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디자인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입문자들을 위하여

: 당신 자체가 이미 절반의 완성을 가졌는걸요.


디자인과 1학년, 막연함

: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

1학년이 시작되고 이 길을 본격적으로 걸어보고자 했을 때의 막연함을 기억한다. 단순히 그림을 있는 그대로 잘 그리기만 하면 되던 고등학생, 입시 시절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때부터 본능적으로 나의 색깔과 빛을 찾고자 노력해 왔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지금의 나로 성장하기까지, ‘디자인 길에 막 발을 뗀 사람들’을 위한 책을 집필하고자 한다.

1학년 봄, ‘좋은 디자이너’라는 부푼 꿈을 가지고 입학을 한 나는 과정의 막연함에 부딪혔다. 각종 과제들은 이런 식이었다. ‘점, 선, 면을 활용하여 ~하기, 포스터 제작하기’ 등등. 졸업반이 된 이제야 교수님들의 의도성이 이해가 되지만, 그때는 너무나 막연했다. 초등학교 저학년도 할 수 있는 공작에 가까운 활동을 거의 모든 디자인대학에서 시행하니까 말이다.

이렇듯 디자인의 기초는 추상적이고 모호한데, 멋진 결과물들을 보자면 어떻게 해야 저런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에 대한 좌절에 봉착한다. 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디자인 입문자들을 격려하고자 내가 먼저 걸어오고 느낀 철학들을 에세이의 형태로 쓰는 것이 목표다.


어떤 디자인이 잘 한 디자인인가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은 그림을 잘 그리는 스킬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오히려 디자인은 철학에 가깝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쉽다. 어떤 멋진 제품이 세상에 나왔는데, 보통은 ‘와 예쁘다, 내 스타일이야’ 하고 훌쩍 소비를 하고는 만다.

창작자는 그전의 모든 과정을 숙련해야 한다. 제품을 왜 만들어야 하며,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어떤 개성을 가지고 만들어야 하는지. 이 논리체계를 짜가야 한다. 그래야 결과물이 따라온다.


개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나온다.

나만의 시각을 세상에 내비치고 이것이 물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하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디자인대학 재학 기간 4년 내내, 혹은 그보다 더 오랫동안 “나는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를 탐구했다. 단순히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에는 기존 디자인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고 확신을 가진 디자인과 아닌 디자인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1mm의 차이는 결과물의 미미한 차이가 아니라 자부심과 확신에서 나오는 까닭이다. 디자인 과정에서만큼은 난 누구보다 차가워지고 냉정해진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은 없다. 과정과 철학이 확실하다면 결과는 알아서 따라온다.


결과물의 아름다움보다 중요한 것

: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가

디자인은 사실 ‘어떤 걸 만들어낼까’에 대한 고민보다 ‘나는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중요한 분야이다. 그 자아와 신념이 없다면 군중심리에 빠지게 된다. 남들이 좋다고 여기는 것, 교수가 좋다고 제안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스펀지처럼 흡수해리는 것. 그것만큼 바보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길을 제안하고 싶은 사람이 선봉장의 막대기를 타인에게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 모든 사고는 비판에 기초해야 한다. 디자인 경력이 많다고 해서, 숙련되었다고 해서 그걸 따라갈 의무는 없다. 그건 그들의 의견이고 결국은 모두 다 스스로 판단을 해야 한다. 결과물은 결국 수천, 수만 번의 자아비판과 숙고 끝에 탄생한다.


나 스스로 납득하는 디자인

: 모든 요소가 주제로 관철되는 것

더불어, 나 스스로 납득한다는 것이 무엇인 지 역시 정의해야 한다. 이건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고, 제일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것이 모호해지면 ‘나의 취향’과 ‘주제에 맞는 방향성’ 사이에서 번민하게 된다. 취향은 개성이 아닌 까닭이다.

취향은 그냥 장르에 가까운 넓은 범주이다. 단순히 그 범주가 좋다는 이유로 나아가고 싶은 충동이 들 때도 있다. 너무 잘 알고, 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 막 나아가고 싶은 충동 말이다. 그게 바로 군중심리의 착각이다. 단순히 예뻐서, 잘할 수 있어서, 남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가버리면 결과물은 살아남을지언정 그 과정 속에서 자아를 잃게 된다. 그러니 결국은 다시 돌고 돌아 주제에 맞는 방향성으로 표현을 해야 한다. 이 주제를 잡는다는 것 역시 책에 자세히 표현할 예정이다.


그래서, 디자인은 무엇인가

: 간단하다. 생각 표현수단 중 하나다.

결국 내가 정의하는 디자인이란 비판, 사고, 철학, 인내, 통제이다. 아름다움은 내 안에서 스스로 빛을 발해서 알아서 나오기에, 제일 중요한 가치는 저 다섯 가지라고 생각한다. 나의 일에 있어서만큼은 이렇듯 세상이 요구하는 가치에 절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그냥 남들이 좋다면 그거 해주고 돈 받으면 편한데’ 이런 생각 사이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무너졌다가 일어났다가를 반복했다. 디자이너이기 전에 우리는 인간이어야 한다. 사회 속의 독립된 한 개체여야 한다. 나아가고자 하는 길 앞에서만큼은 깨어있어야 한다.

나는 결국 4학년이 될 때까지 ‘취업과 비슷한 사회의 요구 들어주기’와 ‘나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철학과 비판과 사고하기란 나의 숨결과 같이하는 익숙한 것들이라, 그리고 내가 그런 성향의 사람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있어야 깨어있고, 깨어있어야 세상을 볼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나는 깨어있기를 선택했다. 나아가기를 선택했다.

그래서 이 대학 졸업이라는 대단원의 막 앞에서 나의 흔들림을 재정의하고 터닝포인트 삼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책을 쓴다. 부디 나의 생각과 시행착오가 누군가에게 따스한 빛이 되길 바란다. 나와 같은 아픔을 겪어도 그 고통이 좀 덜어지길 바란다. 내가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는 형태인 글쓰기로 나를 표현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나경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isabella07118


디자인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입문자들을 위하여

: 당신 자체가 이미 절반의 완성을 가졌는걸요.


디자인과 1학년, 막연함

: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

1학년이 시작되고 이 길을 본격적으로 걸어보고자 했을 때의 막연함을 기억한다. 단순히 그림을 있는 그대로 잘 그리기만 하면 되던 고등학생, 입시 시절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때부터 본능적으로 나의 색깔과 빛을 찾고자 노력해 왔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지금의 나로 성장하기까지, ‘디자인 길에 막 발을 뗀 사람들’을 위한 책을 집필하고자 한다.

1학년 봄, ‘좋은 디자이너’라는 부푼 꿈을 가지고 입학을 한 나는 과정의 막연함에 부딪혔다. 각종 과제들은 이런 식이었다. ‘점, 선, 면을 활용하여 ~하기, 포스터 제작하기’ 등등. 졸업반이 된 이제야 교수님들의 의도성이 이해가 되지만, 그때는 너무나 막연했다. 초등학교 저학년도 할 수 있는 공작에 가까운 활동을 거의 모든 디자인대학에서 시행하니까 말이다.

이렇듯 디자인의 기초는 추상적이고 모호한데, 멋진 결과물들을 보자면 어떻게 해야 저런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에 대한 좌절에 봉착한다. 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디자인 입문자들을 격려하고자 내가 먼저 걸어오고 느낀 철학들을 에세이의 형태로 쓰는 것이 목표다.


어떤 디자인이 잘 한 디자인인가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은 그림을 잘 그리는 스킬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오히려 디자인은 철학에 가깝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쉽다. 어떤 멋진 제품이 세상에 나왔는데, 보통은 ‘와 예쁘다, 내 스타일이야’ 하고 훌쩍 소비를 하고는 만다.

창작자는 그전의 모든 과정을 숙련해야 한다. 제품을 왜 만들어야 하며,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어떤 개성을 가지고 만들어야 하는지. 이 논리체계를 짜가야 한다. 그래야 결과물이 따라온다.


개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나온다.

나만의 시각을 세상에 내비치고 이것이 물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하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디자인대학 재학 기간 4년 내내, 혹은 그보다 더 오랫동안 “나는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를 탐구했다. 단순히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에는 기존 디자인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고 확신을 가진 디자인과 아닌 디자인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1mm의 차이는 결과물의 미미한 차이가 아니라 자부심과 확신에서 나오는 까닭이다. 디자인 과정에서만큼은 난 누구보다 차가워지고 냉정해진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은 없다. 과정과 철학이 확실하다면 결과는 알아서 따라온다.


결과물의 아름다움보다 중요한 것

: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가

디자인은 사실 ‘어떤 걸 만들어낼까’에 대한 고민보다 ‘나는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중요한 분야이다. 그 자아와 신념이 없다면 군중심리에 빠지게 된다. 남들이 좋다고 여기는 것, 교수가 좋다고 제안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스펀지처럼 흡수해리는 것. 그것만큼 바보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길을 제안하고 싶은 사람이 선봉장의 막대기를 타인에게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 모든 사고는 비판에 기초해야 한다. 디자인 경력이 많다고 해서, 숙련되었다고 해서 그걸 따라갈 의무는 없다. 그건 그들의 의견이고 결국은 모두 다 스스로 판단을 해야 한다. 결과물은 결국 수천, 수만 번의 자아비판과 숙고 끝에 탄생한다.


나 스스로 납득하는 디자인

: 모든 요소가 주제로 관철되는 것

더불어, 나 스스로 납득한다는 것이 무엇인 지 역시 정의해야 한다. 이건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고, 제일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것이 모호해지면 ‘나의 취향’과 ‘주제에 맞는 방향성’ 사이에서 번민하게 된다. 취향은 개성이 아닌 까닭이다.

취향은 그냥 장르에 가까운 넓은 범주이다. 단순히 그 범주가 좋다는 이유로 나아가고 싶은 충동이 들 때도 있다. 너무 잘 알고, 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 막 나아가고 싶은 충동 말이다. 그게 바로 군중심리의 착각이다. 단순히 예뻐서, 잘할 수 있어서, 남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가버리면 결과물은 살아남을지언정 그 과정 속에서 자아를 잃게 된다. 그러니 결국은 다시 돌고 돌아 주제에 맞는 방향성으로 표현을 해야 한다. 이 주제를 잡는다는 것 역시 책에 자세히 표현할 예정이다.


그래서, 디자인은 무엇인가

: 간단하다. 생각 표현수단 중 하나다.

결국 내가 정의하는 디자인이란 비판, 사고, 철학, 인내, 통제이다. 아름다움은 내 안에서 스스로 빛을 발해서 알아서 나오기에, 제일 중요한 가치는 저 다섯 가지라고 생각한다. 나의 일에 있어서만큼은 이렇듯 세상이 요구하는 가치에 절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그냥 남들이 좋다면 그거 해주고 돈 받으면 편한데’ 이런 생각 사이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무너졌다가 일어났다가를 반복했다. 디자이너이기 전에 우리는 인간이어야 한다. 사회 속의 독립된 한 개체여야 한다. 나아가고자 하는 길 앞에서만큼은 깨어있어야 한다.

나는 결국 4학년이 될 때까지 ‘취업과 비슷한 사회의 요구 들어주기’와 ‘나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철학과 비판과 사고하기란 나의 숨결과 같이하는 익숙한 것들이라, 그리고 내가 그런 성향의 사람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있어야 깨어있고, 깨어있어야 세상을 볼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나는 깨어있기를 선택했다. 나아가기를 선택했다.

그래서 이 대학 졸업이라는 대단원의 막 앞에서 나의 흔들림을 재정의하고 터닝포인트 삼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책을 쓴다. 부디 나의 생각과 시행착오가 누군가에게 따스한 빛이 되길 바란다. 나와 같은 아픔을 겪어도 그 고통이 좀 덜어지길 바란다. 내가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는 형태인 글쓰기로 나를 표현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나경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isabella0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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