않는 지식이라면 의미가 없다. 다시 돌아와서 회사의 핏과 맞는가의 문제이다.
물론 많은 헤지펀드들이 PhD 전형을 따로 운영하고 있고, 우리 팀 역시 절반 이상이 박사 출신이다. 그래서 종종 묻는다. “박사 때 연구했던 게 지금 하는 일에 도움이 되나요?” 대부분은 웃으며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사 전형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마도 지적 근성, 혹은 깊은 문제 해결 경험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머리에서 열이 날 만큼 오랜 시간 고민해본 사람은, 예기치 않은 문제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면, 정말 그 주제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학벌 세탁’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본다. 특히 AI의 급격한 발전, 그중에서도 GPT와 같은 서비스의 등장으로 무서울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식 접근성의 급격한 향상은, 이제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끝으로 결론을 요약하자면, 학벌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지만, 그 자체가 커리어의 전부가 아니기에 전략적으로 접근하여 보다 좋은 커리어를 달성할 수 있다. 진짜 경쟁력은 자신의 강점과 회사의 ‘핏’을 정확히 파악하고 증명하는 데 있다고 본다. 이 글이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방향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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