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서류전형 자소서에 이런 내용 써도 될까?


아니 이런걸 진짜로 몰라서 물어본다고?



종종 들어가는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봤다. 연세대 에타에 올라온 글이라며 첨부된 짤방은 “서류에 이런거 적으면 안되나요?” 라며 천진난만한 질문을 하는 내용이었다.

이게 에타에 올라왔든 맘카페에 올라왔든, 연세대든 고려대든 사실 큰 상관은 없다. 그리고 누군가가 커뮤니티에 올릴 짤방을 임의로 만든 주작인지 여부도 큰 의미가 없다.

왜냐면 이런 질문에 대한 피드백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서류평가자(혹은 면접관)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같은 글이라도 그걸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이 글에선 신입공채와 경력직 입사자의 서류전형 평가를 수도 없이 해본 입장에서 내 솔직한 의견을 적어보려 한다. 내 경험에 따른 주관이므로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음을 깔고 가겠다.


먼저 이슈가 된 ‘보상’에 대한 내용을 좀 뜯어보면 아래의 3가지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해보인다.

(1) 자소서에 ‘보상’에 대한 내용 자체를 언급해도 되는가?
(2) 보상에 대해 ‘얼만큼 솔직하게’ 써야하는가?
(3) 읽는 이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자, (1)번부터 들어가보자.

‘보상’에 대한 내용 언급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2가지 케이스를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신입’인 경우와 ‘경력’인 경우이다.

전자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이 ‘언급하지 않는 게’ 좋다. 왜냐면 신입사원에 대한 연봉체계는 대체로 금액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위 짤방의 사례에서처럼 채용공고에 대외적으로 공표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취업카페나 스터디모임 등을 통해 알음알음 신입연봉의 범위를 파악하기도 수월하다. 따라서 ‘이미 정해져있는’ 신입의 연봉/보수에 대해 굳이 추가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백번 양보해 하필 그 서류를 검토하게 된 담당자가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해도 면접에 올라가는 순간부터 회사 입장에선 이런 구직자를 ‘까다롭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까다로운 정도를 넘어 ‘사회성이 부족한가?’ 로 비춰지기 십상.

회사 입장에서 신입에게 연봉을 정해놓은 이유는 간단한데, ‘신입이 얼마나 일을 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신입채용의 의미가 뭘까? 

각 회사마다의 기준점을 넘는 지원자 중 ‘잠재력이 높아보이고 조직과 현 구성원과의 fit이 맞아보이는 상위 N명을 채용‘하는거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 신입연봉은? 

그 필터를 통과한 자격으로서 최소한의 보상을 해주는 것이 신입에 대한 대우인거다.

별개로, 중소/중견기업에서 2-3년정도 경험이 있지만 경력직으로 이직하지 않고 굳이 신입으로 지원한 경우를 더러 보게된다. 일종의 경력세탁인데 꼭 나쁘다고 볼 건 아닌 게, 본인의 2-3년 경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경쟁자 대비 차별화는 확실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중고신입‘은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생활 경험 전무한 취준생과 동일한 수준의 업무 퍼포먼스를 보여주진 않을거다. 2년이란 시간동안 뭐가됐든 회사에 몸담아봤으니 회사라는 개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 나와 성향이 안맞는 사람과 어떻게 마찰 없이 소통하는지, 여러 업무가 동시에 떨어질 때 KPI를 기준으로 업무 우선순위를 어떻게 세우는지에 대해  기본적인 실무스킬 등을 배웠을테니 당연히 갓대졸 구직자보단 일을 잘할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따라서 아주 예외적으로, ‘신입으로 지원’한 상태이긴 하나 비공식적인 경력이 높다면 보상에 대해 ‘언급정도는’ 해볼 수 있겠다만 개인적으론 추천하지 않는다. 나중에 면접전형까지 갔을 때 ‘이렇게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야지’ 정도의 시뮬레이션 정도만 해두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민감한 질문들은 ‘회사가 먼저 물어볼 때’, ‘텍스트보단 구두로’ 이야기하는 것이 괜한 오해를 줄일 수 있어서 좋다.


‘경력’의 경우는 좀 다를까?

아니다. ‘본인의 TC’*에 특이사항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언급하지 않는게 낫다.

*TC : Total Compensation, ‘총 보상’이라는 의미로 계약연봉+인센티브+RSU+스톡옵션 등의 모든 현금성 보상의 합을 의미한다. 쉬운말로 ‘영끌보상’이라 할 수 있다.
TC에 특이사항이 있는 경우라면 이전 회사에서 받은 스톡옵션 규모가 좀 된다던가, 특별히 HR/임원라인에서 좋게 봐서 리텐션보너스*를 꾸준히 받아왔다거나 하는 경우들이다.
* 리텐션보너스 : Retension Bonus, ‘근속보상’ 이라는 의미로, ‘우리회사에 계속 남아줘서 고맙다’는 의미다. 분위기를 보니 이 직원이 딴데 갈 생각을 할법한 상황인 것 같거나, 놓쳐선 절대 안될 인력이라 판단되면 회사에서 다른직원 모르게 슬쩍 찔러주는 뇌물성 보상이라고 보면 된다.


경력직 이직의 연봉 산정은 어떻게 될까?

세부사항은 다를지 몰라도 대체로 ‘서류전형 → 면접 → (인적성) → 합격 → 처우협의 → 계약’ 순으로 진행된다. 이 중 마지막 단계 직전인 ‘연봉(처우)협상’ 절차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전회사의 연봉에 n%를 인상한 비율을 곱해서 연봉을 제시받는다.

여기서 ‘이전회사의 연봉’이라는 개념은 지원한 경력직의 실력에 따라 달라진다. 이 역시 회사마다 다르지만 어느 회사든 실력있는 사람을 뽑고싶은 상황은 똑같기에 대동소이하다고 봐도 무방할테다.

– 이 사람 진짜 안뽑으면 큰일남 (= 경쟁사로 가면 잠재적 손실이 큼) → TC x n% +@
– 이 사람 꼭 뽑아야 함 → TC x n%
– 이 사람 잘함 (or 나쁘지 않음) → 계약연봉 x n%
– 이 사람 애매함 → 타 지원자와 비교해 더 나은 지원자를 채용. 그마저도 애매하다면 불합격처리
– 이 사람 별로임 → 불합격처리 
– 이 사람 어뷰저임 → 블랙리스트 처리*

* 블랙리스트 : 채용시장에서 교란이 될만하다고 판단되는 구직자에게 내려지는 징벌이다. 한번 블랙리스트가 되면 그 회사에 아무리 지원을 한다 해도 HR차원에서 필터되어 서류도 통과하지 못한다. 
다음번에 내가 카카오에서 블랙리스트가 됐던 썰을 풀어볼 예정이다. 

n% 는 합격한 회사가 얼마나 급한지, 직전회사 대비 더 높은 레벨의 회사인지, 합격자의 대체재가 없는지 등 정률로 정해지진 않지만 정말 일반적으로만 봤을 때, +15% 정도가 평균이다. 말인즉슨, ‘나 이직해서 연봉인상했다’ 라고 하는데 15%가 채 오르지 않았다? 어찌보면 기회비용 대비 손해인 셈이다.

물론, 이전 직장의 상사가 사이코패스였다던가, 주어진 업무가 커리어 상 전혀 도움이 안된다거나, 출퇴근 시간이 왕복 4시간에 육박해 삶의 질이 무참히 깨져버린 상태 등 무조건 이직을 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5%만 올려줘도 감지덕지하고 가게되는 상황도 발생한단 의미다.

번외로, 위 에타글에 대한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반응은 아래와 같았다. 



요약하면, 중립표 203 반대표 895로 ‘그런거 적으면 안된다’가 4배를 넘는 압도적인 수준으로 많았다. 이게 집단지성의 힘인가..? 나와 의견이 비슷하게 형성되어있다. 솔직히 ‘자소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조금이라도 심도있게 고민해본 취준생이라면 저런 무의미한 단어들로 자소서의 상당부분을 할애할 생각도 안했을거다. 자소서의 각 항목들과 항목별로 할애된 글자수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선 다음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이래저래 봐도 ‘보상’에 대한 내용을 자소서 서류에 언급한다는 건 득보다 실이 너무나 많다는 결론이다. 에타에 저 글을 올린 장본인이 농담삼아 어그로성으로 작성한 글이길 바란다. 혹여나 정말 궁금해서 올린거라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저걸 편하게 물어볼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는 뜻이니까. 

자소서는 구직자(취준생)와 구인처(회사) 서로가 서로의 실체적 진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가 잘 맞길 바라며 진심을 전하는 고결한 행위이다. 얼핏 보면 서로 원하는 게 있으니 동등한 관계처럼 오해하기도 하지만 알고보면 치밀한 ‘갑과 을의 관계’이다. 


당연히 회사가 갑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서로가 필요한걸 더 갖고있는 쪽’이 갑이다. 

수시로 나에게 날아오는 PM, PO 자리 job offer들을 보면, 내가 필요한 곳들이 많아보인다. 그렇다면 그런 회사들에게 나는 갑의 위치인 셈이다. 내가 필요하다고 먼저 손내밀었으니까. 

내가 계속 갑-을 얘길 하는건 꼭 을에게 갑질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적어도 내가 아쉬울 때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려면 갑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진리를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내가 굳이 지금 그 offer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그게 지금보다 더 나은 선택이란 확신이 들지 않아서일 뿐, 지금이 내 커리어상 최고의 자리여서는 아니다. 


채용시장에서 취준생의 진심은 통할까?

아니, 구직-구인의 세계는 전형적인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의 상황이다. 그래서 진심은 통하지 않는다. 서로가 어떤 패를 갖고있는지 철저히 상대의 신뢰에 기대어 알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거래 당사자 간에 정보의 양이나 질이 다를 때 발생하는데 생각해보면 취준생이 ‘구라를 기깔나게 쳐도’ 회사가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 그 사람의 어학연수 기간에 올렸던 SNS를 일일이 뒤져볼 수도, 대학교 과사무실에 전화해서 평소 성실했는지에 대해 물을 수도 없는거다. 

그런 의미에서 저 연대생의 ‘저는 보상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라는 자소서 내용은 -진심이 통하길 기대했겠지만- 아쉽게도 희망고문에 그칠것이다. 솔직히 내가 저 서류를 봤어도 ‘얘 뭐지?’ 하고 다음 지원자로 넘어갔을 것 같으니 말이다. 


진심이 희망고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거대한 인력시장에서 갑의 위치에 가까워야 한다. 

그 방법은 차차 공유해보겠다. 


다음글 : https://brunch.co.kr/@fractalize/54

멘아탄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fractalize


아니 이런걸 진짜로 몰라서 물어본다고?



종종 들어가는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봤다. 연세대 에타에 올라온 글이라며 첨부된 짤방은 “서류에 이런거 적으면 안되나요?” 라며 천진난만한 질문을 하는 내용이었다.

이게 에타에 올라왔든 맘카페에 올라왔든, 연세대든 고려대든 사실 큰 상관은 없다. 그리고 누군가가 커뮤니티에 올릴 짤방을 임의로 만든 주작인지 여부도 큰 의미가 없다.

왜냐면 이런 질문에 대한 피드백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서류평가자(혹은 면접관)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같은 글이라도 그걸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이 글에선 신입공채와 경력직 입사자의 서류전형 평가를 수도 없이 해본 입장에서 내 솔직한 의견을 적어보려 한다. 내 경험에 따른 주관이므로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음을 깔고 가겠다.


먼저 이슈가 된 ‘보상’에 대한 내용을 좀 뜯어보면 아래의 3가지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해보인다.

(1) 자소서에 ‘보상’에 대한 내용 자체를 언급해도 되는가?
(2) 보상에 대해 ‘얼만큼 솔직하게’ 써야하는가?
(3) 읽는 이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자, (1)번부터 들어가보자.

‘보상’에 대한 내용 언급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2가지 케이스를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신입’인 경우와 ‘경력’인 경우이다.

전자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이 ‘언급하지 않는 게’ 좋다. 왜냐면 신입사원에 대한 연봉체계는 대체로 금액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위 짤방의 사례에서처럼 채용공고에 대외적으로 공표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취업카페나 스터디모임 등을 통해 알음알음 신입연봉의 범위를 파악하기도 수월하다. 따라서 ‘이미 정해져있는’ 신입의 연봉/보수에 대해 굳이 추가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백번 양보해 하필 그 서류를 검토하게 된 담당자가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해도 면접에 올라가는 순간부터 회사 입장에선 이런 구직자를 ‘까다롭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까다로운 정도를 넘어 ‘사회성이 부족한가?’ 로 비춰지기 십상.

회사 입장에서 신입에게 연봉을 정해놓은 이유는 간단한데, ‘신입이 얼마나 일을 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신입채용의 의미가 뭘까? 

각 회사마다의 기준점을 넘는 지원자 중 ‘잠재력이 높아보이고 조직과 현 구성원과의 fit이 맞아보이는 상위 N명을 채용‘하는거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 신입연봉은? 

그 필터를 통과한 자격으로서 최소한의 보상을 해주는 것이 신입에 대한 대우인거다.

별개로, 중소/중견기업에서 2-3년정도 경험이 있지만 경력직으로 이직하지 않고 굳이 신입으로 지원한 경우를 더러 보게된다. 일종의 경력세탁인데 꼭 나쁘다고 볼 건 아닌 게, 본인의 2-3년 경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경쟁자 대비 차별화는 확실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중고신입‘은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생활 경험 전무한 취준생과 동일한 수준의 업무 퍼포먼스를 보여주진 않을거다. 2년이란 시간동안 뭐가됐든 회사에 몸담아봤으니 회사라는 개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 나와 성향이 안맞는 사람과 어떻게 마찰 없이 소통하는지, 여러 업무가 동시에 떨어질 때 KPI를 기준으로 업무 우선순위를 어떻게 세우는지에 대해  기본적인 실무스킬 등을 배웠을테니 당연히 갓대졸 구직자보단 일을 잘할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따라서 아주 예외적으로, ‘신입으로 지원’한 상태이긴 하나 비공식적인 경력이 높다면 보상에 대해 ‘언급정도는’ 해볼 수 있겠다만 개인적으론 추천하지 않는다. 나중에 면접전형까지 갔을 때 ‘이렇게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야지’ 정도의 시뮬레이션 정도만 해두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민감한 질문들은 ‘회사가 먼저 물어볼 때’, ‘텍스트보단 구두로’ 이야기하는 것이 괜한 오해를 줄일 수 있어서 좋다.


‘경력’의 경우는 좀 다를까?

아니다. ‘본인의 TC’*에 특이사항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언급하지 않는게 낫다.

*TC : Total Compensation, ‘총 보상’이라는 의미로 계약연봉+인센티브+RSU+스톡옵션 등의 모든 현금성 보상의 합을 의미한다. 쉬운말로 ‘영끌보상’이라 할 수 있다.
TC에 특이사항이 있는 경우라면 이전 회사에서 받은 스톡옵션 규모가 좀 된다던가, 특별히 HR/임원라인에서 좋게 봐서 리텐션보너스*를 꾸준히 받아왔다거나 하는 경우들이다.
* 리텐션보너스 : Retension Bonus, ‘근속보상’ 이라는 의미로, ‘우리회사에 계속 남아줘서 고맙다’는 의미다. 분위기를 보니 이 직원이 딴데 갈 생각을 할법한 상황인 것 같거나, 놓쳐선 절대 안될 인력이라 판단되면 회사에서 다른직원 모르게 슬쩍 찔러주는 뇌물성 보상이라고 보면 된다.


경력직 이직의 연봉 산정은 어떻게 될까?

세부사항은 다를지 몰라도 대체로 ‘서류전형 → 면접 → (인적성) → 합격 → 처우협의 → 계약’ 순으로 진행된다. 이 중 마지막 단계 직전인 ‘연봉(처우)협상’ 절차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전회사의 연봉에 n%를 인상한 비율을 곱해서 연봉을 제시받는다.

여기서 ‘이전회사의 연봉’이라는 개념은 지원한 경력직의 실력에 따라 달라진다. 이 역시 회사마다 다르지만 어느 회사든 실력있는 사람을 뽑고싶은 상황은 똑같기에 대동소이하다고 봐도 무방할테다.

– 이 사람 진짜 안뽑으면 큰일남 (= 경쟁사로 가면 잠재적 손실이 큼) → TC x n% +@
– 이 사람 꼭 뽑아야 함 → TC x n%
– 이 사람 잘함 (or 나쁘지 않음) → 계약연봉 x n%
– 이 사람 애매함 → 타 지원자와 비교해 더 나은 지원자를 채용. 그마저도 애매하다면 불합격처리
– 이 사람 별로임 → 불합격처리 
– 이 사람 어뷰저임 → 블랙리스트 처리*

* 블랙리스트 : 채용시장에서 교란이 될만하다고 판단되는 구직자에게 내려지는 징벌이다. 한번 블랙리스트가 되면 그 회사에 아무리 지원을 한다 해도 HR차원에서 필터되어 서류도 통과하지 못한다. 
다음번에 내가 카카오에서 블랙리스트가 됐던 썰을 풀어볼 예정이다. 

n% 는 합격한 회사가 얼마나 급한지, 직전회사 대비 더 높은 레벨의 회사인지, 합격자의 대체재가 없는지 등 정률로 정해지진 않지만 정말 일반적으로만 봤을 때, +15% 정도가 평균이다. 말인즉슨, ‘나 이직해서 연봉인상했다’ 라고 하는데 15%가 채 오르지 않았다? 어찌보면 기회비용 대비 손해인 셈이다.

물론, 이전 직장의 상사가 사이코패스였다던가, 주어진 업무가 커리어 상 전혀 도움이 안된다거나, 출퇴근 시간이 왕복 4시간에 육박해 삶의 질이 무참히 깨져버린 상태 등 무조건 이직을 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5%만 올려줘도 감지덕지하고 가게되는 상황도 발생한단 의미다.

번외로, 위 에타글에 대한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반응은 아래와 같았다. 



요약하면, 중립표 203 반대표 895로 ‘그런거 적으면 안된다’가 4배를 넘는 압도적인 수준으로 많았다. 이게 집단지성의 힘인가..? 나와 의견이 비슷하게 형성되어있다. 솔직히 ‘자소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조금이라도 심도있게 고민해본 취준생이라면 저런 무의미한 단어들로 자소서의 상당부분을 할애할 생각도 안했을거다. 자소서의 각 항목들과 항목별로 할애된 글자수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선 다음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이래저래 봐도 ‘보상’에 대한 내용을 자소서 서류에 언급한다는 건 득보다 실이 너무나 많다는 결론이다. 에타에 저 글을 올린 장본인이 농담삼아 어그로성으로 작성한 글이길 바란다. 혹여나 정말 궁금해서 올린거라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저걸 편하게 물어볼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는 뜻이니까. 

자소서는 구직자(취준생)와 구인처(회사) 서로가 서로의 실체적 진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가 잘 맞길 바라며 진심을 전하는 고결한 행위이다. 얼핏 보면 서로 원하는 게 있으니 동등한 관계처럼 오해하기도 하지만 알고보면 치밀한 ‘갑과 을의 관계’이다. 


당연히 회사가 갑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서로가 필요한걸 더 갖고있는 쪽’이 갑이다. 

수시로 나에게 날아오는 PM, PO 자리 job offer들을 보면, 내가 필요한 곳들이 많아보인다. 그렇다면 그런 회사들에게 나는 갑의 위치인 셈이다. 내가 필요하다고 먼저 손내밀었으니까. 

내가 계속 갑-을 얘길 하는건 꼭 을에게 갑질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적어도 내가 아쉬울 때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려면 갑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진리를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내가 굳이 지금 그 offer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그게 지금보다 더 나은 선택이란 확신이 들지 않아서일 뿐, 지금이 내 커리어상 최고의 자리여서는 아니다. 


채용시장에서 취준생의 진심은 통할까?

아니, 구직-구인의 세계는 전형적인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의 상황이다. 그래서 진심은 통하지 않는다. 서로가 어떤 패를 갖고있는지 철저히 상대의 신뢰에 기대어 알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거래 당사자 간에 정보의 양이나 질이 다를 때 발생하는데 생각해보면 취준생이 ‘구라를 기깔나게 쳐도’ 회사가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 그 사람의 어학연수 기간에 올렸던 SNS를 일일이 뒤져볼 수도, 대학교 과사무실에 전화해서 평소 성실했는지에 대해 물을 수도 없는거다. 

그런 의미에서 저 연대생의 ‘저는 보상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라는 자소서 내용은 -진심이 통하길 기대했겠지만- 아쉽게도 희망고문에 그칠것이다. 솔직히 내가 저 서류를 봤어도 ‘얘 뭐지?’ 하고 다음 지원자로 넘어갔을 것 같으니 말이다. 


진심이 희망고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거대한 인력시장에서 갑의 위치에 가까워야 한다. 

그 방법은 차차 공유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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