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생전 처음 해본 일들


#1

“정기 주주총회를 좀 부탁해야겠습니다.”

어느 날 CEO가 잠시 시간을 낼 수 있냐며 다가와 요청한 말이었다.

주식 투자를 해본 사람은 많겠지만, 실제 주주총회에 참석해본 사람, 혹은 직접 주최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인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주총회 진행이라니 뉴스에서나 본 삼성전자 주주총회 등이 떠오를 뿐이었고 구체적으로 무슨일을 해야하는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여서 처음엔 농담 섞인 반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저한테 코딩하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한 번도 안 해본 일이라 걱정되네요.”

그러자 대표는 잠시 멈칫하더니, “그럼 다른 사람을 찾아보겠다”고 자리를 떴다.

300명의 직원이 있는 기업에서 주주총회할 사람이 없어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는 대표의 뒷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일어서는 대표를 붙잡고 법무법인과 협업해서 진행해 보겠다는 답을 드렸다. 한편으로는 기업의 규모에 관계없이 주식회사라면 주주총회를 다 하므로, 한국에서 수만개 기업의 주주총회 담당자가 있을 것이고, 그들이 하는일을 내가 하지 못할게 뭐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정이 S사에서 정말 많은 “처음 해보는 일들”의 시작이 되었다.


1. 정기 주주총회 – 생각보다 복잡한 절차의 시작

상법상 1년에 한 번 정기 주총은 반드시 열어야 하며, 이때는 전기의 회계감사자료와 사업보고가 주주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사안에 따라 수시로 임시주총을 하기도 하는데 안건이 주총 결의 대상인지는 관련법률, 정관과 세부 규정, 투자계약서 등에 어떻게 명시되어있는지에 따라서 결정이 된다.

주주총회는 당연히 주주들의 참석이 필요하므로 미리 소집을 통보해야하는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초대를 해야하는지조차 법에 명시되어있다.

S사의 경우 전자소집 시스템이 없어, 주주 명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우편으로 소집 통지서를 보내야 했고, 문제는 주주들이 주소 변경을 회사에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반송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주주들에게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으므로 문제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송달 여부가 아니라 통지를 했다는 ‘행위 자체’ 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된 포인트였다. 즉, 주주 한명씩 연락해서 연락처 업데이트를 요청할 것까지는 없다는게 실무자 입장에서는 부담을 덜 수 있으니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의결의 통과를 위해 어느정도 찬성을 독려할 필요는 있는데, 보통결의사항의 경우(반대로 특별결의 사항이 있다) 참석주식의 과반 & 발행주식의 25% 찬성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지분율을 계산하여 참석 혹은 위임을 요청해야만 하는 주주들이 있으니 이부분은 챙겨야한다.


그 외에도 실무적으로,

의결권 확인 및 위임장 정리

주주 실명 대조

의결 결과에 따른 등기부등본 반영 및 등기소 업무

등의 절차가 이어지는데, 어차피 등기나 공증을 위해서는 법무법인 혹은 법무사의 도움이 필요하므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지금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만, 처음 해보는 그 순간에는 매 순간이 낯설고 헷갈리는 업무였다.

법적 요건이 포함된 만큼 실수 없이 진행해야 했기에, 더욱 꼼꼼히 챙겨야 했던 경험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S사의 2023년 정기 주총은 너무 정석대로 (전화 돌려 독려하고, 서면 외 이메일까지 발송하며) 추진한 탓에 주총장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주주들이 몰려 오히려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실무적 팁을 제공하자면 의안이 통과될 정도의 주주분들 참석이 확정된다면 나머지 분들의 참석은 너무 독려하지 않는게 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좋겠다. 소위 말하는 주총꾼이 와서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2. Runway 관리 – 자금 고갈의 시간을 넘기는 법

‘Runway’는 스타트업에서 자주 쓰는 용어인데, 쉽게 말해 현재 보유 자금으로 회사를 몇 개월 운영할 수 있는지를 계산한 지표이다. 일반 기업은 기본적으로 현금흐름표와 PL상 이익이 남는것을 기준으로 수입과 지출을 관리해도 충분하다. 왜냐하면 이미 사업이 안정궤도에 올라섰기 때문이 이익잉여금과 미래 현금창출로 인해 곶간에 현금 자체가 없어질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미래 수입이 불확실하고(사실 매달 돈이 줄어들고), 미래를 위한 지출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자금이 소진되는 시점 자체를 KPI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바꿔말하면, 일반 기업의 재무팀이나 회계사 경력만을 가진 분들이 CFO로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된다면 현실적으로 관리가 어려운 부분이 될 수 있다. 기존에는 관리해본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총 이후에 해당 업무도 나한테 추가로 주어졌는데, 누구에게 배울수도 없는 일이라 팀과 머리를 싸매고 방안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하늘이 도왔는지,,, S사에서 구매의 범위는 직원 인건비, 세금, 금융 수수료를 제외한 모든 지출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이는 I사가 이와 같이 지출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었고, 그 방식 그대로 S사 구매를 고도화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세팅을 했기 때문이었다.

Runway에서 보고자 하는 것이 자금의 소진 시점이므로 회계상의 비용과 현금 유출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구매 항목에 Payment term(지급 조건) 정보를 붙여 실제 현금 지출 스케줄을 계산 가능한 구조로 만들수 있었고, 필요한 사전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을 이미 완성해둔터라 효과적으로 항목별 지출 내역/예산 대비 운영비 집행률/월별 현금 유출 계획 을 기준으로 Runway를 계산할 수 있었다. Runway는 투자자들이 반드시 물어보는 항목이기도 하지만, 스타트업은 생존과 관련된 항목이었고, 실제로 S사에서 runway를 계산해보니 부도위험이 감지된 달이 있어 (당시 시리즈 투자금 납입이 법적 절차로 인해 지연되었음) 항목별로 전 팀이 뛰어들어 유예 협상을 하고, 때로는 지연이자를 감내하면서 ‘Death Valley’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사례는 지금도 동료들을 만나면 단골 안주로 이야기하는 사례이다.


이렇게 조금씩 업무범위가 확장되면서, 더 많은 일들을 2023년부터 계속 받게 되었는데, 대부분 사실 처음 맡게된 일들이었다. 투자유치, IPO 준비 등 그간 해보지 않았던 업무들이 줄줄이 이어졌고, 처음이지만 어떻게 받아들이고 진행했는지의 내용을 다음 글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2

“스타트업이란 혁신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기업을 의미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급격한 성장과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우리가 아는 구글, 에어비앤비, 메타, 그리고 최근의 OpenAI, 퍼플렉시티 등이 모두 스타트업 시절을 지나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있고, 한국의 네카라쿠배당토 역시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시절을 지나 이제는 생활 혹은 산업전반에 없어서는 안될 기업들이 되었다. 즉, 지금 사회는 스타트업이 혁신의 요람이 되고 있는 시대이고, 스타트업을 장려하는 인프라 역시 갖춰진, 어찌보면 창업하기에 좋은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 말한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를 보면 “혁신적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생 기업” 이라 되어있고, 이를 좀 더 단계별로 분석해보자면, 생산의 3요소로라고 할 수 있는 L(노동력), K(자본), T(기술력) 중 T를 필수조건으로 갖추고 나머지는 충분조건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몰론 현대사회는 T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독립요소라고 하기도 한다.


아무튼 돌아가서…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다음의 단계를 거쳐 사업을 전개해 나간다.

  • 기술력 혹은 아이디어(T)를 기반으로 창업
  • 초창기에는 창업자와 일부 멤버들로 시작 (추후 스케일업을 위해 추가 채용(L)이 필요)
  • 자본(K)은 창업자가 부자가 아닌 이상, 혹은 첫해부터 엄청난 흑자를 내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경우 외부에서 투자를 통해 조달
  • 성공적으로 자본(K)을 조달하고 나면, 이를 바탕으로 T와 L을 추가할 수 있게 되고, 점차 사업을 본격화 한다.
  • 본격화 과정에서 추가 K가 필요할 수 있는데, 이때는 시리즈 투자라고 하여 A라운드, B라운드, C 라운드 등의 단계를 거쳐 K를 추가 유치하고 다시 T와 L에 투입하게 된다.
  • 최종적으로 기업공개(IPO)나 M&A를 통해 얻는 수익으로 K를 제공한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S사는 입사 당시 이미 시리즈C를 종료하고 직원이 300명이 넘어설 정도로, 스타트업이긴 하나 상당한 규모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런웨이 관리 실패로 인해 생각보다 조기에 자금이 필요하게 되어 시리즈D를 진행하게 된 상황이었다. 문제는 앞선 라운드의 투자가 창업자의 평판, 독보적 기술력으로 인해 외부에서 먼저 회사로 찾아와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하여 이뤄져 온 관계로, 회사가 자금이 필요하여 투자라운드를 오픈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어디서 어떤 투자자를 만나야할지, 투자를 위해 정리하고 준비할 내용, IR 전략 등이 후기라운드임에도 완비된 상황은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이를 리딩할 CFO가 부재인 점이 가장 큰 이슈였다. .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적인 브로커와 계약을 맺고, IR을 진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IR 자료, Financial Modeling등은 오롯이 대표가 혼자서 책임지는 상황이었는데 이는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경우는 아니다. 생각해보라, 대표가 기술창업을 했는데, 기술개발과 영업보다 투자유치와 디테일한 세부 업무까지 직접 챙겨야한다면 상대적으로 다른 부분이 소홀해 질 수 밖에 없고,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당시 나는 주주총회, 런웨이관리를 추가로 맡고 있던 관계로 런웨이 확보를 위해 은행들을 찾아다니며 대출 상담을 받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회사소개도 수행해 왔는데, 이로인해 자연스럽게 대표가 리딩하던 투자유치에도 참여할 수 밖에 없는 계기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은근슬쩍, 자연스럽게 업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S사가 스타트업이나 누구라도 일을 도맡아 해야한다는 믿음(나는 오너가 아닌데 왜 그랬을까?) , 핏이 잘 맞는 S사와 동료들에 대한 애정으로 추가되는 업무에 대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커리어의 상당부분을 피봇할 수 있었던 시절이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인생이 운칠기삼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는게 S사에 주어진 상황이 자금은 당장 수혈이 필요한데 담당자가 없는 상황으로 인해 내게 기회가 주어진 것도 큰 운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유치의 꽃은 아무래도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인데, 투자자는 어떠한 담보도 없이, 회사의 기술과 비즈니스, 그에 따른 성장을 믿고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와 회사가 같은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다음의 내용을 잘 갖추고 설득력있게 IR미팅을 진행해야한다.


  • 기술력: 해당 회사의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나고, 독창적이며, 경쟁사의 침입에서 자유로운지
  • 비즈니스: 목표하는 시장 규모와 그안에서 언제 얼만큼의 MS를 가져갈 수 있을지. 이를 위한 회사의 제품/서비스는 어떤 모델로 구현되어있으며, 각각의 모델은 회사의 존속,성장에 어떤 기여와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 회사: 현재 상황과 팀구성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 가치: 결국 위 조건이 맞다면 얼마의 가치에 투자할 것이며, 언제 얼마의 가치로 Exit를 할 수 있을지


글로 보면 간단한 4가지 항목이지만, 위 내용이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세세한 부분까지 준비가 필요하다. 기술개발 로드맵은 어떻게 될지, 경쟁사는 어떤지, 시장 환경과 투자시점은 왜 지금인지, 투자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이를 통해 어떤 KPI를 달성할 것인지 등등 수많은 세부항목을 분석하고 준비해야하므로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게다가 투자담당자가가 직접담당하는 항목은 일부이고, 대부분은 기술, 영업, 마케팅, 경영관리, HR 등에서 담당하는 일이라(S사는 투자담당자와 경영관리가 같았지만…) 모든 부분을 모으고 스터디하고 이해한 다음, 전체를 조화롭게 만들어내야하는 투자담당자 입장에서는 각 부문과 평소 관계를 잘 쌓고, 내외부 관계자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역량이었다. 다행히 구매팀 업무나 주총을 하면서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많았기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이 주 업무인 구매를 13년간 해온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S사의 시리즈D 투자유치는 끊임없이 위 자료를 작성/검증/업데이트 하고 투자사를 만나는 과정이었는데 큰 곳은 대표가 직접 만나면서 나는 옆에서 지원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곳은 직접 만나면서 투자유치에 대한 경험과 감각을 키울 수 있었던 시기였다. 특히 Financial Modeling이라 하여 회사의 모든 상황을 숫자로 풀어 미래의 성장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투자라운드가 아니면 하기 힘든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것 하나 가지고 다음 회사 취업도 했다)


결국 시리즈 D 투자라운드는 2곳의 투자사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면서 끝나게 되었는데, 투자유치 확정이후 이어지는 각종 행정업무들(텀시트, 투자계약서, 유상증자, 주금납입 등) 업무 역시 경험할 수 있었고 이는 스타트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되돌아보면 이 시기가 그리운데, 기회를 잘 잡고,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커리어를 개발해나가는 것이 몸의 힘듦을 잊게 할 만큼 스스로를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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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기 주주총회를 좀 부탁해야겠습니다.”

어느 날 CEO가 잠시 시간을 낼 수 있냐며 다가와 요청한 말이었다.

주식 투자를 해본 사람은 많겠지만, 실제 주주총회에 참석해본 사람, 혹은 직접 주최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인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주총회 진행이라니 뉴스에서나 본 삼성전자 주주총회 등이 떠오를 뿐이었고 구체적으로 무슨일을 해야하는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여서 처음엔 농담 섞인 반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저한테 코딩하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한 번도 안 해본 일이라 걱정되네요.”

그러자 대표는 잠시 멈칫하더니, “그럼 다른 사람을 찾아보겠다”고 자리를 떴다.

300명의 직원이 있는 기업에서 주주총회할 사람이 없어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는 대표의 뒷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일어서는 대표를 붙잡고 법무법인과 협업해서 진행해 보겠다는 답을 드렸다. 한편으로는 기업의 규모에 관계없이 주식회사라면 주주총회를 다 하므로, 한국에서 수만개 기업의 주주총회 담당자가 있을 것이고, 그들이 하는일을 내가 하지 못할게 뭐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정이 S사에서 정말 많은 “처음 해보는 일들”의 시작이 되었다.


1. 정기 주주총회 – 생각보다 복잡한 절차의 시작

상법상 1년에 한 번 정기 주총은 반드시 열어야 하며, 이때는 전기의 회계감사자료와 사업보고가 주주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사안에 따라 수시로 임시주총을 하기도 하는데 안건이 주총 결의 대상인지는 관련법률, 정관과 세부 규정, 투자계약서 등에 어떻게 명시되어있는지에 따라서 결정이 된다.

주주총회는 당연히 주주들의 참석이 필요하므로 미리 소집을 통보해야하는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초대를 해야하는지조차 법에 명시되어있다.

S사의 경우 전자소집 시스템이 없어, 주주 명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우편으로 소집 통지서를 보내야 했고, 문제는 주주들이 주소 변경을 회사에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반송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주주들에게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으므로 문제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송달 여부가 아니라 통지를 했다는 ‘행위 자체’ 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된 포인트였다. 즉, 주주 한명씩 연락해서 연락처 업데이트를 요청할 것까지는 없다는게 실무자 입장에서는 부담을 덜 수 있으니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의결의 통과를 위해 어느정도 찬성을 독려할 필요는 있는데, 보통결의사항의 경우(반대로 특별결의 사항이 있다) 참석주식의 과반 & 발행주식의 25% 찬성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지분율을 계산하여 참석 혹은 위임을 요청해야만 하는 주주들이 있으니 이부분은 챙겨야한다.


그 외에도 실무적으로,

의결권 확인 및 위임장 정리

주주 실명 대조

의결 결과에 따른 등기부등본 반영 및 등기소 업무

등의 절차가 이어지는데, 어차피 등기나 공증을 위해서는 법무법인 혹은 법무사의 도움이 필요하므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지금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만, 처음 해보는 그 순간에는 매 순간이 낯설고 헷갈리는 업무였다.

법적 요건이 포함된 만큼 실수 없이 진행해야 했기에, 더욱 꼼꼼히 챙겨야 했던 경험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S사의 2023년 정기 주총은 너무 정석대로 (전화 돌려 독려하고, 서면 외 이메일까지 발송하며) 추진한 탓에 주총장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주주들이 몰려 오히려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실무적 팁을 제공하자면 의안이 통과될 정도의 주주분들 참석이 확정된다면 나머지 분들의 참석은 너무 독려하지 않는게 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좋겠다. 소위 말하는 주총꾼이 와서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2. Runway 관리 – 자금 고갈의 시간을 넘기는 법

‘Runway’는 스타트업에서 자주 쓰는 용어인데, 쉽게 말해 현재 보유 자금으로 회사를 몇 개월 운영할 수 있는지를 계산한 지표이다. 일반 기업은 기본적으로 현금흐름표와 PL상 이익이 남는것을 기준으로 수입과 지출을 관리해도 충분하다. 왜냐하면 이미 사업이 안정궤도에 올라섰기 때문이 이익잉여금과 미래 현금창출로 인해 곶간에 현금 자체가 없어질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미래 수입이 불확실하고(사실 매달 돈이 줄어들고), 미래를 위한 지출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자금이 소진되는 시점 자체를 KPI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바꿔말하면, 일반 기업의 재무팀이나 회계사 경력만을 가진 분들이 CFO로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된다면 현실적으로 관리가 어려운 부분이 될 수 있다. 기존에는 관리해본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총 이후에 해당 업무도 나한테 추가로 주어졌는데, 누구에게 배울수도 없는 일이라 팀과 머리를 싸매고 방안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하늘이 도왔는지,,, S사에서 구매의 범위는 직원 인건비, 세금, 금융 수수료를 제외한 모든 지출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이는 I사가 이와 같이 지출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었고, 그 방식 그대로 S사 구매를 고도화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세팅을 했기 때문이었다.

Runway에서 보고자 하는 것이 자금의 소진 시점이므로 회계상의 비용과 현금 유출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구매 항목에 Payment term(지급 조건) 정보를 붙여 실제 현금 지출 스케줄을 계산 가능한 구조로 만들수 있었고, 필요한 사전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을 이미 완성해둔터라 효과적으로 항목별 지출 내역/예산 대비 운영비 집행률/월별 현금 유출 계획 을 기준으로 Runway를 계산할 수 있었다. Runway는 투자자들이 반드시 물어보는 항목이기도 하지만, 스타트업은 생존과 관련된 항목이었고, 실제로 S사에서 runway를 계산해보니 부도위험이 감지된 달이 있어 (당시 시리즈 투자금 납입이 법적 절차로 인해 지연되었음) 항목별로 전 팀이 뛰어들어 유예 협상을 하고, 때로는 지연이자를 감내하면서 ‘Death Valley’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사례는 지금도 동료들을 만나면 단골 안주로 이야기하는 사례이다.


이렇게 조금씩 업무범위가 확장되면서, 더 많은 일들을 2023년부터 계속 받게 되었는데, 대부분 사실 처음 맡게된 일들이었다. 투자유치, IPO 준비 등 그간 해보지 않았던 업무들이 줄줄이 이어졌고, 처음이지만 어떻게 받아들이고 진행했는지의 내용을 다음 글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2

“스타트업이란 혁신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기업을 의미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급격한 성장과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우리가 아는 구글, 에어비앤비, 메타, 그리고 최근의 OpenAI, 퍼플렉시티 등이 모두 스타트업 시절을 지나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있고, 한국의 네카라쿠배당토 역시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시절을 지나 이제는 생활 혹은 산업전반에 없어서는 안될 기업들이 되었다. 즉, 지금 사회는 스타트업이 혁신의 요람이 되고 있는 시대이고, 스타트업을 장려하는 인프라 역시 갖춰진, 어찌보면 창업하기에 좋은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 말한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를 보면 “혁신적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생 기업” 이라 되어있고, 이를 좀 더 단계별로 분석해보자면, 생산의 3요소로라고 할 수 있는 L(노동력), K(자본), T(기술력) 중 T를 필수조건으로 갖추고 나머지는 충분조건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몰론 현대사회는 T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독립요소라고 하기도 한다.


아무튼 돌아가서…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다음의 단계를 거쳐 사업을 전개해 나간다.

  • 기술력 혹은 아이디어(T)를 기반으로 창업
  • 초창기에는 창업자와 일부 멤버들로 시작 (추후 스케일업을 위해 추가 채용(L)이 필요)
  • 자본(K)은 창업자가 부자가 아닌 이상, 혹은 첫해부터 엄청난 흑자를 내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경우 외부에서 투자를 통해 조달
  • 성공적으로 자본(K)을 조달하고 나면, 이를 바탕으로 T와 L을 추가할 수 있게 되고, 점차 사업을 본격화 한다.
  • 본격화 과정에서 추가 K가 필요할 수 있는데, 이때는 시리즈 투자라고 하여 A라운드, B라운드, C 라운드 등의 단계를 거쳐 K를 추가 유치하고 다시 T와 L에 투입하게 된다.
  • 최종적으로 기업공개(IPO)나 M&A를 통해 얻는 수익으로 K를 제공한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S사는 입사 당시 이미 시리즈C를 종료하고 직원이 300명이 넘어설 정도로, 스타트업이긴 하나 상당한 규모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런웨이 관리 실패로 인해 생각보다 조기에 자금이 필요하게 되어 시리즈D를 진행하게 된 상황이었다. 문제는 앞선 라운드의 투자가 창업자의 평판, 독보적 기술력으로 인해 외부에서 먼저 회사로 찾아와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하여 이뤄져 온 관계로, 회사가 자금이 필요하여 투자라운드를 오픈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어디서 어떤 투자자를 만나야할지, 투자를 위해 정리하고 준비할 내용, IR 전략 등이 후기라운드임에도 완비된 상황은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이를 리딩할 CFO가 부재인 점이 가장 큰 이슈였다. .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적인 브로커와 계약을 맺고, IR을 진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IR 자료, Financial Modeling등은 오롯이 대표가 혼자서 책임지는 상황이었는데 이는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경우는 아니다. 생각해보라, 대표가 기술창업을 했는데, 기술개발과 영업보다 투자유치와 디테일한 세부 업무까지 직접 챙겨야한다면 상대적으로 다른 부분이 소홀해 질 수 밖에 없고,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당시 나는 주주총회, 런웨이관리를 추가로 맡고 있던 관계로 런웨이 확보를 위해 은행들을 찾아다니며 대출 상담을 받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회사소개도 수행해 왔는데, 이로인해 자연스럽게 대표가 리딩하던 투자유치에도 참여할 수 밖에 없는 계기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은근슬쩍, 자연스럽게 업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S사가 스타트업이나 누구라도 일을 도맡아 해야한다는 믿음(나는 오너가 아닌데 왜 그랬을까?) , 핏이 잘 맞는 S사와 동료들에 대한 애정으로 추가되는 업무에 대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커리어의 상당부분을 피봇할 수 있었던 시절이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인생이 운칠기삼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는게 S사에 주어진 상황이 자금은 당장 수혈이 필요한데 담당자가 없는 상황으로 인해 내게 기회가 주어진 것도 큰 운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유치의 꽃은 아무래도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인데, 투자자는 어떠한 담보도 없이, 회사의 기술과 비즈니스, 그에 따른 성장을 믿고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와 회사가 같은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다음의 내용을 잘 갖추고 설득력있게 IR미팅을 진행해야한다.


  • 기술력: 해당 회사의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나고, 독창적이며, 경쟁사의 침입에서 자유로운지
  • 비즈니스: 목표하는 시장 규모와 그안에서 언제 얼만큼의 MS를 가져갈 수 있을지. 이를 위한 회사의 제품/서비스는 어떤 모델로 구현되어있으며, 각각의 모델은 회사의 존속,성장에 어떤 기여와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 회사: 현재 상황과 팀구성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 가치: 결국 위 조건이 맞다면 얼마의 가치에 투자할 것이며, 언제 얼마의 가치로 Exit를 할 수 있을지


글로 보면 간단한 4가지 항목이지만, 위 내용이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세세한 부분까지 준비가 필요하다. 기술개발 로드맵은 어떻게 될지, 경쟁사는 어떤지, 시장 환경과 투자시점은 왜 지금인지, 투자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이를 통해 어떤 KPI를 달성할 것인지 등등 수많은 세부항목을 분석하고 준비해야하므로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게다가 투자담당자가가 직접담당하는 항목은 일부이고, 대부분은 기술, 영업, 마케팅, 경영관리, HR 등에서 담당하는 일이라(S사는 투자담당자와 경영관리가 같았지만…) 모든 부분을 모으고 스터디하고 이해한 다음, 전체를 조화롭게 만들어내야하는 투자담당자 입장에서는 각 부문과 평소 관계를 잘 쌓고, 내외부 관계자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역량이었다. 다행히 구매팀 업무나 주총을 하면서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많았기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이 주 업무인 구매를 13년간 해온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S사의 시리즈D 투자유치는 끊임없이 위 자료를 작성/검증/업데이트 하고 투자사를 만나는 과정이었는데 큰 곳은 대표가 직접 만나면서 나는 옆에서 지원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곳은 직접 만나면서 투자유치에 대한 경험과 감각을 키울 수 있었던 시기였다. 특히 Financial Modeling이라 하여 회사의 모든 상황을 숫자로 풀어 미래의 성장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투자라운드가 아니면 하기 힘든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것 하나 가지고 다음 회사 취업도 했다)


결국 시리즈 D 투자라운드는 2곳의 투자사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면서 끝나게 되었는데, 투자유치 확정이후 이어지는 각종 행정업무들(텀시트, 투자계약서, 유상증자, 주금납입 등) 업무 역시 경험할 수 있었고 이는 스타트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되돌아보면 이 시기가 그리운데, 기회를 잘 잡고,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커리어를 개발해나가는 것이 몸의 힘듦을 잊게 할 만큼 스스로를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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