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즈니스 모델(BM)
그래서 뭐 하는 회사인가요
며칠 전 연락 온 헤드헌터가 내 이력을 과거부터 차례로 훑으며 의아하단 듯 물었다. 음, 세 번째 회사까진 수긍이 가는데 네 번째 회사(A: 첫 스타트업)로의 이직 사유가 짐작이 잘 안 되네요? 워낙 작은 회사로 가셔서요.
A 대표의 재창업으로 소속이 변경된 경우를 제하면 총 다섯 기업에 있었고 네 번 이직을 했다. 기업 당 평균 재직 기간은 3.2개월. 보수적인 기업이라면 반기지 않을 이직 다회자가 됐다. 게다가 마지막 직장이 망한 스타트업이었으니 누군가의 시각에선 3년마다 어김없이 엉덩이를 들썩이는 약한 인내심과 형편없는 안목을 가진 구직자일지 모른다. 설명이 필요했다.
헤드헌터의 말이 이어졌다. A부터 최근 회사까지 이직 사유와 비즈니스 모델, 매출, 직원 수 같은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그는 A, A'(A대표가 재창업한 곳) 그리고 B가 뭐 하는 회사인지 몰랐다. 비즈니스 모델이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이력서를 보며 통화하는 것 같은데 B 기업명 한 글자 ‘ㅏ’를 ‘ㅓ’로 잘못 불렀다. 종종 있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세 번째 회사까지는 구직자가 되기 전부터 소비자로서 BM을 잘 알고 있었다. 공시자료에서 재무현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기사와 인터뷰 자료가 풍부했다. 헤드헌터도 그랬겠지. B를 잘못 부른 것 외에 그에겐 잘못이 없었다.
이직 베테랑의 오만
A회사의 면접을 앞두고 과거 이직 때와 유사한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했다. 공개 자료가 별로 없어 당황했지만 다행히 모회사의 재무현황이 공시되어 있었다. 모회사는 현금성 자산이 적지 않았고 수익을 내고 있었다. 합격 통보 후, 깊이 고민하지 않고 A 입사를 결정했다. A 의 BM 지속성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 그려보지 않은 건 아니나 개인의 생활과 커리어를 먼저 고민했다. 또 출퇴근 동선이 어떠한가, 점심은 주로 외식인가 건물에 구내식당이 있나, 팀원들 성격이 유순할까 자기주장이 강할까, 칼퇴근이 가능한가 와 같은 작은 문제들이 더 궁금했다.
그런데 입사 후 3일 정도 지났을까. 자금집행 직전 잔고가 모자란다는 걸 알았다. 서둘러 외부에 있는 대표에게 연락했다. 그의 도움으로 퇴근 직전 간신히 모회사로부터 차입을 해와 이체를 완료했다. 잔고가 충분한지 미리 파악하지 않은 건 내 명백한 불찰이었지만 당일에 급하게 요청을 받았고 잔고 부족은 상상조차 못 했다. 사건이 해결되고 손바닥의 땀이 식어갈 때 즈음 젠틀맨 대표님이 연락을 해왔다. 많이 놀라셨죠? 입사하신 지 얼마 안 됐는데 걱정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가끔 이렇게 자금 타이밍이 안 맞을 때가 있어요.
그때부터였다. 아, 여기 스타트업이었지. 드디어 회사의 생존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BM은 창업의 근간이자 구직자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정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 모델로 돈을 벌 수 있겠다’는 대표의 생각이 시발점이 되어 탄생한다. 또한 기업의 정의이자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누구에게 제공해서 지속적으로 돈을 벌고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BM이다. 이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입사 전에도 후에도 가장 중요한 것
이 중요한 BM을 전환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기존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혹은 새로운 기회가 보일 때 쓰는 전략으로 피보팅(Pivoting)이라고 부른다. 피보팅은 한동안 B 대표님이 주간 미팅에서 부르짖었던 단어다. 당시 핀테크 플랫폼 B는 방문자 수, 회원 수, 매출 등 몇 달간 정체기를 겪고 있었다. 타겟층을 넓혀 플랫폼을 활성화하기 위해 진입장벽이 높은 투자 행위 대신 가볍게 소비 행위를 유도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출시했다. 돌아보면 결과야 어찌 됐든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었던 건 분명하다. BM은 스타트업 합류 후에도 늘 고민해야 할 주제다. 회사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방향에 따라 생존이 갈린다.
B에서 면접관을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우리 회사의 BM에 대해 알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명확히 대답하는 면접자 비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는 걸 기억한다. BM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입사하지 않는 게 좋다. 확신이 분명해도 과정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걸 현재의 나는 확신한다. 구직자는 기업의 BM이 ‘계획 – 상품 및 서비스화 – 매출 발생 – 이익 실현’ 중 어느 단계에 와있는지도 미리 파악해야 한다. 초기 단계일수록 각오는 더 대단해야 할 것이다. 매출 발생과 이익실현 단계까지 왔더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미래 시장성과 지속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현재 경쟁사뿐 아니라 잠재적 경쟁사 출현으로 인한 시장 점유율 변화도 예측해야 한다. 규제 문제가 남아 있다면 더 곤란하다. 아직 계획 단계이고 법률 규제를 통과해야만 상품 및 서비스화가 가능한 BM이라면 1~2년 안에 장렬히 전사하는 모습까지 실감 나게 상상해 보아야 한다.
결국 돈을 벌 수 있나의 문제
BM은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팔 것인가로 시작하지만 결론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냐가 핵심이다. 보기엔 그럴 듯 해 보이는 BM도 내부에 들어가 보면 허울뿐인 경우가 허다하다. 돈을 버는 혹은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는 BM인지 사전에 꼭 알아보길 바라며 만약 후자라면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가능성의 높낮이가 어떠한지, 그때까지 회사가 생존가능한지 반드시 확인하길 바란다.
(2) 대표의 모든 것
스타트업은 대표의 유니버스
초기 스타트업 대표는 대개 창업자다. 스타트업은 그가 창조한 세계다. 그는 단순한 CEO가 아니라 회사의 비전과 문화를 만들고 회사를 상징한다. 극단적으로 회사가 대표이고 대표가 회사다. 그만큼 대표가 중요하다.
스타트업에 가면 대표가 나와 같은 인간이란 점에 새삼 놀라게 된다. 대기업 직원은 대표의 실물을 마주하기 힘들다. 로비에서 고인이 된 창업자의 동상과 마주하는 일이 있을 수 있지만 그는 신화 속 주인공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좁은 오피스에서 나와 같은 크기의 데스크에 앉아 웃고 화내고 자주 당황하며 가끔 미팅에서 맥락과 무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해 대는 스타트업 대표를 매일 가까이에서 보면 곧 대표도 (당연하지만) 인간이라는 걸 깨닫는다. B 스타트업 대표는 회사를 팀으로, 직원을 팀원으로 불렀다. 팀원이 되면 팀 리더인 그를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만 팀원이 되기 전에 리더를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비범하고 따를 만한 인간을 고르기 위해선 면밀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가 생각하는 회사의 비전, 이력, 조직에 대한 가치관, 학력, 나이, 성격, MBTI, 취미 등 가능한 그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잡플래닛, 링크드인, 블라인드에서 전 현 직원 리뷰를 읽고 지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대표의 평판도 확인한다.
명확한 비전 제시
비전은 회사의 장기적인 방향이자 탄생의 이유다.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에 변화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다. 대표가 제시하는 비전에 대한 자발적인 이해와 공감이 선행되어야 그를 리더로 받아들일 수 있다. 만약 비전을 알아내지 못했다면 면접 때 당당하게 물어본다. 이때 대표가 명확하고 자신 있게 설명하는지 그리고 그의 말이 설득력있는지 판단해 보자.
어떤 일을 해왔는가
창업자의 이력 또한 중요하다. IT, 의료, 바이오 등 기술 분야는 해당 경력을 바탕으로 회사원, 전문가 출신이 창업하는 사례가 많다. VC(벤처캐피탈) 심사역이 기업 투자 경험으로, 주부가 생활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창업하는 경우도 있고 졸업하자마자 혹은 재학 중 창업하는 학생출신 대표도 있다. 대표의 창업 전 이력과 성공, 실패 사례는 대표의 경험치와 실행력, 위기대응능력을 예상하기 좋은 근거다. 직장인 출신 대표는 전문성, 안정적인 운영, 프로세스 정립 능력이 뛰어난 반면 절차와 보고 문화에 얽매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반대로 학생 출신은 창의력과 빠른 실행력이 강점이지만 경험 부족으로 운영이 미숙할 수 있다. 각자 선호하는 대표의 이력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직장인 출신과 일할 때 편했다. 그는 보고서에 익숙해 재무 언어를 잘 이해했고 설명하지 않아도 재무의 필요성과 중요함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재무가 다른 업무에 비해 가장 비혁신적이고 고정적인 특성이 있어 직장인 대표가 편했을 수도 있다.
대표와의 인터뷰
면접은 대표를 가까이에서 종합 판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 자리에 다른 면접관도 함께 있다면 더 좋다. 앞으로 관계를 쌓을 수도 있는 타인(면접자)과 비교적 친밀한 관계인 직원(면접관)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그의 사람에 대한 태도와 리더십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다. 자금 상황과 투자단계, 예상 리스크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한 질문도 슬쩍 던져본다. 솔직한 답변을 한다면 괜찮지만 회피하거나 뭉뚱그려 답하면 위험 신호로 볼 수 있다.
처음과 끝이 다른 사람이 있다. 짧은 면접시간 동안 파악하기 힘든 정보가 있다. 함께 일하기 전엔 절대로 알 수 없는 면이 있다. 나중에라도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말자. 알아볼 거 알아보고 따질 거 따진 최선을 다한 결정이었다.
(3) 자금력과 런웨이의 길이
곳간이 충분한가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대감집 곳간은 노비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여긴 다르다. 면접 때만 해도 그를 유혹하던 달콤한 복지들이 입사와 동시에 하나 둘 없어지더니 3개월 만에 황당한 얼굴로 구조조정 면담 테이블에 앉게 된 직원을 마주한 적이 있다. 억울하겠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사정은 이러했다. 투자가 예정되어 있었다. 투자 시장이 나빠진다 소문이 돌더니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확실하다던 투자가 무산됐다. 곳간이 바닥났다. 비용을 줄여야 했다. 대기업에선 대개 저항이 적은 복지부터 시차를 두고 서서히 줄여 나간다. 복지포인트 지급을 중단하고 건강검진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변경한다. 연말 인센티브와 승진을 보류한다. 이런 시그널을 잘 읽으면 무급휴가와 급여삭감, 구조조정 단계 전에 이직이든 뭐든 다음을 준비할 시간이 약간 주어진다. 스타트업은 이 기간을 과감하게 축약한다. 대감집은 파는 데 오래 걸리지만 사글셋방은 당장 뺄 수 있다. 해서 입사 3개월 만에 예상치 못한 퇴사 결말을 맞기도 한다.
DART말고 여기에서
회사의 재무현황을 통해 운영자금이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 지금까지 입사 전에 기업의 재무현황을 DART(전자공시시스템)에서 찾았다면 이번엔 어려울 거라 예상한다. 공시 대상 법인은 1) 상장법인, 비상장법인 중 2) 자산 500억 이상, 3)’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계 감사를 받는 법인으로 23년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데이터를 근거로 상장 법인은 전체 주식회사 중 약 0.6%로 추정된다. (현재 25년이지만 그 사이 큰 변화가 없을 거라 생각하자) 이 추정치에 비상장법인 중 공시 대상 법인을 더해야 하지만 이쯤 해두기로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한 건 DART를 통해 재무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업 수가 상당히 적다는 것이다.
이럴 땐 스타트업 정보 제공 플랫폼 혁신의 숲(https://www.innoforest.co.kr)과 THE VC(https://thevc.kr)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두 플랫폼의 주요 정보 제공 대상은 스타트업, 투자자, 금융기관이지만 우리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있다. 어떻게든 로그인을 해서(아이디를 빌려서라도) 확인해 보길 바란다. 거래액, 트래픽, 고용현황, 투자라운드, 매출 등 기대보다 많은 데이터를 제공한다. 여기서도 정보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에 직접 묻는다. 물어봐야 할 것은 매출, 고정비, 런웨이, 투자계획을 포함한 현금흐름이다. 런웨이(runway)는 현재 보유 자금으로 추가 투자나 매출 유입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즉, 앞으로 얼마나 생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런웨이가 길수록 구직자에게 유리하다.
(4) 투자 단계와 최종 목표
시리즈 A, B, C?
특정 스타트업을 검색하면 종종 투자 관련 기사를 볼 수 있다. 투자유치가 완료되면 피투자 기업 혹은 투자사에서 홍보기사로 내는 경우가 많은데 시리즈 단계와 투자규모, 참여한 투자사까지 상세히 밝히기도 한다. 투자규모와 시기를 보면 이 회사 곳간이 얼마나 차 있나 알 수 있다. 투자단계는 시드(seed)-프리 시리즈(Pre-A)-시리즈 A, B, C(어쩔 땐 D, E, F 단계까지)-Pre-IPO-IPO(기업공개)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시드는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제품과 서비스 초기 버전을 만드는 단계로 엔젤투자자, 엑셀러레이터 등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투자한다. 프리는 제품과 서비스 시장 테스트 후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 단계이며 규모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다. 시리즈 A는 시장 확장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적극적인 인재 채용이 이루어지는 단계이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투자금액이 커지고 누적 투자자가 많아진다. 시리즈가 높아질수록 다수의 투자자가 요모조모 살펴 뜯어보고 투자한 기업이니 믿을만하다 싶지만 D나 E단계에서 파산한 기업도 없지 않다. 어떤 EXIT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아두면 좋다. IPO나 M&A가 된다면 직원인 나에게도 당연히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테니 합류할 회사가 어느 단계에 와있는지는 필히 확인해야 한다.
(5) 기대 역할과 조직문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채용 공고을 읽어 보면 내가 하게 될 일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B에서 내 직무는 회계마감, 세무신고, 외부감사, 투자사 대응으로 안내받았다. 여기까지는 여느 재무 업무와 다르지 않다. 더해진 업무가 있다면 비즈니스 운영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서포트하는 일이었다. 운영팀 업무를 직접 경험해 봄으로써 비즈니스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을 거란 설명을 들었고 적극 원하던 바였다. 외부 미팅에 참석하고 운영팀 손이 딸릴 땐 CS 답변을 했다. 여기까지는 예측된 일이었다. 그런데 곧 또 다른 업무가 생겼다. 인사 담당자가 부재했는데 인원이 늘어갈수록 직원들의 바람이 다양해져 복리후생 업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경영지원 성격의 업무였으므로 자연스럽게 그중 가장 연관성이 높은 내가 가져갔다. 영역은 점점 넓어져 급여, 채용, 퇴직, 교육 등 인사 업무 전반과 오피스 임대인과의 소통, 비품 관리, 주주총회, 이사회 절차까지 내 몫이 됐다. 업무가 늘어나며 추가 채용이 있었지만 직원 규모를 줄이는 과정에서 모두 내 차지가 되고 말았다.
단발성 업무는 TF를 결성하기도 한다. 정부지원사업을 위해 각 팀에서 급하게 모여 TF를 만들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가 하면, 워크숍이나 송년회 TF는 그때그때 랜덤으로 꾸려진다. 소수의 인원이 가로와 세로로 엮여 다양한 팀을 이루고 역할을 수행한다.
기대 역할에 대해 생각할 땐 조직의 구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촘촘하게 구성된 대기업과 다르게 스타트업의 조직 구성은 느슨하고 가끔 구멍이 있다. 아직 담당자가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업무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에 대해서 그려봐야 한다. 일이 늘어나면 당연히 채용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당장 돈이 궁한 스타트업에서 일인 다역을 하는 사례가 숱하다. 때문에 바쁘고 할 일이 많다.
오피스를 지배하는 공기
스타트업의 조직문화는 단순한 분위기가 아니다. 작은 조직일수록 한 사람의 영향력이 막대하다. 큰 조직에서 개인의 영향력이 1/1,000 혹은 1/10,000이라면 스타트업에서는 1/10의 영향력을 갖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동료가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 기왕이면 동료들과 같은 방향을 보고 나와 맞는 문화에서 일해야 한다. 맞지 않은 조직에선 문화가 강요가 되고 괴로워진다. 높은 연봉과 화려한 복지도 버팀목이 돼주지 못한다.
B 면접 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대표가 소개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다. 크던 작던 각자의 일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는 문화가 내가 바라던 문화였다. 팀 간 벽을 치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 속에 알음알음 알게 되는 소문이 싫었다. 벽은 조직이 커지면 어쩔 수 없이 자라난다. B에선 오픈 캘린더를 통해 개인 일정을 전체 공유한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캘린더를 보고 일정이 빈 시간에 자유롭게 미팅 신청을 한다. 신청 시 아젠다와 미리 알아두면 도움 될 정보를 첨부한다. 스스럼없이 각자 일정을 공유하고 번거로운 사전 조율 없이 미팅을 요청하는 방식이 마음을 사로잡았고 조직문화가 투명하고 합리적일 거라 추측했다.
조직문화는 면접 과정과 오피스의 공기로도 유추할 수 있다. HR 담당자의 연락 메일과 속도에서 간결함을 확인할 수 있고 면접장으로 안내받으며 구직자에 대한 배려와 솔직함, 친절도를 알 수 있다. 면접 중엔 잠시 관찰자가 되어 대표와 직원들 간의 케미스트리를 파악하자. 지나다니는 직원들의 얼굴 생기와 표정을 살펴보자. 자세히 보면 어느 정도 조직문화에 대한 감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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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즈니스 모델(BM)
그래서 뭐 하는 회사인가요
며칠 전 연락 온 헤드헌터가 내 이력을 과거부터 차례로 훑으며 의아하단 듯 물었다. 음, 세 번째 회사까진 수긍이 가는데 네 번째 회사(A: 첫 스타트업)로의 이직 사유가 짐작이 잘 안 되네요? 워낙 작은 회사로 가셔서요.
A 대표의 재창업으로 소속이 변경된 경우를 제하면 총 다섯 기업에 있었고 네 번 이직을 했다. 기업 당 평균 재직 기간은 3.2개월. 보수적인 기업이라면 반기지 않을 이직 다회자가 됐다. 게다가 마지막 직장이 망한 스타트업이었으니 누군가의 시각에선 3년마다 어김없이 엉덩이를 들썩이는 약한 인내심과 형편없는 안목을 가진 구직자일지 모른다. 설명이 필요했다.
헤드헌터의 말이 이어졌다. A부터 최근 회사까지 이직 사유와 비즈니스 모델, 매출, 직원 수 같은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그는 A, A'(A대표가 재창업한 곳) 그리고 B가 뭐 하는 회사인지 몰랐다. 비즈니스 모델이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이력서를 보며 통화하는 것 같은데 B 기업명 한 글자 ‘ㅏ’를 ‘ㅓ’로 잘못 불렀다. 종종 있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세 번째 회사까지는 구직자가 되기 전부터 소비자로서 BM을 잘 알고 있었다. 공시자료에서 재무현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기사와 인터뷰 자료가 풍부했다. 헤드헌터도 그랬겠지. B를 잘못 부른 것 외에 그에겐 잘못이 없었다.
이직 베테랑의 오만
A회사의 면접을 앞두고 과거 이직 때와 유사한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했다. 공개 자료가 별로 없어 당황했지만 다행히 모회사의 재무현황이 공시되어 있었다. 모회사는 현금성 자산이 적지 않았고 수익을 내고 있었다. 합격 통보 후, 깊이 고민하지 않고 A 입사를 결정했다. A 의 BM 지속성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 그려보지 않은 건 아니나 개인의 생활과 커리어를 먼저 고민했다. 또 출퇴근 동선이 어떠한가, 점심은 주로 외식인가 건물에 구내식당이 있나, 팀원들 성격이 유순할까 자기주장이 강할까, 칼퇴근이 가능한가 와 같은 작은 문제들이 더 궁금했다.
그런데 입사 후 3일 정도 지났을까. 자금집행 직전 잔고가 모자란다는 걸 알았다. 서둘러 외부에 있는 대표에게 연락했다. 그의 도움으로 퇴근 직전 간신히 모회사로부터 차입을 해와 이체를 완료했다. 잔고가 충분한지 미리 파악하지 않은 건 내 명백한 불찰이었지만 당일에 급하게 요청을 받았고 잔고 부족은 상상조차 못 했다. 사건이 해결되고 손바닥의 땀이 식어갈 때 즈음 젠틀맨 대표님이 연락을 해왔다. 많이 놀라셨죠? 입사하신 지 얼마 안 됐는데 걱정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가끔 이렇게 자금 타이밍이 안 맞을 때가 있어요.
그때부터였다. 아, 여기 스타트업이었지. 드디어 회사의 생존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BM은 창업의 근간이자 구직자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정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 모델로 돈을 벌 수 있겠다’는 대표의 생각이 시발점이 되어 탄생한다. 또한 기업의 정의이자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누구에게 제공해서 지속적으로 돈을 벌고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BM이다. 이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입사 전에도 후에도 가장 중요한 것
이 중요한 BM을 전환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기존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혹은 새로운 기회가 보일 때 쓰는 전략으로 피보팅(Pivoting)이라고 부른다. 피보팅은 한동안 B 대표님이 주간 미팅에서 부르짖었던 단어다. 당시 핀테크 플랫폼 B는 방문자 수, 회원 수, 매출 등 몇 달간 정체기를 겪고 있었다. 타겟층을 넓혀 플랫폼을 활성화하기 위해 진입장벽이 높은 투자 행위 대신 가볍게 소비 행위를 유도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출시했다. 돌아보면 결과야 어찌 됐든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었던 건 분명하다. BM은 스타트업 합류 후에도 늘 고민해야 할 주제다. 회사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방향에 따라 생존이 갈린다.
B에서 면접관을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우리 회사의 BM에 대해 알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명확히 대답하는 면접자 비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는 걸 기억한다. BM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입사하지 않는 게 좋다. 확신이 분명해도 과정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걸 현재의 나는 확신한다. 구직자는 기업의 BM이 ‘계획 – 상품 및 서비스화 – 매출 발생 – 이익 실현’ 중 어느 단계에 와있는지도 미리 파악해야 한다. 초기 단계일수록 각오는 더 대단해야 할 것이다. 매출 발생과 이익실현 단계까지 왔더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미래 시장성과 지속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현재 경쟁사뿐 아니라 잠재적 경쟁사 출현으로 인한 시장 점유율 변화도 예측해야 한다. 규제 문제가 남아 있다면 더 곤란하다. 아직 계획 단계이고 법률 규제를 통과해야만 상품 및 서비스화가 가능한 BM이라면 1~2년 안에 장렬히 전사하는 모습까지 실감 나게 상상해 보아야 한다.
결국 돈을 벌 수 있나의 문제
BM은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팔 것인가로 시작하지만 결론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냐가 핵심이다. 보기엔 그럴 듯 해 보이는 BM도 내부에 들어가 보면 허울뿐인 경우가 허다하다. 돈을 버는 혹은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는 BM인지 사전에 꼭 알아보길 바라며 만약 후자라면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가능성의 높낮이가 어떠한지, 그때까지 회사가 생존가능한지 반드시 확인하길 바란다.
(2) 대표의 모든 것
스타트업은 대표의 유니버스
초기 스타트업 대표는 대개 창업자다. 스타트업은 그가 창조한 세계다. 그는 단순한 CEO가 아니라 회사의 비전과 문화를 만들고 회사를 상징한다. 극단적으로 회사가 대표이고 대표가 회사다. 그만큼 대표가 중요하다.
스타트업에 가면 대표가 나와 같은 인간이란 점에 새삼 놀라게 된다. 대기업 직원은 대표의 실물을 마주하기 힘들다. 로비에서 고인이 된 창업자의 동상과 마주하는 일이 있을 수 있지만 그는 신화 속 주인공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좁은 오피스에서 나와 같은 크기의 데스크에 앉아 웃고 화내고 자주 당황하며 가끔 미팅에서 맥락과 무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해 대는 스타트업 대표를 매일 가까이에서 보면 곧 대표도 (당연하지만) 인간이라는 걸 깨닫는다. B 스타트업 대표는 회사를 팀으로, 직원을 팀원으로 불렀다. 팀원이 되면 팀 리더인 그를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만 팀원이 되기 전에 리더를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비범하고 따를 만한 인간을 고르기 위해선 면밀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가 생각하는 회사의 비전, 이력, 조직에 대한 가치관, 학력, 나이, 성격, MBTI, 취미 등 가능한 그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잡플래닛, 링크드인, 블라인드에서 전 현 직원 리뷰를 읽고 지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대표의 평판도 확인한다.
명확한 비전 제시
비전은 회사의 장기적인 방향이자 탄생의 이유다.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에 변화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다. 대표가 제시하는 비전에 대한 자발적인 이해와 공감이 선행되어야 그를 리더로 받아들일 수 있다. 만약 비전을 알아내지 못했다면 면접 때 당당하게 물어본다. 이때 대표가 명확하고 자신 있게 설명하는지 그리고 그의 말이 설득력있는지 판단해 보자.
어떤 일을 해왔는가
창업자의 이력 또한 중요하다. IT, 의료, 바이오 등 기술 분야는 해당 경력을 바탕으로 회사원, 전문가 출신이 창업하는 사례가 많다. VC(벤처캐피탈) 심사역이 기업 투자 경험으로, 주부가 생활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창업하는 경우도 있고 졸업하자마자 혹은 재학 중 창업하는 학생출신 대표도 있다. 대표의 창업 전 이력과 성공, 실패 사례는 대표의 경험치와 실행력, 위기대응능력을 예상하기 좋은 근거다. 직장인 출신 대표는 전문성, 안정적인 운영, 프로세스 정립 능력이 뛰어난 반면 절차와 보고 문화에 얽매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반대로 학생 출신은 창의력과 빠른 실행력이 강점이지만 경험 부족으로 운영이 미숙할 수 있다. 각자 선호하는 대표의 이력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직장인 출신과 일할 때 편했다. 그는 보고서에 익숙해 재무 언어를 잘 이해했고 설명하지 않아도 재무의 필요성과 중요함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재무가 다른 업무에 비해 가장 비혁신적이고 고정적인 특성이 있어 직장인 대표가 편했을 수도 있다.
대표와의 인터뷰
면접은 대표를 가까이에서 종합 판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 자리에 다른 면접관도 함께 있다면 더 좋다. 앞으로 관계를 쌓을 수도 있는 타인(면접자)과 비교적 친밀한 관계인 직원(면접관)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그의 사람에 대한 태도와 리더십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다. 자금 상황과 투자단계, 예상 리스크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한 질문도 슬쩍 던져본다. 솔직한 답변을 한다면 괜찮지만 회피하거나 뭉뚱그려 답하면 위험 신호로 볼 수 있다.
처음과 끝이 다른 사람이 있다. 짧은 면접시간 동안 파악하기 힘든 정보가 있다. 함께 일하기 전엔 절대로 알 수 없는 면이 있다. 나중에라도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말자. 알아볼 거 알아보고 따질 거 따진 최선을 다한 결정이었다.
(3) 자금력과 런웨이의 길이
곳간이 충분한가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대감집 곳간은 노비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여긴 다르다. 면접 때만 해도 그를 유혹하던 달콤한 복지들이 입사와 동시에 하나 둘 없어지더니 3개월 만에 황당한 얼굴로 구조조정 면담 테이블에 앉게 된 직원을 마주한 적이 있다. 억울하겠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사정은 이러했다. 투자가 예정되어 있었다. 투자 시장이 나빠진다 소문이 돌더니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확실하다던 투자가 무산됐다. 곳간이 바닥났다. 비용을 줄여야 했다. 대기업에선 대개 저항이 적은 복지부터 시차를 두고 서서히 줄여 나간다. 복지포인트 지급을 중단하고 건강검진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변경한다. 연말 인센티브와 승진을 보류한다. 이런 시그널을 잘 읽으면 무급휴가와 급여삭감, 구조조정 단계 전에 이직이든 뭐든 다음을 준비할 시간이 약간 주어진다. 스타트업은 이 기간을 과감하게 축약한다. 대감집은 파는 데 오래 걸리지만 사글셋방은 당장 뺄 수 있다. 해서 입사 3개월 만에 예상치 못한 퇴사 결말을 맞기도 한다.
DART말고 여기에서
회사의 재무현황을 통해 운영자금이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 지금까지 입사 전에 기업의 재무현황을 DART(전자공시시스템)에서 찾았다면 이번엔 어려울 거라 예상한다. 공시 대상 법인은 1) 상장법인, 비상장법인 중 2) 자산 500억 이상, 3)’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계 감사를 받는 법인으로 23년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데이터를 근거로 상장 법인은 전체 주식회사 중 약 0.6%로 추정된다. (현재 25년이지만 그 사이 큰 변화가 없을 거라 생각하자) 이 추정치에 비상장법인 중 공시 대상 법인을 더해야 하지만 이쯤 해두기로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한 건 DART를 통해 재무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업 수가 상당히 적다는 것이다.
이럴 땐 스타트업 정보 제공 플랫폼 혁신의 숲(https://www.innoforest.co.kr)과 THE VC(https://thevc.kr)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두 플랫폼의 주요 정보 제공 대상은 스타트업, 투자자, 금융기관이지만 우리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있다. 어떻게든 로그인을 해서(아이디를 빌려서라도) 확인해 보길 바란다. 거래액, 트래픽, 고용현황, 투자라운드, 매출 등 기대보다 많은 데이터를 제공한다. 여기서도 정보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에 직접 묻는다. 물어봐야 할 것은 매출, 고정비, 런웨이, 투자계획을 포함한 현금흐름이다. 런웨이(runway)는 현재 보유 자금으로 추가 투자나 매출 유입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즉, 앞으로 얼마나 생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런웨이가 길수록 구직자에게 유리하다.
(4) 투자 단계와 최종 목표
시리즈 A, B, C?
특정 스타트업을 검색하면 종종 투자 관련 기사를 볼 수 있다. 투자유치가 완료되면 피투자 기업 혹은 투자사에서 홍보기사로 내는 경우가 많은데 시리즈 단계와 투자규모, 참여한 투자사까지 상세히 밝히기도 한다. 투자규모와 시기를 보면 이 회사 곳간이 얼마나 차 있나 알 수 있다. 투자단계는 시드(seed)-프리 시리즈(Pre-A)-시리즈 A, B, C(어쩔 땐 D, E, F 단계까지)-Pre-IPO-IPO(기업공개)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시드는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제품과 서비스 초기 버전을 만드는 단계로 엔젤투자자, 엑셀러레이터 등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투자한다. 프리는 제품과 서비스 시장 테스트 후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 단계이며 규모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다. 시리즈 A는 시장 확장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적극적인 인재 채용이 이루어지는 단계이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투자금액이 커지고 누적 투자자가 많아진다. 시리즈가 높아질수록 다수의 투자자가 요모조모 살펴 뜯어보고 투자한 기업이니 믿을만하다 싶지만 D나 E단계에서 파산한 기업도 없지 않다. 어떤 EXIT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아두면 좋다. IPO나 M&A가 된다면 직원인 나에게도 당연히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테니 합류할 회사가 어느 단계에 와있는지는 필히 확인해야 한다.
(5) 기대 역할과 조직문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채용 공고을 읽어 보면 내가 하게 될 일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B에서 내 직무는 회계마감, 세무신고, 외부감사, 투자사 대응으로 안내받았다. 여기까지는 여느 재무 업무와 다르지 않다. 더해진 업무가 있다면 비즈니스 운영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서포트하는 일이었다. 운영팀 업무를 직접 경험해 봄으로써 비즈니스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을 거란 설명을 들었고 적극 원하던 바였다. 외부 미팅에 참석하고 운영팀 손이 딸릴 땐 CS 답변을 했다. 여기까지는 예측된 일이었다. 그런데 곧 또 다른 업무가 생겼다. 인사 담당자가 부재했는데 인원이 늘어갈수록 직원들의 바람이 다양해져 복리후생 업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경영지원 성격의 업무였으므로 자연스럽게 그중 가장 연관성이 높은 내가 가져갔다. 영역은 점점 넓어져 급여, 채용, 퇴직, 교육 등 인사 업무 전반과 오피스 임대인과의 소통, 비품 관리, 주주총회, 이사회 절차까지 내 몫이 됐다. 업무가 늘어나며 추가 채용이 있었지만 직원 규모를 줄이는 과정에서 모두 내 차지가 되고 말았다.
단발성 업무는 TF를 결성하기도 한다. 정부지원사업을 위해 각 팀에서 급하게 모여 TF를 만들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가 하면, 워크숍이나 송년회 TF는 그때그때 랜덤으로 꾸려진다. 소수의 인원이 가로와 세로로 엮여 다양한 팀을 이루고 역할을 수행한다.
기대 역할에 대해 생각할 땐 조직의 구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촘촘하게 구성된 대기업과 다르게 스타트업의 조직 구성은 느슨하고 가끔 구멍이 있다. 아직 담당자가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업무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에 대해서 그려봐야 한다. 일이 늘어나면 당연히 채용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당장 돈이 궁한 스타트업에서 일인 다역을 하는 사례가 숱하다. 때문에 바쁘고 할 일이 많다.
오피스를 지배하는 공기
스타트업의 조직문화는 단순한 분위기가 아니다. 작은 조직일수록 한 사람의 영향력이 막대하다. 큰 조직에서 개인의 영향력이 1/1,000 혹은 1/10,000이라면 스타트업에서는 1/10의 영향력을 갖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동료가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 기왕이면 동료들과 같은 방향을 보고 나와 맞는 문화에서 일해야 한다. 맞지 않은 조직에선 문화가 강요가 되고 괴로워진다. 높은 연봉과 화려한 복지도 버팀목이 돼주지 못한다.
B 면접 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대표가 소개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다. 크던 작던 각자의 일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는 문화가 내가 바라던 문화였다. 팀 간 벽을 치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 속에 알음알음 알게 되는 소문이 싫었다. 벽은 조직이 커지면 어쩔 수 없이 자라난다. B에선 오픈 캘린더를 통해 개인 일정을 전체 공유한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캘린더를 보고 일정이 빈 시간에 자유롭게 미팅 신청을 한다. 신청 시 아젠다와 미리 알아두면 도움 될 정보를 첨부한다. 스스럼없이 각자 일정을 공유하고 번거로운 사전 조율 없이 미팅을 요청하는 방식이 마음을 사로잡았고 조직문화가 투명하고 합리적일 거라 추측했다.
조직문화는 면접 과정과 오피스의 공기로도 유추할 수 있다. HR 담당자의 연락 메일과 속도에서 간결함을 확인할 수 있고 면접장으로 안내받으며 구직자에 대한 배려와 솔직함, 친절도를 알 수 있다. 면접 중엔 잠시 관찰자가 되어 대표와 직원들 간의 케미스트리를 파악하자. 지나다니는 직원들의 얼굴 생기와 표정을 살펴보자. 자세히 보면 어느 정도 조직문화에 대한 감이 올 것이다.
혜진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meki1999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건 위에서도 나왔던 대표의 인성과 실력. 이 2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럴싸한 비즈니스 모델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투자금을 받았다 하더라도 BEP가 안되어 결국 곳간이 바닥나게 되어 있다. 다만 대표의 실력과 인성이 합격점이라면 언제든지 그 기업은 작은 중소기업이 되더라도 살아남는다. 글에서 나온대로 정말 대표의 유니버스이다. 그리고 그 유니버스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면접에서 생각을 잘 들어보고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