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턴으로 근무한 시기는 해당 회사의 ERP 시스템을 SAP HANA로 업데이트 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던 때였다. 면접을 보러 가기 전에 HR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귀띔해줬다. “여기 분들은 새로운 툴에 빠르게 적응하는 걸 좋아하셔.“
재무팀에서 엑셀을 잘 다루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컴퓨터활용능력1급을 땄지만, 지금 나의 엑셀 실력은 사수님의 과외와 대리님의 어깨 너머로 배운 시간이 만들었다. 우리 부서 마케팅팀에서도 엑셀을 다루다 문제가 생기면 재무팀 구역으로 넘어와 사수님을 찾았다. 엑셀이 손에 익었을 때 나 역시 영업지원팀 동기에게 VLOOKUP을 가르치고 있었다. 함수를 몰라서 못 쓰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가장 긴박할 때 배우게 되어 있다.
SAP에서 회계처리를 하는 일은 말레이시아에서 했으므로, 나는 주로 매출채권 내역을 조회하거나 raw data를 뽑을 때만 SAP를 사용했다. A/R aging report의 raw data를 뽑을 때 항상 포함되던 key 값이, SAP 업데이트 후에는 누락되어서 이전과 같은 리포트를 생성하려면 두 개의 raw data를 연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이 나의 역할이었다.
월 중순마다 대리점에 잔액조회서를 보낸다. 잔액조회서 상의 금액들은 일일이 입력하는 대신 PowerBI라는 데이터 시각화 툴을 사용해서 만든다. 문제는 마스터 파일에 걸린 수식 세팅을 만질 줄 아는 팀원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류가 발생해도 데이터 소스를 하나하나 뒤지며 원본 상의 수정을 거치지, 직관적으로 수식을 건드릴 수가 없었다. 어떤 직무에서도 프로그래밍 언어가 들린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KNIME을 사용해 매출 데이터를 가공해서 기획팀에 넘기는 작업도 했다. 기본 5,000행이 넘는 데이터를 매달 엑셀로 작업하려면 배의 시간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돌리고 난 뒤에도 퀄리티 체크는 엑셀로 직접 해야 했다. 그 작업이 가장 부담되고 고되지만 의미있는 일이기도 했다. 비록 문과생이지만 수식을 이해하고 그것이 잘 적용되었는지를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은 있어야 살아남겠다 싶었다.
언젠가는 회계와 데이터, 회계와 IT 기술 사이의 연결다리가 되고 싶다.
ninabsch님 글 더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ninabsch
내가 인턴으로 근무한 시기는 해당 회사의 ERP 시스템을 SAP HANA로 업데이트 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던 때였다. 면접을 보러 가기 전에 HR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귀띔해줬다. “여기 분들은 새로운 툴에 빠르게 적응하는 걸 좋아하셔.“
재무팀에서 엑셀을 잘 다루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컴퓨터활용능력1급을 땄지만, 지금 나의 엑셀 실력은 사수님의 과외와 대리님의 어깨 너머로 배운 시간이 만들었다. 우리 부서 마케팅팀에서도 엑셀을 다루다 문제가 생기면 재무팀 구역으로 넘어와 사수님을 찾았다. 엑셀이 손에 익었을 때 나 역시 영업지원팀 동기에게 VLOOKUP을 가르치고 있었다. 함수를 몰라서 못 쓰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가장 긴박할 때 배우게 되어 있다.
SAP에서 회계처리를 하는 일은 말레이시아에서 했으므로, 나는 주로 매출채권 내역을 조회하거나 raw data를 뽑을 때만 SAP를 사용했다. A/R aging report의 raw data를 뽑을 때 항상 포함되던 key 값이, SAP 업데이트 후에는 누락되어서 이전과 같은 리포트를 생성하려면 두 개의 raw data를 연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이 나의 역할이었다.
월 중순마다 대리점에 잔액조회서를 보낸다. 잔액조회서 상의 금액들은 일일이 입력하는 대신 PowerBI라는 데이터 시각화 툴을 사용해서 만든다. 문제는 마스터 파일에 걸린 수식 세팅을 만질 줄 아는 팀원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류가 발생해도 데이터 소스를 하나하나 뒤지며 원본 상의 수정을 거치지, 직관적으로 수식을 건드릴 수가 없었다. 어떤 직무에서도 프로그래밍 언어가 들린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KNIME을 사용해 매출 데이터를 가공해서 기획팀에 넘기는 작업도 했다. 기본 5,000행이 넘는 데이터를 매달 엑셀로 작업하려면 배의 시간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돌리고 난 뒤에도 퀄리티 체크는 엑셀로 직접 해야 했다. 그 작업이 가장 부담되고 고되지만 의미있는 일이기도 했다. 비록 문과생이지만 수식을 이해하고 그것이 잘 적용되었는지를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은 있어야 살아남겠다 싶었다.
언젠가는 회계와 데이터, 회계와 IT 기술 사이의 연결다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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